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살 초등생 내사한 경찰, 공권력 남용 의혹

김종원 기자 2015. 5. 17.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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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초등학교 3학년 어린이가 친구와 다퉜다는 이유로 경찰의 내사를 받았습니다. 열 살 짜리 아이가 졸지에 잠재적 범죄자 취급을 받은 건데, 아이에 대한 첩보를 작성해서 내사를 하게 만든 경찰관은 같은 학교 학부형이었습니다. 적절한 일이었을까요?

김종원 기자의 생생리포트입니다.

<기자>

지난해 여름, 한 통의 전화에 초등학교 3학년 A군 집은 발칵 뒤집혔습니다.

전화를 해 온 건 경찰, A군에 대해 학교폭력으로 내사를 해왔는데, 별일 아닌 걸로 밝혀져 조사를 종결하겠다는 내용이었습니다.

[A군 어머니 : (경찰이) 체육 시간에 좀 문제가 있었다는 정도만 얘기하고 더 이상은 얘기를 안 하시더라고요. 도대체 누가 뭘 어떻게 했는지 그런 얘기는 없었어요.]

체육 시간에 무슨 일이 있던 걸까.

[A군 학교 친구 : (체육 시간에 A군이 친구랑 싸운 적 있어요?) 체육 시간에요? (체육 시간에는) 안 싸웠어요.]

[당시 A군 담임선생님 : 체육 선생님도 그렇고 애들도 (A군에 대해) 별 얘기가 없었거든요. (자기가 피해를 봤다, 이런 친구도 없었고요?) 네, 네.]

확실치도 않은 사건인데도 10살 초등학생을 조사한 경찰, 왜 그랬을까?

발단은 A군이 체육 시간에 다퉜다는 한 경찰관의 첩보 보고였습니다.

그런데 이 첩보를 작성한 경찰관, A군과 같은 학교 동급생의 아버지였습니다.

[A군 어머니 : (첩보 넣은 경찰관 아들하고) 같은 반 된 적이 한 번도 없어요. 저희 애도 걔를 모르고, 그 친구도 저희 애를 모를 거예요.]

일면식도 없는 경찰 학부형이 A군에 대한 첩보 보고를 한 데 대해 아이의 부모는 의혹을 제기합니다.

학기 초 A군이 같은 반 친구와 몇 차례 다툰 적이 있는데, 그 다퉜던 친구의 아버지도 경찰이라는 겁니다.

그러니까 같은 경찰관 학부모 사이에서 A군 얘기가 오가면서 첩보 보고까지 됐을 거라는 주장입니다.

해당 경찰은 취재진에게 누구에게 A군 얘기를 들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고 해명했습니다.

[첩보 보고한 경찰관 (A군 학교 학부모) : A군을 모르지 제가 어떻게 알아요. 제가 지금 (A 군) 이름도 잘 모르는데. A군 얘기는 제가 들은 얘긴데 아줌마들 사이에서. 누구한테 들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하도 오래돼서.]

A군은 하지만 이 일로 큰 충격을 받았습니다.

['엄마, 경찰이 아빠인 애들은 내가 놀아도 안 되고, 걔네랑 싸워도 안 되지?' 이렇게 얘기해요. 그만큼 걔(A군)도 상처를 받았단 거거든요.]

경찰은 피해자가 신고도 하지 않았는데 아이를 조사한 것은 이례적이지만, 첩보부터 조사까지 모든 절차는 적법했다는 입장입니다.

[경찰 관계자 : (경찰관이) 매달 2건 이상씩 (첩보를) 쓰게 돼 있거든요. 그러다 보니까 시시콜콜한 것까지 다 (첩보로) 써요. 학교에서 (아이들이) 다투고 그런 걸 아니까 선도 입장에서도 그렇게 할 수 있는 거거든요.]

학생 선도를 위해 10살짜리를 내사한 것이 적절했는지 논란이 되고 있습니다.

(영상편집 : 이홍명, VJ : 김준호)김종원 기자 terryable@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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