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후] '후다닥' 5분내 식사 끝..성인병 위험

박광식 2015. 5. 15. 06: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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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 얼마나 빨리 드시나요? 저도 식사속도가 굉장히 빠른 편인데요. 학교 다닐 때부터 빨리 도시락 먹고 놀 수 있으니까, 그때부터 먹는 속도가 빨라진 것 같습니다. 지금도 마찬가집니다. 밥 한 공기, 보통 10숟가락이면 다 먹는데요. 정말 5분도 채 안 걸려 식사를 마치고, 동료들 식사 끝나기를 멀뚱멀뚱 기다립니다. 이렇게 오늘 제 이야기가 긴 이유는 비단 저뿐만 아니라 우리나라 사람들 식사속도가 굉장히 빠르다는 겁니다.

■ 성인 절반, 10분내 '식사 끝'

한국인의 식사속도를 조사한 연구는 많지는 않아서 한두 편에 불과한데요. 우선 고려대 안산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은 8천7백여 명을 분석한 연구가 있습니다. 식사속도별로 보니까 우선 15분 이상 천천히 먹는 사람은 10%에 불과했는데요. 10분에서 15분 사이는 36%를 차지했고, 5분에서 10분 사이가 44%로 가장 많았습니다. 특히 5분 내 식사를 끝내는 사람도 8%를 차지했습니다. 다시 정리해보면 5분 미만이랑, 5분에서 10분 사이를 합쳐서 10분 내 식사를 끝내는 사람이 52%로 절반이 넘습니다. 한국인 특유의 빨리빨리 문화가 식습관에도 반영된 결과로 보입니다.

■ 빠른 식사 속도, 성인병 위험 높여

문제는 빨리 먹었을 때 건강에 미치는 영향입니다. 처음엔 조금 소화가 잘 안 되는 정도가 아닐까 생각했는데요, 그런데 그게 아니었습니다. 식사속도별로 나눠서 건강상태를 분석한 결과, 빨리 식사를 하는 사람들이 혈중 콜레스테롤 수치가 높아 성인병 위험이 컸는데요. 5분 내 식사를 끝낸 사람들은 중성지방 수치가 증가해 고지혈증 위험은 1.8배, 고혈당 위험도 2배 가까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당뇨병과 직결되는 부분입니다. 게다가 식사시간이 짧을수록 평균 비만도도 증가했는데요. 5분 내 식사를 끝낼 경우 비만 위험이 3배 이상 높은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 마른 사람 5분내 식사, 지방간 위험 2배 이상 증가

그런데 이 연구는 공격을 받습니다. 왜냐하면, 정말 식사속도가 빨라서 그런 게 아니라, 많이 먹어서 비만 때문에 성인병 위험이 커진 것 아니냐는 반문입니다. 그래선 이번엔 강북삼성병원 연구팀이 다시 식사속도와 비 알코올성 지방간에 대해서 분석을 했습니다. 이것도 7천 9백여 명 분석한 건데요. 15분 넘게 천천히 먹는 사람 가운데 지방간 환자의 비율이 33%였습니다. 먹는 속도가 10에서 15분이면 40%, 5에서 10분이면 51%, 5분 이내에 식사를 끝내면 지방간 비율이 60%까지 증가했습니다. 천천히 먹는 사람과 비교해 지방간 비율이 2배나 증가한 셈입니다. 특히 식사 속도가 빠를수록 중증 이상의 심각한 지방간이 많았습니다. 여기까지는 기존 연구와 비슷합니다. 그런데 연구팀은 비만 때문에 지방간이 생길 수 있다는 오해를 피하려고 비만한 사람들을 빼고 다시 분석했는데요. 그랬더니 마른 사람도 5분 내 식사를 끝내면 지방간 발생 위험이 2배 이상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결국, 마른 사람들도 빨리 먹으면 지방간이 잘 생긴다는 겁니다.

■ 빨리 먹는 속도, 식욕 조절 호르몬이 따라가지 못 해

그러면 식사시간이 빠른 게 왜 성인병 위험을 높이는 걸까? 우선 식사시간이 짧을수록 더 적게 먹는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오히려 칼로리 섭취가 느는 현상이 발생합니다. 한번 살펴볼까요? 배고플 때는 위가 비어있죠. 이때 일명 식탐 호르몬이라고 불리는 그렐린이 위에서 분비되고 뇌에 작용해 음식을 마구 먹도록 신호를 보냅니다. 그런데 어느 정도 먹으면 멈춰야 하잖아요. 그래서 음식을 섭취하고 식사가 끝날 무렵에 소장에서 PYY나 GLP-1이란 식욕 억제 호르몬이 나오는데요. 이 호르몬이 뇌의 포만 중추에 작용해서 포만감을 느끼게 하고, 이젠 음식을 그만 먹도록 신호를 보내게 되어 있습니다. 이런 호르몬 작용이 가동되는데 15분 이상 걸립니다. 그런데 15분 이내로 너무 빨리 식사를 하게 되면 식욕 억제 호르몬이 작동도 안 된 상태에서 식탐 호르몬이 그렐린만 작용하니까 너무 많은 음식을 섭취하는 겁니다. 실제로 식사시간이 5분 미만인 사람들은 평균 110㎉를 더 섭취했는데요. 식사는 금방 끝내서 별로 안 먹은 것 같은데, 실제론 남들보다 밥 3분의 1공기를 추가로 더 먹은 셈입니다. 추가 섭취한 열량은 살로 가서 비만으로 이어지기도 하고, 겉으론 말랐어도 내장지방으로 이어져 지방간 같은 성인병 위험을 높이는 겁니다. 게다가 빠른 식사는 인슐린 저항성 즉 인슐린 효과를 떨어뜨려 지방간 발생을 조장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 15분 이상 천천히 식사하는 습관 가져야 건강에 도움

늘 빨리 먹던 밥을 하루아침에 천천히 먹기가 쉽지 않은데.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먼저, 식사를 천천히 하면서 포만감을 살짝 느낄 때 식사를 그만 하는 게 좋습니다. 앞서 이야기했듯이 뇌에서 배부른 걸 인식하려면 적어도 15분 이상 걸립니다. 가급적 음식을 꼭꼭 씹어서 천천히 드시는 게 좋고요. 밥하고 한 가지 반찬만 먹으면 먹는 속도가 빨라지니까, 여러 반찬에 손을 대서 천천히 맛을 느끼며 먹는 게 좋습니다. 주변 사람과 가능한 한 많은 이야길 하면서 먹는 것도 도움이 되고요. 텔레비전이나 스마트폰 등 여러 도구를 활용해 먹는 시간을 늘리는 것도 한 방법입니다. 그리고 도저히 업무 때문에 바빠서 먹는 시간조차 늘리긴 어려울 땐, 될 수 있으면 소화가 천천히 되는 음식을 먹는 게 좋은데요. 당 부하 지수가 낮은, 즉 혈당을 천천히 올리는 콩이나 현미 같은 잡곡밥이나 채소 위주의 식단을 활용하면 성인병 위험을 최소화할 수 있습니다.

[연관 기사] ☞ [뉴스9] 성인 절반 10분내 '식사 끝'…지방간 위험 2배↑

박광식기자 (doctor@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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