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호사 2만명 시대..로펌도 스팸문자 보내며 호객행위

안준용 기자 2015. 4. 24. 13: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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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 경매, 민사, 형사 법무법인 ○○ (로펌 광고) 안산법원 앞’

서울 마포구에 사는 주부 이모(34)씨는 최근 이런 문자메시지 한 통을 받았다. 서울과 경기도 안산에 각각 사무실을 두고 있는 한 중소 로펌의 스팸 광고 메시지였다. 김씨는 “지금까지 각종 스팸 문자를 받아봤지만 요즘엔 로펌까지 이런 문자를 뿌리는 줄 몰랐다”면서 “변호사들도 우리 서민들처럼 먹고 살기가 쉽지 않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고 했다.

변호사 2만명 시대, 대형 로펌의 틈바구니에서 살 길을 도모하는 중소 로펌의 생존 방식이 다양해지고 있다. 문자 메시지로 스팸 광고를 뿌리는가 하면,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 등으로 소송인단을 모으기도 한다.

대한변호사협회에 등록된 변호사 숫자는 작년 9월 2만명을 넘어섰다. 법학전문대학원(로스쿨) 도입 이후 한 해 2000 명 넘는 변호사가 쏟아지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법조계에서도 특히 직격탄을 맞은 곳이 바로 중소 로펌이다. 10대 로펌은 대기업을 비롯한 ‘고정 고객’들이 있지만 기댈 곳이 없는 중소 로펌들은 생존 경쟁이 치열하다. 서울 서초동의 한 중소 로펌에 다니는 변호사 박모(33)씨는 “말 그대로 ‘무한 경쟁’이다. 수익이 될 만한 사건은 대형 로펌으로 몰리기 때문에 임대료나 직원 월급을 감당하려면 변호사들이 물불 가리지 않고 영업 전선에 뛰어들어야 한다”고 했다.

인천의 한 로펌은 자체적으로 스마트폰 앱 서비스를 내놨다. 의뢰인들에게 사건 별로 일대일 맞춤 법률 상담을 해주면서 동시에 로펌을 홍보하기 위해서다. SNS로 담당 변호사와 실시간 상담할 수 있는 창구도 열어놨다. 최근 서울 서초동의 또 다른 로펌은 아예 항공기 소음 피해 집단소송 참가자를 모집하기 위한 수단으로 스마트폰 앱을 만들었다.

중소 로펌들의 이런 ‘기획 소송’은 의료, 건축 등 분야를 막론한다. 변호사들이 하자가 발생한 아파트의 입주민들을 일일이 찾아다니며 소송거리를 찾기도 하고, 올 2월에는 개인정보 유출 등 기획 소송 참가자를 모집하는 전문 인터넷 사이트까지 등장했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대형 로펌을 못 갈 바엔 중소 로펌을 택하기보다 아예 다른 길을 찾겠다는 젊은 변호사들도 늘고 있다. 국선 전담 변호사나 변호사 자격증을 요구하는 5∼7급 공무원이 대표적이다. 2006년 도입된 국선 전담 변호사 경쟁률은 2007년 1.9대 1에서 해마다 올라, 올해는 38명 모집에 349명이 지원했다. 경쟁률이 9.2대 1에 달한다. 로스쿨 출신 변호사 황모씨는 “법조계 전반이 어렵다보니 변호사 개인이 아파트나 빌라, 단독주택 등 자택을 주소로 등록하는 ‘재택 개업’도 느는 추세”라며 “특히 젊은 변호사 상당수는 작은 로펌보다 훨씬 안정적인 공기업이나 대기업, 공익 단체 등을 선호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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