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독토'를 아십니까

입력 2015. 5. 13. 03:00 수정 2015. 5. 13.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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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주부들 SNS에 단체방 만들어 독서토론 즐겨

[동아일보]

《 두 아들을 둔 ‘워킹맘’ 빈수미 씨(45·경기 수원시)는 지난해 말부터 아쉬움이 컸다. 독서를 좋아하는 그는 문화센터에서

알게 된 지인들과 2013년부터 서울 강남 지역에서 매주 독서토론 모임을 가졌다. 처음에는 다들 열성적이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모이기가 쉽지 않았다. “포기할 수밖에 없었어요. 오고 가는 데만 3시간은 꼬박 걸리니….” 그런 그에게 대안이 생겼다.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단체방을 만들어 독서토론을 시작한 것. 그는 3월부터 ‘카카오톡’에 단체방을 만들어 알랭 드 보통의

‘불안’ 등을 읽은 후 시간을 정해 토론을 했다. “거실에서 카톡으로 독서토론을 했어요. 뉴스를 보는 남편과 대화하고, 공부 중인

아들에게 간식을 가져다주면서 틈틈이 독서토론을 하니, 음. 좋더군요!” 》

○ 자유로운 독서토론 매력

SNS에 단체방을 만들어 독서토론을 하는 이른바 ‘카독토’(카카오톡으로 독서토론)가 독서 애호가들 사이에서 최근 인기다. 장소와 시간을 맞추기 어려워도 자유롭게 독서토론을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직장인이나 저녁 시간 외출이 어려운 주부들의 호응이 높다.

교사 최한별 씨(30)도 이 모임에 푹 빠졌다. 그는 책을 읽고 이야기하면서 업무 스트레스를 풀곤 했다. 하지만 바쁜 일상이 문제였다. 최 씨는 “오프라인 독서토론을 해봤는데 흐지부지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다 카독토를 하게 됐다”며 “처음에는 직접 만나지 않고 토론이 될지 걱정했는데 생각보다 제대로 토론이 됐다”고 말했다.

서울 성북구 정릉동에 사는 주부 박성이 씨(56)는 구청 모임을 통해 알게 된 독서토론에 참석해 왔다. 한동안 오프라인 모임을 가졌지만 여건이 어려워지자 SNS 독서토론방을 만들었다. 박 씨는 “일상 중에도 수시로 책에 대해 이야기하다 보니 책을 더 많이 읽게 됐다”고 했다.

성석제 소설 ‘천애윤락’을 읽은 후 독서토론이 벌어지고 있는 카톡방.
○ 기자가 체험해 보니… ‘쓰기와 읽기’가 동시에

SNS 토론을 주제로 한 책까지 최근 발간됐다. ‘북톡카톡’(나무발전소)은 두 저자가 SNS로 나눈 토론을 그대로 담은 책이다. 출판사 관계자는 “SNS에서 지적 대화가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주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독서공동체 ‘숭례문학당’에서는 지난달부터 ‘SNS 독서토론모임’을 기수별(12명)로 모집하고 있다. 현재 3기가 활동 중이다. 숭례문학당 신기수 당주는 “스마트폰 등 디지털 매체에 빠져 책을 읽지 않는데, 이를 거부하기보다는 오히려 활용해 독서를 활성화시키려는 것”이라고 했다.

실제 SNS로 독서토론이 가능할까? 동아일보 취재팀은 최근 2시간 동안 진행된 숭례문학당 카독토에 직접 참여했다. 이날 토론한 책은 ‘영혼의 미술관’(알랭 드 보통). 원활한 진행을 위한 진행자가 있다. 토론이 시작되자 사람들은 책에 대한 평점(5점 만점)을 각각 매겼다. 이어 “예술을 어떻게 대할지 알게 해주는” “약간 지루하지만 방향성은 좋다” 등 촌평을 비롯해 인상적인 구절을 적어 올리며 생각을 나눴다. 내용 중 공감이 되는지, 안 되는지를 투표하기도 했다.

기자가 경험한 SNS 독서토론은 책 속 문장을 찾아 카톡방에 올리다 보니 내용이 더 잘 각인됐다. 생각을 말이 아닌 글로 써야 하니 한마디를 해도 신중하고 적확한 표현이 필요했다. ‘읽고 쓰는 것이 동시’에 이뤄지는 느낌이었다. 토론이 끝난 뒤에도 다시 단체방에 들어가 내용을 짚어볼 수 있었다.

단, 상대의 미묘한 뉘앙스나 의도를 잘못 받아들이거나 모를 때가 있었다. 음성으로 이뤄지는 수다 등에서 얻을 수 있는 감성적인 부분이 적어 다소 건조했다.

김윤종 기자 zoz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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