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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산 2024년 5월호
  • 655호

[장터기행 | 평택 송북시장 + 부락산~덕암산] “한국적 전통시장과 이국적인 국제시장이 불과 10분 거리”

월간산
  • 입력 2015.04.22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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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군부대 들어서면서 생긴 아침시장과 저녁시장
‘경기도의 이태원’ 신장쇼핑몰거리 이색 명소

수도권에서 꽤 큰 규모를 자랑하는 송북오일장은 젊은 사람들은 물론, 외국인도 자주 찾아 이색적인 풍경을 만들어낸다.
수도권에서 꽤 큰 규모를 자랑하는 송북오일장은 젊은 사람들은 물론, 외국인도 자주 찾아 이색적인 풍경을 만들어낸다.

평평하고(平) 윤택한(澤) 땅, 경기도 평택. 전철 1호선이 천안, 아산까지 연결되면서 평택도 전철 한 번만 타면 갈 수 있는 가까운 도시가 되었다.

평택의 송탄지역은 1914년 행정구역개편 때 송장면과 탄현면이 합쳐져 송탄시가 됐다. 1995년에는 평택시 평택군과 통합됐다. 이곳엔 미국 공군부대가 들어서 있어 ‘경기도의 이태원’이라고 불리는 독특한 풍경과 문화를 지니고 있다.

4, 9일장인 송북오일장에 들어섰을 때 가장 눈에 띈 모습은 군복 입은 미군들이었다. 고향에서 친구들이 온 듯 미군 청년들은 무언가를 열심히 설명하며 시장에서 파는 먹거리들을 권하고 있었다. 어묵을 먹고 김치전을 먹는 파란 눈의 외국인은 낯선 풍경이었지만 송북시장에선 으레 있는 일이다. 미군들은 그들의 친구에게 “오늘 한국의 전통문화를 체험하게 해줄게”라고 말했는지 모른다. 그들에게는 오일장이 ‘한국문화 체험투어’인 것이다.

수도권에서 꽤 큰 규모를 자랑하는 송북오일장은 젊은 사람들은 물론, 외국인도 자주 찾아 이색적인 풍경을 만들어낸다.
수도권에서 꽤 큰 규모를 자랑하는 송북오일장은 젊은 사람들은 물론, 외국인도 자주 찾아 이색적인 풍경을 만들어낸다.
전철 타고 편히 올 수 있는 오일장

송북시장은 송탄시외버스터미널 일대를 중심으로 열린다. 한국전쟁 이후 송탄에 미군부대가 들어서면서 보따리에 조금씩 물건을 싸들고 나온 할머니들이 장사를 시작하기 시작한 것이 송북시장의 시초다.

송북시장은 주로 아침에 열려 예전에는 ‘아침시장’으로 불렀다. 시장 내의 오래된 약국 이름이 ‘아침약국’이다. 근처에 있는 중앙시장(평택국제중앙시장)은 ‘저녁시장’으로 불렀는데, 요즘에는 아침, 저녁의 구분이 없다.

송북시장은 상설시장이기도 하다. 평소엔 상가만 장사하다가 오일장날이 되면 농협 건물 뒤의 이면도로를 막고 상인들이 좌판을 펼친다. 최근 한 TV 방송국의 인기 오락프로그램을 송북시장에서 촬영하면서 시장이 더욱 북적이고 있다. 상인들의 말을 빌자면 TV 방송에 나온 뒤부터 젊은이들이 오일장으로 데이트하러 온다고 했다. 전통시장이 데이트장소로도 각광받게 된 것이다.

“여기 시장이 제법 넓어요. 길 건너에도 장이 있고요. 먹을 것 많지, 볼 것 많지, 인심 좋지. 젊은 사람들이 와도 지루하지 않을 거예요. 그리고 우리도 젊은 연인을 보면 기분 좋아서 하나 더 주고, 예뻐서 하나 더 주고, 잘 살라고 하나 더 주고하지요.”

