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이 둘이라도 모자란 은행 CEO, 그들이 보는 책은
(서울=연합뉴스) 송광호 기자 = 윤종규 KB금융회장은 지주사인 KB금융과 주력 계열인 국민은행을 동시에 맡고 있다.
늘 바쁜 일상일 수밖에 없지만 틈나는 대로 책장을 넘긴다고 한다.
윤 회장은 최근 간부회의를 주재하면서 돌연 주말에 읽은 책 이야기를 꺼냈다.
일본의 IT 저널리스트 마키노 다케후미가 쓴 '구글의 철학'이다. 끊임없이 새로움을 추구하는 구글이 초일류 기업이 되는 과정과 성공의 비밀을 담은 실용서다.
윤 회장은 구글의 사례를 통해 "철저하게 고객 중심적인 마인드"를 주문했고, 임원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미션부터 실행까지 고객을 중심으로 생각하는 구글의 자세가 인상적이었다. 우리는 말로는 고객이 중요하다고 하면서 행동은 이율배반적인 경우가 있다. 좋은 인재를 뽑아서 훈련시켜야 한다는 생각도 다시 했다. 결국 일이란 사람이 하는 것 아닌가."
윤 회장은 평소 역사서와 종교서를 즐겨 읽지만 업무 특성상 경영·실용서도 두루 섭렵한다고 한다. 시간이 항상 부족해 비즈니스 책은 주로 정독보다는 중요한 부분만 발췌해서 읽는 편이다.
김정태 하나금융지주 회장도 역사서를 즐겨 읽는다. 최근에는 중앙대 권중달 명예교수가 사마광(1019~1086)의 '자치통감'을 요약 정리한 '자치통감사론강의'를 임원들에게 나눠줬다.
'자치통감'은 춘추전국시대부터 조광윤이 송나라를 건국할 때까지 도도한 중국역사의 흐름을 담은 역사서로, 마오쩌둥(毛澤東)이 일평생 한시도 손을 뗀 적이 없다고 말한 유명한 책이다.
국내에 번역된 '자치통감'은 32권에 이를 정도로 방대하지만 김 회장이 임원들에게 나눠준 '자치통감사론강의'는 2권 분량이다. 요약본이라도 쉽게 도전할 만한 책은 아니다. 자그마치 1천300쪽이 넘는 두께를 자랑한다.
김 회장은 중국 인문대 교수인 렁청진(冷成金)의 '제왕과 책사' 같은 역사서와 다수의 경영서는 물론 내대니얼 호손의 '주홍글씨' 같은 문학 책을 종종 임직원들에게 나눠준다고 한다.
하나금융의 한 임원은 "주로 자투리 시간에 책을 많이 읽고, 자주 임원들에게 책을 건네며 독서를 권장한다"며 김 회장의 독서 습관을 전했다.
경영·경제를 주제로 다룬 실용서를 즐기는 CEO들도 많다.
한동우 신한금융지주 회장은 지난 9일 경기도 기흥 신한은행연수원에서 열린 경영포럼에서 테렌스 딜과 앨런 케네디가 공동 집필한 '기업문화' 얘기를 했다.
그는 이 책을 언급하면서 "기업은 재무계획, 인사규정, 비용관리 같은 것으로 움직이는 게 아니라 가치와 의례, 의식 등 문화적 네트워크에 따라 움직인다"며 기업문화의 중요성을 강조했다고 한다.
이광구 우리은행장은 '뱅크 2.0' 이나 '뱅크3.0' 등 은행 경영과 관련된 책을 숙독하는 편이다.
그는 최근에 핀테크(fintech·정보기술과 금융의 융합)에 열중해 있다고 우리은행 관계자가 귀띔했다.
buff27@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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