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의 연대기' 손현주 "스릴러, 저를 잿빛으로 만들었죠" [POP인터뷰]

2015. 5. 16.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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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POP=최현호 기자]배우 손현주가 또 다시 스릴러 영화로 돌아왔다. 바로 ‘악의 연대기’(감독 백운학)를 통해서다. 지난 2013년 개봉해 560만 관객을 동원한 스릴러 ‘숨바꼭질’(감독 허정)로 화려한 스크린 주연 신고식을 치렀다. 그리고 그가 다시 복귀작으로 선택한 것이 ‘악의 연대기’라는 추적 스릴러다.

‘악의 연대기’는 특진을 앞둔 최고의 순간에 우발적으로 사람을 죽인 최창식 반장(손현주 분)이 자신이 저지른 살인사건의 담당자가 돼 사건을 은폐하기 시작하면서 더 큰 범죄에 휘말리게 되는 예측불허의 추적 스릴러다. 손현주는 사건의 중심인물로서 고립된 상황의 심리를 표현해내야 했다.

그는 이러한 ‘악의 연대기’를 통해 자신을 돌아볼 수 있었다. 죄를 저지른 형사라는 설정은 끊임없이 스스로에게 질문을 던지게 만들었다.

손현주. 사진제공=호호호비치

“끝날 때까지 답답한 게 있었어요. 어떤 게 악이니 선이니 하는데 ‘죄를 저지르면 악인가’라는 의문을 달고 있었어요. 최창식이라는 사람도 과거를 쫓아가보면 젊은 때는 순수하고 열정적인데 그것을 잃고 살다보니 생활에 때가 문은 거죠. 찌든 모습, 타락한 모습조차 때라고 생각 안하는 게 문제였어요. 숨기고 은폐하려한 최반장의 잘못된 모습이에요. 촬영 끝나고 나의 모습이 있지 않나 생각이 들었어요. 많은 대중과 관객들도 그렇게 생각할 것 같아요.”

손현주는 ‘나는 깨끗한가’라는 의문점을 던져준 게 백운학 감독의 ‘악의 연대기’가 아닌가라는 자신의 생각을 전했다. 그야말로 한국적인 스릴러가 나왔다는 게 손현주의 의견이다.

이런 결과물이 생각처럼 쉽게 나온 것은 아니었다. 손현주의 한국적 스릴러에 대한 애착과 스릴러에 대한 재미를 자신의 연기력으로 풀어내는 노력으로 이뤄졌다.
“스릴러 작품이 많이 들어오는데 시나리오를 보다보니 재밌더라고요. 공포가 아닌 한국적 스릴러가 재밌어요. 그렇다고 어떤 하나의 장르만 고집하는 것은 아니에요. 그런데 최근에는 스릴러라든지 그런 작품들을 해서 제가 편한 사람인데 어둡게 몇 년을 지냈다고 생각해요.”

손현주. 사진제공=호호호비치

손현주는 헤럴드POP과 인터뷰 당시 언론배급시사회 이후 계속된 스케줄로 집에 들어가지 못했다. 그는 인터뷰 장소 근처에서 자면서 일정을 소화했다. 그러면서 그는 문득 ‘악의 연대기’까지의 작품을 하면서 보이는 자신의 어두워진 분위기에 대해 생각하게 됐다.

“어느 순간부터 제가 어두워졌다는 생각을 했어요. ‘추적자’ 이후부터 그렇게 됐어요. 그전이라면 ‘장밋빛 인생’도 그랬지만 극중에서 바람도 많이 피고 다른 모습이 있었어요. 그러다 ‘추적자’ 이후 4~5년을 마치 쥐색 같은 느낌으로 드라마와 영화를 했어요. ‘황금의 제국’도 그렇죠. ‘쓰리데이즈’에서 대통령인데 도망다니잖아요. ‘은밀하게 위대하게’도 그렇고 ‘숨바꼭질’ ‘악의 연대기’도 그래요. 그냥 제가 그런 때인가 보다 했죠. 동료들 만나면 편하게 이야기하는데 촬영장에 가야지하면 어두워지게 된 거예요. 저를 잿빛으로 만든 거죠.”

그는 스릴러 작품에 출연하면서 이전의 중년 여성팬들을 떠나온 것 같아 그들에 대한 그리움을 드러내기도 했다.

“4~5년 동안 좋아한 어머니, 이모, 고모님들을 떠나왔다고 생각했어요. 이제 다시 누님, 어머니, 이모님 곁으로 가야겠다 싶어요. 너무 요즘 안 나와서 제게 많이 아프냐고들 하세요. 제가 잘 안 나온다고 하고, 먹고는 사냐고도 하세요.(웃음)”

손현주. 사진제공=호호호비치

이렇게 손현주가 드라마면 드라마, 영화면 영화에서 폭넓게 여러 팬들에 꾸준히 사랑받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분명한 것은 ‘악의 연대기’는 물론 그가 연기하는 영화 속 캐릭터들이 분명 보는 이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의 스릴러 영화 속 모습은 무겁고도 강렬한 어떤 날것의 이미지도 자리한 듯 하다. 특히 ‘악의 연대기’에서의 핏발선 눈빛이 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그는 화면에서 드러나는 연기를 자연스럽게 표출하는 것에 중점을 뒀다.

“수학공식처럼 연기한 적은 없어요. 한 두 테이크 가고 세 네 번 가면서 늘 모니터를 보는 사람도 있다면 저 같은 경우는 안 봐요. 본인이 잘못된 것을 잘 알지 않겠어요. 미진하면 감독이 다시 가자면 가는데, 매순간 모니터 하면 제가 딴 짓을 할까봐 두려움이 있죠. 한 번에 가도 되는 것을 덧칠을 하게 돼요. 됐는데 더 한번 하고 계속 더 하게 되면 덧칠하게 되는 거죠. 처음부터 연기 훈련을 그렇게 안 했어요. 계산을 하면 저는 티가 나요.”

아직도 언론시사회가 제일 불편하다는 손현주. 마치 숙제 검사를 받는 기분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그만큼 자신만의 연기 스타일로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든 만큼 그의 불편함이 이해가 갈 수밖에 없다. 그만큼 스스로 노력해 써낸 답안지라는 것.

‘악의 연대기’를 통해 다시 한 번 스릴러 연기의 진수를 보여준 손현주. 장르를 떠나 그가 만들어갈 연기의 세계를 기대해 본다.

jaeg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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