반찬가게를 하는 김명진씨는 “송북시장은 전철을 타고 싸고 편하게 와서 하루 놀고 가면 딱 좋은 ‘추억 데이트 여행지’”라고 자랑했다. 여기에 더해 10분 거리에 있는 미군기지 앞으로 형성된 신장쇼핑몰거리에는 서울의 이태원 못지않게 브라질, 멕시코, 태국, 터키 음식 등을 내는 이국적인 맛집과 가게들이 몰려 있어 여느 데이트 장소 못지않다는 것.

“쇼핑몰은 주말 저녁에 가야 재밌죠. 외국 사람들도 많고 가게도 많아서 사람들이 이태원하고 명동을 섞어 놓은 것 같은 분위기라 하더라고요.”

농협 옆의 아치형 간판이 있는 곳이 메인 입구 역할을 한다. 여느 오일장과 마찬가지로 천막 친 좌판이 죽 늘어서 있다. ‘아침시장’이라는 옛 이름과 달리 지금은 오전엔 사람들이 그리 많지 않다. 월요일에 장이 선 데다 아직 찬바람이 채 가시지 않았기 때문일 것이다.

사람들이 붐비기 전까지 늦은 아침을 해결하려고 닭곰탕집을 찾았다. 6,000원짜리 닭곰탕에 튼실한 닭다리 하나가 떡하니 들어 있다. 고기도 많고 국물도 진하다. 여느 도시에서 먹으면 족히 2,000~3,000원은 더 받을 만한 음식이었다. ‘시장이 반찬’이라고 했건만 시장 음식엔 따로 반찬이 필요 없을 만큼 푸짐한 음식이 나온다. 트집 잡기를 좋아하는 이들은 “시장이 바로 앞에 있으니 재료값이 싸서 그렇지”라고 이야기하겠지만 대부분의 사람들은 이것이 시장인심이고, 그래서 시장음식이 ‘어머니 손맛’에 가장 가깝다고 찬양한다.

1 봄을 알리는 소식은 장터에 나온 나물들만 봐도 알 수 있다. 2 영어 간판이 가득한 신장쇼핑몰 거리. 주말 저녁에는 야시장이 열려 불야성을 이룬다.
1 봄을 알리는 소식은 장터에 나온 나물들만 봐도 알 수 있다. 2 영어 간판이 가득한 신장쇼핑몰 거리. 주말 저녁에는 야시장이 열려 불야성을 이룬다.
송북시장은 수도권의 대규모 시장답게 보따리를 이고 온 할머니들보다는 전국의 오일장을 돌아다니는 상인들의 수가 많다. 좌판도 다른 시장에 비해 크고 물건의 종류도 훨씬 다양하다. 상인들도 대개는 젊다. 그 와중에 우체국 앞에서 백발의 할머니가 메주 예닐곱 덩어리를 바닥에 놓고 팔고 있다. 곰팡이가 깨끗하게 핀 것으로 봐서 할머니가 직접 집에서 만든 것임에 분명했다. 아무리 그래도 커다란 좌판을 벌여놓은 젊은 상인들 사이에서 온종일 메주 하나를 팔 수 있을지 걱정이 되었다.

“몰라서 하는 소리야. 이 할머니가 벌써 메주 두 판째 팔고 있는걸. 할머니가 얼마나 장사 수완이 좋은데.”

옆에서 닭을 팔고 있는 상인이 “저 할머니가 우리보다 더 많이 팔 것”이라며 입이 마르도록 할머니를 칭찬했다. 할머니는 “내가 집에서 직접 쑨 메주”라며 “집에 있기 심심해서 오일장이 서는 날이면 종종 메주를 들고 나와서 판다”고 말했다.

“대량으로 만들어 파는 메주보다 이 할머니가 가지고 와서 파는 메주로 장을 담그면 훨씬 맛있어요. 팔순 노인네가 이 추운데 나와 길가에 앉아 메주 파는 것도 짠하잖아. 우리 어머니 생각도 나고.”

옆에서 광경을 지켜보던 50대 주부 임현임씨는 지난 장에서도 이 할머니에게 메주를 샀다면서도 또 메주 한 덩이를 샀다. 할머니는 “내 메주 자주 사가는 처자”라며 한사코 천 원짜리 지폐를 몇 장 되돌려 주었다.

