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은 지금 중증 '디지털 치매'에 걸려있다

김헌식 문화평론가 입력 2015. 4. 27. 09:53 수정 2015. 4. 27.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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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헌식 문화평론가]

2014년부터 올해에 이르기까지 유행하는 단어 가운데 하나는 결정장애 혹은 결정장애 세대라는 말이다. 결정장애는 결정을 제 때 적절하게 하지 못하고 마는 현상을 말한다. 또한 그런 결정장애 현상이 집중적으로 나타나는 이들을 묶어서 결정장애 세대라고 일컫는다. 이렇게 결정장애 현상을 겪고 있는 이들이 많다는 것은 어떤 원인이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 하나가 디지털 정보화다. 그간 이를 결정장애 현상과 연결짓지 못하고 다른 문제점을 적극 부각해 왔는데 대표적인 것이 '디지털 치매'(digital dementia)이다.

뇌 과학자 만프레드 슈피처는 디지털 치매를 '디지털 기기의 잦은 사용으로 뇌 기능이 손상되어 인지 기능을 상실하는 치매의 일종'이라고 했다. 이 디지털 치매에 걸리면 스스로 기억하고, 생각하고, 고민하는 것이 없어진다. 스마트 환경에서 정보기술(IT) 기기에 의존하기 때문에 일어나는 증상이다. 언제 어디서나 정보를 검색을 하면 되기 때문이다. 대화를 하다가 필요한 것을 찾으려면 언제든 스마트폰 검색을 할 수 있다. 전화번호와 메시지 내용도 기억할 필요가 없다. 강의 필기도 사진으로 찍고 지하철역명이나 도로위치도 외울 필요가 없다. 언제든 앱을 통해 찾을 수 있기 때문이다.

갈수록 기억이 가물가물해지고 내가 아는 것이 맞는 것인지 올바른지 판단하기 쉽지않아 다시 웹검색이나 앱이용에 의존하게 된다. 의학계에서는 디지털 치매 현상을 '단기적 기억력 저하'라고 보고 있다. 흔히 디지털 치매가 기억력 감퇴에만 머문다고 생각이 되기 쉽지만 정신적인 능력, 사고와 비판 능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런데 이렇게 기억력이나 사고력에 대한 부정적인 영향도 있지만 잘 알려지지 않은 부작용이 있다. 바로 결정장애 현상이다. 디지털 정보와 자료의 범람은 어떤 것을 선택해야할지 망설이게 만든다. 이는 다양성을 보장하는 방책이 오히려 역효과를 나타낼 수 있다는 점을 잘 보여주고 있다.

사회심리학자 배리 슈워츠(Barry Schwartz)는 '선택의 패러독스(The Paradox of Choice)'라는 개념을 통해서 결정장애의 상황을 설명한 바가 있다. 매장에 많은 상품을 진열하면, 선택의 폭이 넓어질 수 있기 때문에 많은 소비자들의구매가 늘어날 것으로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많은 실험을 통해 증명되었듯이 물건이 많이 진열되어있을 수록 사람들은 물건을 사기보다는 아예 매장을 떠나고 말았다. 너무 많은 상품은 오히려 사람들의 선택을 지연시키거나 혼란스럽게 만들었기 때문이다.

디지털 스마트 환경에서는 너무나 정보들이 많고 그 정보들이 맞는지 확정할 수 없을 정도로 실시간으로 바뀔 때가 빈번하다. 상품을 살 때도 다른 곳에서 저렴하게 살 수 있거나 제품 평가가 달리 나오는 경우도 많다. 그렇기에 새로운 정보나 사실 때문에 자신의 선택에 대해서 후회의 감정이 들까봐 공포스러운 상태에 빠진다. 나아가 진로나 직장을 선택하거나 아니면 취미 생활, 그리고 인간관계에서도 쉽게 결정을 하지 못한다. 다른 것들이 더 좋아보이거나 나은 것으로 보인다. 중요한 것이 있어 곧 선택을 후회할 것 같다.

다른 좋은 것을 선택하지 못했다는 후회의 감정에 빠지는 것은 고통스러운 일이다. 자신의 잘못이라고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그러나 사실 그 사람 잘못이 아니라 그러한 상황에 자신이 빠져 있다는 것이 문제인데 말이다. 특히, 한국사회에서는 다른 사람의 평판이 중요하기에 더욱 신경이 쓰이기 마련이다. 내가 선택한 것이 별로 나은 게 아니라는 말이 나올까 두려워 선택을 아예 미루게 된다. 무엇보다 디지털 공간의 평가나 담론 속 타인의 견해에 대해 매우 신경쓸수록 더욱 그러하다.

결국 디지털 정보화 시대의 부작용이다. 그렇기에 디지털 정보화 기기에 지나치게 의존하는 것은 지양해야 한다. 그안의 수많은 자료와 평가들에 매우 연연해하는 것은 오히려 적절한 판단과 실천을 저해함을 인지해야 한다. 무한한 정보의 바다도 자신의 기준과 판단이 없으면 표류하기만 한다. 우리의 사고와 판단을 존중하고 신장시켜야 한다. 그런 측면에서 디지털 정보기기보다는 우리의 이성을 더 신뢰해야 한다.

글/김헌식 문화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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