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뉴스 본문 바로가기 메뉴 바로가기

연합뉴스 최신기사
뉴스 검색어 입력 양식

<길따라 멋따라> 조선의 혼과 먹거리가 있는 전주 한옥마을

송고시간2015-05-09 07:00

이 뉴스 공유하기
URL이 복사되었습니다.
본문 글자 크기 조정

'전북 관광명소 1번지'…지난해 관광객 500만명 돌파조선 여명와 일본강점기 아픔 공존…'먹방 여행'도 묘미

<길따라 멋따라> 조선의 혼과 먹거리가 있는 전주 한옥마을 - 8

(전주=연합뉴스) 김진방 기자 = "고궁(古宮)의 묵은 지붕 너머로 새파란 하늘이 씻은 듯이 시리다. 나무들이 울창하게 밀밀하였으며, 대낮에도 하늘이 안 보일 만큼 가지가 우거져 있었다."

혼불의 저자 최명희 작가는 단편소설 '만종'에서 경기전(慶基殿)을 '묵은 지붕'과 나무, 청명한 하늘로 그려냈다.

이곳이 태조 이성계의 어진(御眞)이 모셔져 있는 곳이자 전주사고가 설치됐던 전북 전주 한옥마을의 근간인 경기전이다.

최근 전북지역에서 가장 인기 있는 관광지가 어디냐고 묻는다면 열이면 열 모두 전주 한옥마을을 꼽는데 주저함이 없을 것이다.

'지나친 상업화', '고택 없는 한옥마을', '정체성 훼손' 등 비판의 칼날을 다 받아내고도 단연코 전북지역의 '관광명소 1번지'는 전주 한옥마을이다.

<길따라 멋따라> 조선의 혼과 먹거리가 있는 전주 한옥마을 - 2

이를 입증이라도 하듯 지난해 전주 한옥마을을 다녀간 관광객 수는 자그마치 508만여명. 누가 뭐래도 대세는 대세다.

◇ 조선 여명과 일본강점기 아픔의 공존

유명세만큼 비난의 화살을 한몸에 받고 있지만 사실 전주 한옥마을은 조선 왕조 500년의 시작을 알린 공간이자 일본강점기의 아픔이 묻어 있기도 한 역사적인 공간이다.

전주 한옥마을의 유래는 을사늑약(1905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 시기를 기점으로 전주에는 일본인들이 거주하기 시작했는데, 처음에는 성문 밖에 살던 일본인들이 양곡수송을 위한 '전군가도'(全群街道)를 개설되면서 성곽이 강제 철거되자 점차 다가동과 중앙동으로 거처를 옮겨왔다.

이에 전주에 살던 주민들은 일본 세력을 견제하기 위해 교동과 풍남동에 한옥촌을 형성하기 시작했다.

이후로 해방과 한국전쟁, 근대화를 거치면서 한옥 수가 점차 줄었지만 아직도 이곳에는 603채의 한옥이 남아 있다.

한옥마을을 한눈에 보고 싶다면 반드시 찾아야 하는 곳이 '오목대'이다.

<길따라 멋따라> 조선의 혼과 먹거리가 있는 전주 한옥마을 - 3

오목대는 경기전 동남쪽에 위치한 작은 언덕으로 한옥마을에서는 가장 높은 위치에 있다.

태조 이성계가 남원 황산에서 왜구를 물리치고 돌아가던 중 승전 잔치를 벌였던 곳으로 유명하다. 태조는 조선건국 이후 이곳에 정자를 짓고 '오목대'라는 이름을 붙였다.

오목대에서 서서 바라보는 한옥마을은 한옥의 팔작지붕이 가지런히 늘어서 있고, 시야가 경기전을 지나쳐 대각선 맞은 편으로 향하면 전동성당까지 한눈에 들어온다.

한옥마을의 묘미를 하나 더 꼽으라면 경기전 안쪽에서 담장 너머로 바라보는 전동성당의 자태다.

◇ 전주 한옥마을 '먹방 여행'

오목대에서 전동성당까지 이동하려면 한옥마을 중심 도로인 태조로를 도보로 이동해야 하는데, 이때 태조로를 중심으로 늘어선 먹거리 상점에서 음식을 맛보는 것도 한옥마을 관광의 또 다른 재미다.

요즘 젊은 관광객들 사이에서는 전주 한옥마을 '먹방 여행'(먹을 것 위주의 여행)이 유행하는데, 20∼30대 관광객 사이에서는 '먹기 위해 전주 한옥마을에 온다'는 말이 있을 정도다.

최근에는 정체불명의 음식들이 무차별적으로 들어서 전통성을 훼손한다는 비판도 일고 있지만 잘 찾아보면 전주의 맛을 느낄 수 있는 음식점들도 발견할 수 있다.

대표적으로 비빔밥세계화추진단에서 한옥마을 안에 차린 매장에서 맛볼 수 있는 '비빔밥 크로켓', '비빔밥 도넛', '비빔밥 만두' 등이 있다.