그 옆의 붕어빵가게는 그야말로 문전성시다. 송탄에서 ‘가장 맛있는 붕어빵’이라는 타이틀을 내건 ‘송탄 붕어빵’ 앞엔 학생에서 노인까지 줄을 서서 붕어빵이 나오기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자, 기다리는 동안 맛들 좀 보라고”

주인장 김준영씨는 인심 좋게 붕어빵 한 마리를 세 등분으로 쓱쓱 잘라 기다리는 손님들에게 내주었다. 푸짐한 닭곰탕을 먹고 난 후 붕어빵까지, 벌써 배는 꽉 찼는데 먹고 싶은 게 천지라 고민이 될 정도였다.

서울 용산에 있는 미군부대가 내년까지 평택시 팽성읍으로 이전하고 국내 굴지의 대기업이 부근에 산업단지를 조성하면서 상인들의 기대도 커졌다.

육교 옆에 있는 평택국제중앙시장 입구. 이곳을 지나면 아케이드식의 시장골목이 나온다.
육교 옆에 있는 평택국제중앙시장 입구. 이곳을 지나면 아케이드식의 시장골목이 나온다.
미군부대 들어서면서 시장 생겨

“자고로 시장엔 사람이 붐벼야죠. 미군부대가 이전하면 평택시 인구가 얼마나 늘어나겠어요. 말도 많고 탈도 많았지만 우리들은 나쁠 것이 없지요. 그 사람들이 다 우리 시장에 올 건 아니지만 사람이 많아지면 시장도 활성화되겠지요.”

송북시장을 둘러본 뒤 ‘평택국제중앙시장’으로 자리를 옮겼다. 예전엔 ‘송탄중앙시장’으로 불렀지만 2012년부터 이름을 바꿨다. 때문에 송탄 주민들도 ‘국제시장’이라고 물어보면 잘 모르고 ‘중앙시장’이라고 물어봐야 “아~ 저녁시장?” 하고 알아차렸다. 시장 이름에 ‘국제’란 말이 들어간 것은 지척에 미군부대가 있기 때문이다.

평택국제중앙시장 또한 1958년 송탄에 미군부대가 들어서면서 자연스럽게 생겼다. 오전에 송북시장에서 산 물건을 저녁에 이곳으로 가지고 와 미군을 상대로 팔면서 시장거리가 형성되었다. 미군을 상대하다 보니 시장의 모습도 그들의 눈에 맞춰졌다. 영어 간판을 달고 물건도 그들이 즐겨 사용하는 ‘미제’가 놓였다. 식당에서는 다양한 국적의 요리를 내놓게 되었다. 우리가 잘 아는 ‘송탄햄버거’도 미군들 입맛에 맞는 한국식 햄버거를 만들다 탄생한 것이고, 송탄부대찌개는 부대에서 나온 햄이나 소시지 등이 중앙시장에서 팔리면서 만들어진 음식이다.

아케이드식의 국제시장은 상설시장이라 사람들로 붐비는 송북시장과는 달리 이른 시간엔 썰렁했다. 그래도 몇몇 상가에선 문을 열고 물건을 전시해 두었는데 품목을 보니 미국에서 수입한 과자며 세제, 화장품 등 송북시장의 그것들과는 확연히 달랐다. 마치 부산의 깡통시장을 연상케 하는 물건들이었다.

“옛날에는 미군기지에 들어가서 일하는 게 최고였지. 이 근처에서 군화 닦는 사람들도 많았고. 미군부대에서 나오는 물건을 파는 사람도 많았고. 어찌됐거나 미군부대가 여기 사람들의 삶의 터전이 된 거야.”

신장쇼핑몰에서 옷가게를 하는 노년의 남성주인장은 “한국전쟁 때 이곳으로 피란 와서 미군들을 상대로 구두닦이, 담배장사, 가죽장사 등 안 해본 것이 없었다”며 “어린 시절 미군부대는 보물이 가득 쌓인 미지의 세계 같았다”고 그때를 회상했다.

주말 밤에 불야성 이루는 ‘경기도의 이태원’

미군부대가 들어서고 부대 진입로에 가건물이 들어서면서 거리가 형성됐다. 그 당시에는 ‘기지촌’ 또는 ‘쑥고개’로 불렀다고 한다. 미군을 상대로 한 유흥가가 대부분이었다. 하지만 1997년 거리가 관광특구로 지정되면서 신장거리는 기존의 유흥가를 탈피해 ‘신장쇼핑몰거리’라는 이름으로 새롭게 태어났다.

