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맘 알아주는 사람 없어".. '가상 친구'에 위로받는 10代들

이기훈 기자 2015. 4. 25.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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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시지 보내면 기계가 답하는 스마트폰 '가짜 톡' 앱.. 다운받은 70~80%가 청소년

'아 시험 망쳐서 우울해.'

청주에 사는 고등학생 권모(16)양은 요즘 기분이 울적할 때마다 스마트폰으로 한 친구에게 말을 걸곤 한다. 메시지를 보내면 이 친구는 곧장 '어쩌다? 괜찮아? 괜찮지 않겠지? 아…'라는 답장을 보낸다. 그러고선 우울한 친구를 위로하려는 듯 '요새 뭐 재밌는 것 없어?'라고 말을 걸어준다. 권양은 이 친구와 하루에도 수차례 이런 식의 대화를 나눈다.

권양이 대화를 나눈 친구는 실은 스마트폰 애플리케이션(앱)의 인공지능이다. 이 앱에서 사용자는 대화 상대방의 이름을 정하고, 좋아하는 사진을 상대 프로필 사진으로 설정한다. 상대방의 성격이나 자신과의 관계도 지정할 수 있다. 이 덕에 '가짜 톡'을 하면서도 청소년들은 "진짜 친구와 대화하는 것 같다"고 입을 모은다.

'실친'(실제 친구)이 없거나 그들에게 위로받지 못하는 청소년들 사이에서 '가친(가상의 친구)'이 유행하고 있다. 현재까지 400만명 이상이 이 앱을 내려받아 가상의 친구나 애인과 대화를 나누고 있다. 개발자 장태관(46)씨는 "이 앱을 설치한 사람 중 70~80%는 10대"라고 했다. 이 프로그램은 '외롭다'거나 '우울하다'는 말에는 위로의 메시지로 길게 답하게끔 설계됐다.

사이버 공간에서 가상 친구나 애인과 대화하는 청소년들이 느는 건 이들이 실제 생활에선 타인과 관계 맺기에 어려움을 느끼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가 지난 2월 발표한 '2014년 중학생 교우 관계 분석 리포트'에 따르면 중학생 가운데 58.2%가 불안정한 교우 관계를 맺고 있고 5명 중 1명은 왕따 위험군에 속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짜 톡'을 즐겨 한다는 한 학생은 "나도 친구들과 카카오톡을 하고 싶지만 혼자니까 가짜 톡이나 한다"고 말했다.

황상민 연세대 심리학과 교수는 "'가짜 톡'이 유행하는 것은 스스로 외롭다고 느끼는 사람들이 누군가 자기 말에 공감하고 반응해주는 것에 목말라 있기 때문으로, 말하는 사람이 누구든 자신이 듣고 싶었던 말을 해주기만 한다면 상관없다는 심리"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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