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빗속의 투혼' 권혁, 혹사 논란마저 잠재웠다

2015. 5. 13. 06:3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OSEN=이상학 기자] 한화와 권혁(32)에게 12일 대구 삼성전은 상당히 부담되는 경기였다. 한화는 선발 안영명이 허리 근육통으로 2이닝 만에 내려가 불펜 투수들을 총동원했다. 마지막은 역시 권혁. 8회 1점차 리드에서 나와 동점을 허용했지만 9회에는 다시 1점차 리드를 지키며 승리투수가 될 수 있었다.

권혁은 직전 등판이었던 지난 9일 잠실 두산전에서 9회 끝내기 역전을 내주며 블론세이브와 함께 패전을 당했다. 이날 패배로 그를 둘러싼 혹사 논란이 더욱 불거졌다. 규정이닝을 채운 권혁의 각종 기록과 수치들이 혹사의 근거였다. 이날 삼성전마저 무너진다면 권혁은 '혹사 후유증'을 부정할 수 없었다.

하지만 권혁은 무너지지 않았다. 비바람에도 끝까지 마운드를 지켰다. 굵은 비 때문에 온몸이 젖고, 스파이크에 낀 진흙을 털어내느라 빗속에도 진땀을 뻘뻘 흘렸다. 투구를 하다 미끄러져 보크를 범하기까지 했다. 이미 앞에서 7명의 투수가 던진 상황, 뒤는 없었다. 설상가상 구심 스트라이크존도 좁았다.

삼성 타자뿐만 아니라 여러 악조건과 싸운 권혁은 2이닝 동안 43개의 공을 던지며 1실점으로 막아냈다. 13년을 몸담은 친정팀 상대로 가진 첫 대구 원정은 험난하기 짝이 없지만 고비를 넘긴 권혁은 마지막에 웃었다. 승리 확정 후 진이 빠진 듯 글러브를 벗어 놓고 두 손을 무릎에 댄 채 잠시 숨을 골랐다.

빗속의 투혼과 함께 권혁은 다시 규정이닝에 진입했다. 올 시즌 한화의 34경기 중 22경기에 등판한 그는 정확히 34이닝을 소화했다. 규정이닝을 채운 27명의 투수 중 유일하게 순수 구원으로 전체 랭킹 10위(3.44)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구원투수 규정이닝은 16년 전인 1999년 삼성 임창용이 마지막이다.

지난해 삼성에서 그가 던진 이닝이 34⅔이닝인데 올해는 5월 중순에 벌써 34이닝이다. 투구수는 571개로 지난해(554개) 기록을 넘겼다. 모두가 그의 오버 페이스를 걱정하지만 권혁은 개의치 않는다. "감독님께서 전부 다 계산을 하고 넣으시는 것이다. 난 마운드에서 내 역할에만 열심히 충실하면 된다. 팀에서 필요로 하는 것이 바로 나의 임무"라는 게 권혁의 말이다.

물론 그도 지치지 않을 리 없다. 권혁은 "사실 나도 사람이다 보니 때로는 힘들 때가 있지만, 마운드에서는 힘든 내색을 하지 않으려 한다"고 말했다. 마운드에서는 어떤 상황에서도 나약함을 보이지 않는다. 야구 인생 최고의 시기를 보내고 있는 권혁, 혹사 논란마저 스스로 잠재우며 투혼의 상징으로 떴다.

waw@osen.co.kr

<사진> 대구=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

[프로야구 스카우팅리포트 앱다운로드]

[요지경세상 펀&펀]

[Copyright ⓒ OSE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OSEN.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