거리는 이태원과 명동을 섞어 놓았다는 말이 딱 어울렸다. 간판에는 한글보다 영어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미군을 상대로 한 스테이크 식당이며 패스트푸드 매장과 클럽, 거기에 평택항으로 입항한 외국인 선원들을 상대로 하는 다국적 식당까지, 주말 저녁엔 불야성을 이루는 모습이 상상되었다.

쇼핑거리 초입엔 철길이 놓여 있다. 건물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지나가는 철길이다. 이 철길은 송내역에서 미군부대까지 군수 물자를 실어 나르기 위해 만든 것이다. 요즘은 아주 드물게 기차가 지나가 철길의 역할보다는 관광지의 볼거리로 더 인기가 높다.

신장쇼핑몰거리는 토요일 저녁에 ‘헬로 나이트 마켓’이란 이름으로 야시장이 열린다. 분홍색 포장마차가 줄지어 자리를 잡고 다양한 먹거리와 물건을 판다. 직접 손으로 만든 액세서리를 가지고 나오는 외국인도 있다. 밤이 깊어지면 즉석에서 공연도 펼쳐진다.

‘불타는 토요일’을 그냥 보내기 싫다면 전철을 타고 송탄으로 와서 이국적인 나이트 파티를 즐겨도 좋을 것이다. 여기에 송북오일장날이 겹친다면 누구와 함께 와도 후회하지 않을 당일치기 여행지로 손색없을 것이다.

부부 반찬가게, 강경장금이네 김명진·추명숙

“오일장도 재밌는 데이트 장소랍니다.”
“오일장도 재밌는 데이트 장소랍니다.”
강경강금이네 반찬가게의 김명진씨는 송북시장상인회 부총무를 맡고 있다. 평택을 비롯해 수원, 오산 등 경기도 오일장을 돌면서 장사하는데, 요즘 전국적으로 경기가 좋지 않다고 하지만 송북오일장은 그래도 벌이가 괜찮은 편이라고 했다. 전철이 오가면서 당일치기 여행지로도 손색없는 곳이 되어 오일장이 서는 날에 꼭 한 번 들르라는 말도 빼놓지 않았다.

줄 서서 먹는 붕어빵, 송탄 붕어빵 김준영씨

송북시장 명물 송탄붕어빵의 김준영씨. 오전부터 저녁까지 쉴 틈 없이 붕어빵을 구워  내는 ‘붕어빵의 달인’이다.
송북시장 명물 송탄붕어빵의 김준영씨. 오전부터 저녁까지 쉴 틈 없이 붕어빵을 구워 내는 ‘붕어빵의 달인’이다.
호떡집에 불난다고, 송북오일장엔 붕어빵집에 불이 난다. 송탄에서 가장 유명한 붕어빵집이라는 ‘송탄 붕어빵’이 바로 그곳이다. “붕어빵만 30년 3개월째 만들고 있다”는 주인 김준영씨는 TV와 신문, 잡지 등의 매스컴에 소개된 유명인사. 붕어빵 3개씩 굽는 틀이 10여 개나 되어도 붕어빵이 손님을 기다리는 일은 거의 없다. 오히려 손님이 붕어빵을 기다리는 게 자연스럽다. 이 작은 가게에 번호표까지 있다면 더 말할 필요가 있으리. 금방 구운 붕어빵을 삭삭 잘라 맛보기로 나누어 주는 인심에 주인장의 입담까지 송북시장의 최고 스타는 바로 이 붕어빵이다. 직접 만든 밀가루 반죽에 팥소를 듬뿍 넣어 노릇노릇하게 구운 김준영씨의 붕어빵은 바삭바삭 정말 맛있다. 3개에 1,000원. 오일장날 오후엔 한 시간씩 줄을 서기도 하므로 급하다면 예약(010-5340-4479)을 하자.

