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하십니까] 학생 "원룸 주인 밥그릇 지키기".. 주민 "환경 파괴"

유소연 기자 2015. 5. 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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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大學 기숙사 신축' 반대하는 지역주민] 기숙사 신축 추진중인 高大, 환경보전·시설개방 약속에도 주민들 '반대 서명 운동' 펼쳐 일부 대학 주변 주민들은 대놓고 "생존권 침해" 주장도

"원룸 평당 월세 10만원, 이곳이 강남? 더 나은 교육을 위한 좋은 기숙사를 고대합니다."(고려대 총학생회)

"'성북구민의 허파' 개운산은 후손에게 물려줄 귀중한 재산입니다. 개운산의 생명을 지켜주세요."(개운산사랑성북구연합회)

요즘 서울 성북구 안암동 일대엔 고려대 대학기숙사 신축 문제를 놓고 고려대 총학생회 측과 개운산사랑성북구연합회의 주장이 담긴 현수막 10여개가 걸렸다. 고려대가 2013년 12월 "성북구 개운산에 학교가 소유한 부지 8만7000여㎡ 중 4500여㎡에 기숙사 6개 동을 새로 짓겠다"는 계획을 발표하자 성북구 일부 주민들이 반발하면서 시작된 갈등이 서로 현수막까지 내걸고 다툴 정도로 깊어진 것이다. 최근엔 성북구 주민들이 기숙사 신축에 반대하는 주민 서명에 나서고, 이에 맞서 고려대 총학생회가 투표권을 확보해 정치적 실력행사에 나서겠다며 학생들의 성북구 주소 이전 운동에 나선 상황이다. 이 바람에 고려대 기숙사 신축 사업은 계획 발표 1년 반이 다 되도록 첫 삽도 뜨지 못했다.

양측은 '학생 주거권 보장'(고려대·고대 총학생회)과 '환경 보전'(일부 성북구민)을 내걸고 싸우고 있다. 학교 측은 월 40만~50만원에 달하는 학생들의 월세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 기숙사 신축이 불가피하다는 입장이지만, 주민들은 기숙사를 짓는 것 자체가 환경을 훼손하는 것이라며 맞서고 있다. 기숙사를 신축하려는 부지가 1996년 성북구청에서 수립한 개운산근린공원 조성계획의 적용을 받는 곳이어서 성북구의 자문과 서울시 도시공원심의위원회의 인가를 받아야 한다. 고려대 총장 등이 구청장을 만나 협조를 요청했지만 선거로 뽑힌 구청장으로선 선뜻 수용하지 못하고 있다.

고려대는 그동안 주민 설명회와 공청회 등을 갖고 "기숙사 신축 시 테니스장 등을 기숙사 근처에 설치해 주민에게 개방하겠다"며 주민 설득 작업도 해왔다. 하지만 성북구청은 지난해 8월 "주민들의 의견 수렴이 충분치 않다"며 고려대가 의뢰한 공원조성계획변경 자문 요청을 반려했다. 상황이 이렇게 되자 고려대 총학생회에서 최근 "주민들이 주장하는 환경보호는 핑계이고, 사실상 원룸 임대업자들의 밥그릇 지키기"라며 비판하고 나섰다. 신홍규 고려대 총학생회 집행위원장은 "학교에서 '개운산을 보존하고 주민들의 편의시설도 함께 만들겠다'고 대안을 내놓았는데도 주민들이 반대하는 이유가 무엇이겠느냐"고 말했다.

이화여대도 비슷한 문제를 안고 있다. 이화여대는 북아현숲 1만여㎡ 부지에 2344명을 수용할 수 있는 기숙사 6개 동을 짓기 위해 지난해 7월 공사에 들어갔다. 이에 인근 주민들로 구성된 우리생존권대책위 등이 지난해 11월 "이화여대가 기숙사를 건립해 숲을 파괴한다"며 감사원 감사까지 청구했다. 이 밖에 경희대가 교내에 기숙사를 지으려다 인근 원룸 주인 등의 반대에 부딪혔다가 작년 말 간신히 동대문구청의 허가를 받았고, 홍익대는 기숙사 건축을 허가하지 않은 마포구청을 상대로 행정소송까지 내는 등 대놓고 '생존권 침해'를 내건 주민들의 반발에 부딪힌 사례도 있다.

서울권 대학 곳곳에서 기숙사 신축 문제가 주민과 갈등을 빚는 이유는 대학 기숙사의 학생 수용률이 평균 14%대(서울권)인 상황에서 상당수 학생은 학교 주변 원룸 등에서 월세를 살아왔기 때문이다. 지난 1월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의 '대학생 원룸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수도권 원룸 세입자 대학생들은 평균 보증금 1418만원, 월세 42만원짜리 방에 사는 것으로 조사됐다. 반면 기숙사 비용은 한 학기에 70만~150만원 정도로 월세방의 절반 이하 수준이다. 이 때문에 도심의 특수성을 감안해 환경 보전과 학생 주거권을 조화시키는 수준에서 기숙사 신축을 허가하거나, 대학 주변 다세대 주택 등을 대학 측이 사들여 기숙사화하는 방안 등 절충점을 찾아야 한다는 주장도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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