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희윤 기자의 싱글노트]수감자 회한 담은 비비 킹의 '교도소 라이브'

2015년 5월 17일 일요일 흐림. 감옥: 라이브.#158 B. B. King 'Worry, Worry' (1971년)

[동아일보]

‘블루스의 왕’ 비비 킹의 실황 음반 ‘Live in Cook County Jail’(1971년) 표지.

미국 일리노이 주에 위치한 쿡 카운티 제일은 미국에서 제일 크고 유명한 교도소다. 알 카포네, 존 웨인 게이시가 수감된 곳. 뮤지컬과 영화 ‘시카고’의 배경.

며칠 전 별세한 ‘블루스의 왕’ 비비 킹(1925∼2015)의 걸작 실황 음반을 꼽자면 ‘라이브 앳 더 리걸(Live at the Regal)’(1965년)과 함께 ‘라이브 인 쿡 카운티 제일(Live in Cook County Jail)’(1971년)을 집어 들어야 한다. 쿡 카운티 교도소 안에서 채록된 후자는 유별나다.

1970년 9월, 2117명의 수감자 앞에서 진행된 이날 공연의 분위기는 1번 트랙 ‘Introductions(소개)’에서부터 감지된다. 사회자로 나선 변호사의 목소리는 “안녕하세요”부터 떨리는데 그가 교도소장, 보안관, 수석재판관을 차례로 소개하는 동안 객석에서 거센 야유가 쏟아진다.

킹의 기타 줄은 불을 뿜고 눈물 흘린다. 코미디 쇼 같은 장광설과 함께 10분 가까이 이어지는 ‘워리, 워리’, 템포 반전과 크레셴도로 드라마를 만드는 ‘더 스릴 이즈 곤’은 하이라이트다. 2년 뒤 그는 뉴욕 주 싱싱 교도소도 방문했다. 그때 연주한 ‘하우 블루 캔 유 겟’(QR코드)을 쿡 카운티 버전과 비교해 봐도 좋다.

‘교도소 라이브’는 미국에선 별난 얘기가 아니다. 싱어송라이터 조니 캐시(1932∼2003)의 두 교도소 실황, ‘앳 폴섬 프리즌(At Folsom Prison)’(1968년)과 ‘조니 캐시 앳 샌퀜틴(Johnny Cash at San Quentin)’(1969년)은 역사적 명반이다. 수감자의 회한을 다룬 노래 ‘폴섬 프리즌 블루스(Folsom Prison Blues·1955년)’가 인기를 끌자 그는 틈틈이 교도소 공연을 열었는데 방문지 중엔 멀리 스웨덴의 교도소(1973년 앨범 ‘포 외스테로케르·PP ¨OsterPker’에 채록)도 있었다.

돌아보니 옛날 팝 명곡 중에 ‘경적을 울리는 기차여 날 고향으로 데려다주…’ 풍의 ‘기차 송’만큼이나 ‘후회하고 있다오. 잘 사시오?’ 느낌의 ‘감옥 송’이 많다. ‘언체인드 멜로디(Unchained Melody)’ ‘타이 어 옐로 리본 라운드 올 오크 트리(Tie a Yellow Ribbon round Ole Oak Tree)’는 빙산의 일각.

장조에서 단음계를, 단조에서 장음계를 오가는 이율배반의 블루스는 구속을 벗어나려는 인간 욕망의 초음파를 들려준다. 안 보이는 창살과 벽에 갇힌 신세. 킹의 검고 두툼한 손가락이 기타 줄을 끌어올리는 순간, 음악이라 불리는 무언가는 악보와 프렛(기타 지판의 반음 단위를 가르는 막대)을 넘어 어딘가에 도달한다. 왕이 탄 기차가 지금쯤 거기 도착했을까.

임희윤 기자 im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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