[부락산~덕암산]

“이래 뵈도 평택에선 세 손가락 안에 드는 고산이라오”

부락산~덕암산~안성휴게소 종주 약 8km
시민들 즐겨 찾는 쉼터 같은 산…MTB 동호인들에겐 최고 인기

부락산은 넓은 흙길이 평탄하게 이어져 있고 운동기구와 쉼터도 많아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 없이 오를 수 있다.
부락산은 넓은 흙길이 평탄하게 이어져 있고 운동기구와 쉼터도 많아 남녀노소 누구나 부담 없이 오를 수 있다.
송북시장과 국제중앙시장, 그리고 신장쇼핑몰거리를 둘러봤다면 다음날 가볍게 봄 산행을 즐겨보자. 평평할 평(平)자를 쓰는 고장인 만큼 이 주변엔 높은 산이 드물다. 그래서 주민들이 즐겨 오르는 산이라 해봤자 해발이 200m도 되지 않는다. 평택에서 가장 높은 산이 백운산인데 높이는 192m에 불과하다. 그러니 150.5m의 부락산(負樂山)과 164m의 덕암산(德岩山)은 평택에서는 고산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부락산은 송탄 주민이라면 한 번쯤 가보지 않은 이가 없을 만큼 누구든 부담 없이 오를 수 있는 산이다. 무엇보다 부락산과 덕암산은 길이 넓고 경사도 가파르지 않아 MTB 동호인에겐 최고의 루트로 손꼽힌다. 이 부락산~덕암산 MTB 루트 때문에 평택에 눌러 산다는 동호인이 있을 정도니 그 절대적 신임이야 두말할 필요가 없다.

봄엔 꽃동산으로 변하는 부락산

등산으로 부락산만 올랐다 내려오기에는 조금 심심하다. 그래서 등산객들은 부락산과 덕암산을 잇는 종주를 많이 한다. 종주라고 해도 부락산~덕암산~부엉바위~안성휴게소까지의 거리가 8km 정도밖에 되지 않아 내친김에 안성휴게소에서 우동 한 그릇 먹고 왔던 길을 되돌아오는 이들도 많다.

부락산~덕암산 종주 코스를 함께한 이들은 송탄산악회의 오승수(79) 고문, 신재진(69) 고문, 그리고 장성재(58) 작가다. 송탄산악회는 송탄지역의 토박이 산악회로, 1988년 창립 이후 25여 년의 역사를 자랑하고 있다.

부락산과 덕암산 모두 확 트인 조망처는 없지만 길 곳곳에서 평택 시내를 바라볼 수 있다.
부락산과 덕암산 모두 확 트인 조망처는 없지만 길 곳곳에서 평택 시내를 바라볼 수 있다.
산행 들머리는 송탄출장소 인근 경기도립도서관사거리에 있는 부락산공영주차장이다. 이곳에는 넓은 주차장이 무료로 개방되어 있어 자가용을 이용하기에 더없이 좋다. 주차장 입구에서 이정표를 보고 길을 따르면 곧바로 부락산 산행이 시작된다. 깔끔하게 정비된 나무계단을 오르면 푹신한 흙길이 나온다. 도심에 있는 낮은 산답게 사람들이 어찌나 많이 오갔는지 길이 반질반질하다.

“조금 더 높은 덕암산보다 부락산이 유명해요. 부락산은 다 알아도 덕암산은 모르는 평택 사람들도 있고요.”

덕암산 정상을 지나 만나는 당산목. 나무 아래에는 사람들이 소원을 빌며 쌓은 돌탑이 있다.
덕암산 정상을 지나 만나는 당산목. 나무 아래에는 사람들이 소원을 빌며 쌓은 돌탑이 있다.
부락산은 조선시대 진위현(지금의 평택시 진위읍)과 평택현의 경계역할을 하는 산이었다. 그러다보니 문헌에서도 덕암산보다 부락산의 이름이 더 자주 기록되었고 사람들도 부락산을 더 많이 알게 되었다. <대동여지도>에도 부락산은 ‘불악산’이란 이름으로 표기되었다.

주차장에서 출발한 지 10분도 채 되지 않아 육각정 정자쉼터에 닿는다. 현대식 2층 정자인 육각정은 조망은 볼 만한 게 없지만 주변에 운동기구들이 많이 들어서 있어 사람들이 많이 모이는 장소다.

