[취재후] 발암물질까지 넣은 식품..대부분 이미 먹었다

김도훈 2015. 5. 19.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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맛기름이라고 들어보셨나요?

식용기름에 향신료, 조미료 등을 섞어 만든 기름으로 요리할 때 풍미를 더하기 위해 쓰는 식재료입니다. 시중에선 '향미유'라고도 합니다.

일반 가정보다는 주로 식당에서 많이 씁니다. 구이 식당에서 구운 고기 찍어먹을때 쓰는 기름장, 참기름 같아 보이는 이 기름이 대부분 '맛기름'입니다. 또 닭갈비 등 각종 철판볶음밥 가게에서 밥 볶기 전에 철판에 둘러주는 기름 중에도 '맛기름'이 많다고 하네요. 참기름과 구분이 쉽지 않고, 사람이 못먹을 식재로도 아닌데다 무엇보다 가격이 싸기 때문에 식당에서 널리 사용됩니다.

맛기름의 원료는 목화씨에서 짜내는 면실원유입니다. 새까만 면실원유를 투명한 옥수수유, 콩기름 등과 섞으면 참기름과 비슷한 색깔을 만들 수 있기 때문이죠.

검은 것은 면실원유, 투명한 것은 옥수수유입니다. 비율을 잘 맞춰 섞으면 참기름과 똑같은 색깔을 만들 수 있습니다. 면실원유는 물리적인 작업으로는 60~70% 정도의 기름만 짜낼 수 있는데요.100% 다 짜내기 위해선 화학 과정이 필요합니다. 정상적으로라면 '식용 헥산'을 용매로 쓰는데요. 경찰에 적발된 업자들은 대신 값싼 '벤젠'을 써버린거죠. 이 벤젠은 식재료엔 절대 써선 안되는 '1급 발암물질'입니다.

업자들은 경찰 조사에서 혐의를 적극 부인했다는데요. 하지만 맛기름의 원재료인 면실원유를 살펴보면 '모르고 했다'고 인정하기가 무척 힘듭니다. 면실원유에선 무려 벤젠이 460ppm이 검출됐습니다. (참고로 식수의 벤젠 기준은 0.01ppm입니다.) 면실원유 뚜껑을 열자 강력한 화학물질 냄새에 머리가 순간 멍해질 정도였죠.

가장 왼쪽 병이 면실원유입니다. 면실원유를 얼마나 섞느냐에 따라 다양한 색깔을 만들 수 있습니다.

경찰은 벤젠 맛기름을 만든 업체의 공동 대표이사인 김씨와 부인 정 씨, 또 직접 벤젠 면실원유를 만든 중국 자회사의 책임자인 정 씨(부인 정 씨의 동생입니다.) 세 사람을 식품위생법 위반 혐의로 구속했습니다. 1200톤이 생산됐는데, 이 가운데 110여톤만 회수됐으니 대부분은 이미 누군가의 몸 속에 들어있다는 결론이...이 업체는 중국에 자회사를 만들 정도로 규모가 있는 맛기름 업계에선 최상위권 업체인데도 불구하고 이런 짓을 저질렀다는 것이 무척 씁쓸합니다.

옛부터 '먹을 것으로는 장난치지 말라'고 그렇게 강조해왔건만, 우리는 언제쯤이나 불량 먹거리에서 안전해 질 수 있을까요?

[연관 기사] ☞ [뉴스9] 1급 발암물질 벤젠 섞인 '맛기름' 1,200톤 유통

김도훈기자 (kinchy@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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