<길따라 멋따라> 조선의 혼과 먹거리가 있는 전주 한옥마을 - 4

<길따라 멋따라> 조선의 혼과 먹거리가 있는 전주 한옥마을 - 5

비빔밥세계화추진단은 '테이크아웃 비빔밥' 상품을 개발해 관광객들에게 소개하고 있다.

상품으로는 '치킨 비빔 브리또', '붕어빵 비빔밥', '바케트 비빔밥' 등 종류도 다양하다.

또 전북지역 음식재료를 이용해 만든 로컬푸드 상점과 전통 전북지역 맛집인 삼백집, 풍년제과 등도 한옥마을에 서서히 자리를 잡기 시작했다.

이것저것 먹거리를 즐기다 보면 어느새 한옥마을 서쪽 끝자락에 있는 전동성당에 도착한다.

◇ 한국 천주교의 메카 전동성당

전동성당은 호남지역에서 서양식 근대건축물 중 규모가 가장 크고 오래된 건물이다.

양식은 중세 로마네스크 양식을 따르고 있는데, 붉은 벽돌의 건물에 내부는 둥근 천장, 종탑은 중앙 탑 양옆으로 작은 종탑이 배치돼 성스러운 기운을 풍긴다.

전동성당에는 프란치스코 교황이 방한해 선언했던 '윤지충 바오로와 동료 123위 시복'의 주인공인 한국 천주교 첫 순교자 윤지충의 순교 모습이 동상으로 제작돼 있다.

윤지충 바오로는 전주성 풍남문 밖에서 처형을 당했는데 전동성당을 지은 프랑스 신부가 처형 당시 피가 묻었던 돌을 가져다가 성당 건축에 썼다는 이야기가 전해져 내려온다.

<길따라 멋따라> 조선의 혼과 먹거리가 있는 전주 한옥마을 - 6

한옥마을에서 숙박하는 여행객이라면 밤 산책을 나와 전동성당을 보는 것도 좋다. 은은한 조명을 받은 전동성당은 낮에 즐기는 것과는 또 다른 매력을 뿜어낸다.

전동성당의 배경으로 사진도 찍고, 성스러운 기운도 느꼈다면 건너편에 있는 경기전으로 들어가 담장 너머에 있는 전동성당을 카메라에 담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한다.

기와 담벼락 너머로 보이는 서양식 건축물이 오묘한 멋을 자아낸다.

<길따라 멋따라> 조선의 혼과 먹거리가 있는 전주 한옥마을 - 7

기왕 경기전 안에 들어왔다면 태조 어진이 모셔진 어진박물관에 들러 조선 왕들의 어진을 감상해 보는 것도 좋다.

◇ 400년 은행나무가 지켜온 전주향교

전주향교는 가장 온전한 모습으로 보존된 향교라는 평을 받는다.

전주향교는 고려시대 처음 설립된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세종 때 경기전 근처에 지어졌다가 전주 서쪽 화산으로 옮겼다가 조선 선조 때 들어와 '성 밖에 있어 다니기 불편하다'는 의견에 따라 지금 위치로 옮겨졌다.

여느 향교와 마찬가지로 대성전(大成殿)에는 공자의 위패가 모셔져 있고, 이 외에도 공자의 아버지의 위패를 모신 계성사(啓聖祠), 중국과 우리나라의 유학자 위패를 모신 동무, 서무, 유학을 가르치던 명륜당(明倫堂), 그리고 학생 기숙사로 사용한 동재와 서재 등 많은 건물이 남아 있다.

전주 향교의 참 멋을 느끼고 싶다면 가을을 기다리는 것이 좋다.

전주 향교에 전주 향교의 참 멋을 느끼고 싶다면 가을을 기다리는 것이 좋다.

전주 향교에 전주 향교의 참 멋을 느끼고 싶다면 가을을 기다리는 것이 좋다.

전주 향교에는 수령이 300∼400년 된 은행나무가 5그루가 있다.

가장 수령이 오래된 나무는 서문 앞에 있는 은행나무로 자그마치 400년이 넘도록 한자리를 지키고 있는 것이다.

아름다운 자태를 뽐내는 명륜당 앞 은행나무도 수령이 380년에 달한다.

옛 선조들은 공자가 은행나무 아래에서 제자들을 가르친 것을 따서 향교와 문묘 등에 은행나무를 많이 심었다고 한다.

현재 전주향교에 심어진 나무들은 선조 때 향교를 지금의 자리로 옮겨오면서 심은 것으로 추측된다.

전주향교의 특징 중 하나는 '공부'를 하던 곳인 만큼 주변 소음의 영향을 덜 받는다는 점이다.

물론 주변에 도로가 나고 사람이 붐비면서 다소 옛 모습을 잃기도 했지만 명륜당 앞을 거닐 때면 기분 좋은 고요함이 몸을 감싼다.

도시 생활이 지치고 답답할 때 전주 한옥마을을 찾아 망중한을 느껴 보는 것도 좋지 않을까?

chinakim@yna.co.kr

댓글쓰기
에디터스 픽Editor's Picks

영상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