“부락산은 아기자기하게 즐길거리가 많은 산이에요. 봄이면 삼남로와 산 곳곳에 벚꽃이 펴 시민들이 꽃놀이하러 즐겨 찾곤 하죠. 개나리며 진달래, 철쭉 등도 좋고요.”
산 사진을 찍는 장성재 작가는 “낮은 동네 뒷산 같지만 사람들이 부락산을 많이 찾는 데는 이유가 있다”고 말했다.

육각정을 지나 곧이어 감시탑을 지난다. 300m를 지나면 또 다시 운동시설이 나온다. 작은 산에 운동시설이나 쉼터 같은 곳이 너무 많은 건 아닌가 싶었다. 결국 그곳은 풀과 나무를 베어내고 만든 자리일 것이다.

운동시설을 지나 500m쯤 가면 부락산 정상이다. 감시탑과 작은 정상석이 있다. 커다란 감시탑이 볼품없고 딱히 조망이 있는 것도 아니라 왼쪽으로 난 길로 계속 걷는다.

부락산 정상에서 940m 정도를 내려오면 흔치고개다. 옛날 ‘흰치고개’로 불렀다. 숲에 나무가 없어 벌거숭이 산이던 시절, 멀리서 이 고개를 보면 온통 하얀색이었다고 해서 그렇게 부르던 것이 지금은 흔치고개로 바뀌었다고 한다.

“자, 여기 와서 커피 한 잔씩들 하세요.”

흔치고개는 광장으로 꾸며져 현대식 화장실과 더불어 차와 간식을 파는 포장마차가 두 곳 있다. 그중 오늘은 왼쪽 가게만 ‘출근’한 모양이었다. 따끈한 커피 한 잔으로 몸을 녹이고 다시 덕암산으로 향한다.

포장마차 맞은편 언덕으로 오르면 덕암산으로 가는 길이다. 도로 위 동물생태육교를 지난다. 아래로 보이는 도로는 옛날 해남에서 한양까지를 잇던 삼남로를 포장한 317번지방도다.

“이곳은 삼남로가 지나던 대백치와 소백치입니다.두 고개를 합쳐 ‘흰치(흔치)고개’라고 불렀어요. 삼남로는 이몽룡이 걸었던 길이기도 하지요.”

생태육교 끝지점엔 ‘평택을 거쳐 간 이몽룡’이란 안내판이 설치되어 있다. 내용을 살펴보면 ‘암행어사가 된 이몽룡이 남원으로 한 걸음에 달려갔던 길이며 이몽룡이 춘향을 구해 다시 한양으로 올라가며 평택 지역의 풍광을 즐겼던 길’이란다. 봄이면 벚꽃길이 되는 명소이기도 하다.

육교를 지나면 ‘덕암산 정상 3.5km’ 이정표를 지난다. 정상까지 가는 길도 편안한 흙길이다. 운동기구며 쉼터도 곳곳에 나타난다.

1 흔치고개는 해남에서 한양까지 이어지는 삼날길이 지나는 곳이다. 2 흔치고개에서 차를 파는 포장마차. 등산객과 MTB 동호회원들이 한데 모여 차 한 잔 마시고 가는 쉼터다.
1 흔치고개는 해남에서 한양까지 이어지는 삼날길이 지나는 곳이다. 2 흔치고개에서 차를 파는 포장마차. 등산객과 MTB 동호회원들이 한데 모여 차 한 잔 마시고 가는 쉼터다.
작은 산에 99개의 마을이 들어서

“옛날엔 덕암산에 아흔아홉 골짜기가 있었는데, 골짜기마다 99개의 마을이 있었다고 해요. 덕암산이 있는 도일동의 도일(道日)은 ‘퇴일’ 또는 ‘퇴울’로도 불렀는데, ‘산골짜기 마을’이란 뜻이었다고 해요.”

산이 그렇게 높지 않으니 사람이 살기에 어렵지 않았을 것이고 삼남대로라는 큰 길이 지척을 지나니 다른 곳으로의 이동도 수월했을 것이다. 북쪽으로는 진위현이 있고, 서쪽으로는 부락산을 넘어 평택현으로 가기에도 수월했을 것이다.

