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이 세월호 참사로 가족 잃은 여자아이 위로하는 사진 '인간애상 대상' 수상 논란

정대연 기자 입력 2015. 5. 6. 19:01 수정 2022. 4. 14. 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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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신문사진 인간애상’ 대상에 세월호 참사 다음날 박근혜 대통령이 가족을 잃고 우는 여자아이의 볼을 어루만지는 사진이 뽑혀 논란이 되고 있다. 특별법 제정과 시행령안 처리 등을 두고 유가족을 배려하지 않는 태도를 보인 박 대통령이 인간애와 어울리는 인물이냐는 비판이 나온다.

‘신문사진 인간애상’은 원로 사진기자들이 선정해 수여한다.

사단법인 대한언론인회(회장 김은구)는 지난 3월20일 ‘제25회 신문사진 인간애상 대상’에 박근혜 대통령이 세월호 실종자 가족을 위로하는 모습을 담은 연합뉴스 도모 기자의 ‘함께하는 슬픔’을 선정했다. 이 사진은 박 대통령이 지난해 4월17일 실종자 가족들이 모여 있던 전남 진도체육관을 찾았을 때 찍힌 사진이다.

사진 속 여자아이는 세월호 참사로 엄마를 잃고 아빠와 한살터울 오빠는 여전히 실종 상태인 권지연양(6)이다. 오빠는 동생 권양에게 구명조끼를 입혀 주고 본인은 살아돌아오지 못했다. 숨진 엄마는 베트남 출신으로 생전 귀화해 한국 국적을 얻었다. 권양의 외가 식구들은 참사 후 한국에 머물며 권양의 아빠·오빠가 돌아오기를 기다리고 있다.

출처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서 수상을 비판하는 글이 잇따랐다. 사진작가 노순택씨는 자신의 SNS에 “무엇을 봐서 이 장면이 ‘함께 하는 슬픔’일까. 유가족이 거리에서 피눈물을 흘리는데, 캡사이신 물대포를 쏘아대는 걸 몰라? ‘언제든 찾아오라’ 해놓고 그 뒤로 단 한 번도 만나주지 않았다는 걸 몰라?”라고 반문하며 “썩은 권력의 가면을 벗기지는 못할망정, 가면 위에 분칠을 하는 게 이 시대 언론의 몫인가. 인간애상? 사진에 상을 주고 싶은 게 아니라, 박근혜에게 상을 주고 싶었을 그 마음이 애처롭다”고 거세게 비판했다.

그는 “이 장면은 ‘함께 하는 슬픔’이 아니다. 관람하는 슬픔일 뿐이다. 사진기 앞에서 연출된, ‘인간애로 포장된 비인간애’의 단면을 뿐이다. 이 사진의 제목은 ‘아이에게서 마수를 치우라’로 할 때 적확하다”면서 “심사위원에게 묻는다. (가슴에 손을 얹고 말해봐.) 박근혜에게서 정말로 인간애를 느낀 거야? (혹시 어른으로 성장하지 못한 인간 ‘애’를 본 거 아니니?) 당신들 인간이니?”라고 썼다.

중앙일보 김성룡 사진기자도 SNS에 위의 사진과 함께 “‘인간애’라는 말의 뜻이 무언가요? 혼란스럽군요”라고 적었다.

‘zar******’라는 아이디를 쓰는 누리꾼도 “세월호 진상규명 가로막는 시행령 만들고, 유가족에게 캡사이신 물대포 쏘는 정부의 수장이 인간애상 대상이란다. 기가 차서 말이 안 나온다”고 했다.

이 사진에 찍힌 상황은 앞서 ‘연출 논란’이 일었다. <한겨레>는 당시 ‘쇼크 상태였던 아이가 왜 박 대통령 현장 방문에?’라는 기사에서 “쇼크성 불안 증세를 보였던 권양이 사람과 취재진이 많이 모인 장소에 있는 것을 두고 청와대가 홍보를 위해 무리하게 연출한 것 아니냐는 SNS 반응들이 있다”고 했다. 김기춘 당시 청와대 비서실장은 <한겨레>를 상대로 정정보도와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지만 지난해 12월 원고 패소했다.

대한언론인회 측은 “신문사진 인간애상은 4·19 민주혁명의 격동의 현장에서 소명의식을 갖고 역사의 기록을 담았던 60년대 사진기자들의 모임인 ‘한국신문사진동우회’(회장 박용윤)가 1991년에 제정한 상으로, 2007년부터 대한언론인회가 행사를 주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정대연 기자 ho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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