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속기 다단화 전쟁.. 기어, 몇 단까지 올려 봤니?

김준 선임기자 입력 2015. 5. 3. 21:46 수정 2015. 5. 4. 09:20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크라이슬러 200, 최초 9단 장착.. 벤츠, 후륜에 강점 '9G 트로닉'
5~6단보다 가속력·연비 향상.. 폭스바겐·포드, 10·11단 준비

메르세데스 벤츠와 폭스바겐 같은 글로벌 자동차 업체들이 자동변속기 단수 높이기 경쟁을 펼치고 있다. 자동변속기는 10년 전만 해도 4단과 5단 변속기가 주종이었다. 최근에는 6, 7, 8단에 이어 9단 변속기를 장착한 차량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10단 자동변속기를 단 승용차가 도로를 달릴 날도 머지않은 것이다.

메르세데스 벤츠 9단 자동변속기

■ 벤츠, 크라이슬러는 9단 장착

9단 자동변속기를 의욕적으로 채택하는 메이커는 피아트크라이슬러(FCA)다. 3일 FCA코리아에 따르면 크라이슬러는 중형 세단 '200'에 세계 최초로 9단 자동변속기(앞바퀴 구동방식용)를 장착했다. 변속기 전문 메이커 독일 ZF사와 공동 개발했고, 크라이슬러가 미국에서 생산하고 있다.

기어단수가 많은 만큼 종전 6단보다 낮은 엔진 회전에서 같은 속도를 낼 수 있어 연비가 절약된다. 무게는 6단 변속기보다 13.6㎏ 줄었다.

크라이슬러는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지프 체로키에도 9단 자동변속기를 적용했다. 200 모델과 같은 ZF 제품이다. 종전 6단 자동변속기에 비해 10~16%의 연비 개선 효과가 있다. 고속주행 시에도 엔진 회전수가 1500rpm 안팎으로 유지돼 소음도 줄었다.

지프와 함께 SUV의 양대 산맥으로 불리는 랜드로버도 9단 자동변속기 채택을 확대하고 있다. 체로키에 사용되는 ZF 제품으로 레인지로버 이보크와 최근 출시된 디스커버리 스포츠에 사용됐다.

메르세데스 벤츠가 개발한 제품 '9G 트로닉'은 뒷바퀴 굴림 방식에 특화된 변속기다. ZF가 개발한 9단 자동변속기가 앞바퀴 굴림과 4륜구동 방식에 초점을 맞춘 것과 차별화된다.

메르세데스 벤츠는 2013년 E350 블루텍, E220 블루텍, 메르세데스 마이바흐 S500 모델에 이 변속기를 채택했다. E350 기준으로 이산화탄소 배출량은 ㎞당 144g에서 138g으로 6g 줄었다. 알루미늄과 마그네슘 합금을 사용해 종전 7단보다 기어가 늘었음에도 무게는 1㎏ 가볍다.

폭스바겐은 9단을 넘어 10단 변속기 시대로 접어들 채비를 하고 있다. 변속이 빠른 듀얼 클러치 방식으로, 신형 파사트에 가장 먼저 적용한다고 밝혔다. 포드는 11단 변속기 기술을 미국 특허청에 이미 신청했다.

크라이슬러 '지프 체로키' 9단 자동변속기

■ 효율보다는 마케팅 전략?

변속기 단수가 5단이나 6단에서 8단과 9단으로 늘어나면 가속성능과 연비 효율을 동시에 높일 수 있다. 쉽게 말해 1단과 2단에서는 가속성능을 높이기 쉬운 기어를 물릴 수 있고, 8단과 9단에서는 연비를 높이기에 적합한 기어를 물릴 수 있는 것이다. 특히 같은 속도로 달려도 변속기 단수가 높으면 엔진 회전수(rpm)를 낮출 수 있다.

다만 단수를 늘린다고 좋은 것만은 아니다. 단점이 있다. 다단화로 인해 구조가 복잡해져 내구성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질 수 있다. 유성기어 세트 같은 주요 부품이 늘어나게 돼 무게가 무거워진다.

기계 구조가 복잡해지면서 이를 제어할 수 있는 정교한 기술도 필요하다. 당연히 가격도 올라간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무게를 늘리지 않으려다 보니 변속감이 떨어지거나, 9단 변속기지만 고속에서도 9단은 잘 들어가지 않고 8단에 머무는 변속기가 장착된 차도 있다"고 말했다.

8단 자동변속기를 제네시스와 에쿠스에 사용하고 있는 현대차도 이 같은 이유 때문에 9단이나 10단 변속기 양산을 저울질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효율보다는 마케팅 전략으로 9단 변속기가 활용되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단수가 높을수록 최신이나 첨단 또는 고성능, 친환경 차량이라는 이미지를 심어줄 수 있다는 것이다.

<김준 선임기자 jun@kyunghyang.com>

Copyright © 경향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