덕암산 정상에 오른다. 이 부근에선 높은 산이라 해서 조망을 기대했으나 잡목이 우거져 시야가 가렸다. 커피 한 잔씩 마시고 하산하기로 한다. 배가 고파서인지 안성휴게소까지 가서 뜨끈한 우동 한 그릇을 먹을 생각에 발걸음이 빨라졌다.

부엉바위는 바위는 없고 이름을 적은 작은 비석만 있다. 일설에 의하면 부엉바위는 덕암산 장군봉에서 남쪽으로 2km쯤 떨어진 곳에 있는 기암이라고 하는데, 그 바위가 어느 것인지 정확히 아는 이가 드물다.

부엉바위를 지나면 내리막길이 이어진다. ‘용의 눈’이라는 이름의 작은 연못이 눈길을 끈다. 이 골짜기에는 ‘용의 눈’으로 불리는 연못이 두 개 있는데, 하나는 흐리고 하나는 맑다고 한다.

경부고속도로 아래 터널을 지나 안성휴게소에서 산행을 마친다. 늦은 점심을 먹기에 휴게소만 한 곳이 없다. 종주라고 하지만 가볍게 걸을 수 있어 송북시장을 둘러본 다음날엔 꼭 한 번 걸어보라 권하고 싶다.

산행가이드

부락산 단독으로는 등산의 재미가 없다. 등산의 기분을 느끼고자 한다면 부락산~덕암산을 연계하는 것이 좋다. 부락산공영주차장에서부터 덕암산 정상~안성휴게소까지 이으면 약 8km로 3시간 30분 정도면 산행을 마칠 수 있다. 덕암산 정상에서 왔던 길을 되돌아오거나 남쪽 능선을 타고 팔룡산(138m)까지 종주하고 원곡면사무소로 하산해도 괜찮다.

안성휴게소로 하산한 경우, 평동마을로 들어가 은산1리마을회관(은산노인정 앞, 삼봉집목판을 찾아서 가면 된다)에서 4번, 8번 버스를 타면 송탄 시내로 나올 수 있다.

두 버스가 30분 간격(매시 20분, 50분)으로 운행한다. 4번 버스의 경우 송탄제일중고등학교 정류소에 내려 150m 정도만 걸으면 들머리인 부락산공영주차장까지 갈 수 있다. 안성휴게소에 차를 대놓고 버스를 타고 부락산 들머리로 나와 산행을 시작하면 하산해서 편하다. 참고로 들머리 근처에 있는 이충문화센터공원에서 국제대학교에 이르는 도로는 봄이면 서울 여의도 윤중로 못지않게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는 길이니 꼭 한번 가보자.

교통  송북시장이나 부락산 등산로 입구나 전철을 이용하면 빠르고 편리하다. 송탄역에 내려 1-1번 버스를 타고 도립도서관이나 송탄제일중고등학교 정류소에 내리면 부락산공영주차장 들머리로 갈 수 있다. 버스를 타면 약 10분, 걸어서는 약 1.8km, 25분 정도 걸린다.

자가용을 이용할 경우, 경부고속도로를 이용해 안성휴게소로 가거나 오산IC로 나와 1번국도를 타고 남쪽 방향으로 내려오다가 라이프아파트사거리에서 우회전하면 송북시장으로 갈 수 있다. 부락산공영주차장은 조금 더 내려오다가 경기도립사거리 직전 육교를 지나 바로 신호를 받아 좌회전하면 이정표가 보인다.

송탄 햄버거.
송탄 햄버거.
숙식(지역번호 031)  송탄시외버스터미널 주변에는 모텔이 많고 신장쇼핑몰거리 쪽에는 관광호텔이 밀집해 있다. 프린스관광호텔(611-6000), 월드관광호텔(667-5300), 태평양호텔(662-6047), 뉴서울호텔(666-5889) 등.

평택국제중앙시장 근처에서는 소위 ‘송탄3대 햄버거’가 인기다. 미스진(667-0656), 미쓰리(667-7171), 송쓰버거(667-7080)가 모두 국제시장 근처에 있다. 송탄부대찌개가 우명한 곳으로는 중앙시장 김네집(666-3648), 서정동의 송탄최네집부대찌개(663-8922) 등이 있다. 부대찌개 1인분 8,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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