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값·성매매 비용으로 500여만원 썼는데 친목모임?

2015. 5. 1. 20: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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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대기업 대관업무 담당자들이 보는 '국세청·감사원 간부 성매매 사건'

'뇌물수수 혐의' 적용하지 않은 경찰 수사 결과에 의문 제기

웬만한 대기업은 정치권과 정부기관을 맡는 대관 업무 조직을 따로 두고 있다. 각종 법률·세제·정책과 규제, '오너 리스크'에 민감하다 보니 힘센 기관들을 수시로 만나 정보를 모은다. 이 과정에서 접대도 자연스럽게 이뤄진다.

1일 이들 대관 담당자들에게 지난 30일 경찰이 내놓은 국세청·감사원 간부들의 성매매 사건 수사 결과를 어찌 보는지 물어봤다. 경찰은 "술값과 성매매 비용 500여만원을 개인 돈으로 처리했으니 대가성이 인정되지 않는다" "180만원을 각자 현금으로 나눠 냈다고 하니 대가성을 알 수 없다"며 뇌물수수 혐의를 적용하지 않았다. 대관 담당자들은 "상식적으로 단순한 친목모임이었겠느냐"고 반문했다.

10대 그룹 대관 담당인 ㄱ씨는 "대관 업무의 특성상 학연·지연 등 친목관계를 바탕으로 상대방을 만나는 경우가 많다. 특정 현안을 해결해달라는 게 아니라도 목적 없는 만남이 있기 어렵다"고 했다. 접대를 받은 국세청 간부는 삼일회계법인 임원과 대학 동문이었다.

기업내 '정치권·정부 업무' 담당자들"목적 없는 만남 있기 어렵다""운이 없어 걸렸다고 봐야" 지적도

동원 가능한 모든 인맥을 활용해야 하는 대관 업무 특성상 대기업들은 내부 직원뿐만 아니라 언론인, 법조인, 경찰, 국회 보좌진 등 다양한 출신을 영입해 대관 조직을 꾸린다. 공기업도 관련 부처와 국회 등의 동향을 파악하기 위해 대관 담당자를 두는 게 일반적이다. 감사원 간부들 접대는 피감기관인 한국전력 직원이 했다. ㄱ씨는 "양쪽이 2명씩 짝을 맞춰 나온 국세청·감사원 사례처럼 접대를 하는 쪽과 받는 쪽이 인원수를 맞춰 나오는 게 관례다. 하지만 이번처럼 2차(성매매)까지 이어지는 경우는 드물다"고 했다.

접대 비용에 대한 경찰의 판단도 납득하기 어렵다고 했다. 5대 그룹 대관 담당자 ㄴ씨는 "회계법인 임원이 자기 돈으로 냈다는 접대비 500만원은 누가 봐도 개인이 내기에는 부담스러운 액수 아니냐"고 했다. ㄱ씨는 "법인카드를 쓰고 나서 '사후 청구'를 하는 게 일반적이다. (성매매가 들통나) 문제가 되니 어쩔 수 없이 개인 돈으로 처리한 것 아니겠느냐"고 했다.

중견기업에서 홍보와 대관 업무를 하는 ㄷ씨는 "회계법인과 한전 쪽이 경찰 단속에 걸린 건 운이 없었을 뿐이라고 봐야 한다. (단속에 걸리더라도) 대가성 입증이 어렵다는 사실을 알고 한달에 몇천만원씩 쓰는 대관 담당자들도 꽤 된다"고 했다.

이번 사건을 계기로 노골적인 접대를 잠시 자제하는 분위기도 보인다. ㄴ씨는 "사건 직후 (공무원 등을 만날 때) 되도록 점심을 먹고 저녁은 가급적 간단하게 끝내라는 지침이 내려왔다. 친분 있는 선후배 사이라도 저녁 자리는 간단하게 하라는 취지"라고 했다.

김성환 기자 hwan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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