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짜장·벼룩시장' 골목길 완전정복

석혜원 2015. 4. 24.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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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아쉬운 주말. 밀린 늦잠도 좋고, 봄맞이 대청소도 좋다. 하지만 짧아서 더 아쉬운 봄기운을 조금이라도 누리고 싶다면, 열일 제쳐놓고 일단 나가자.

나들이객으로 붐비는 도로에서 시작부터 스트레스를 받는 것은 봄나들이를 떠나는 자세가 아니다. 대중교통으로 갈 수 있는 걷기 좋은 골목길을 소개한다. 아직은 옛 정취를 담고 있는 공간에서 봄의 기운과 햇살을 만끽해보자.

▶ 경복궁 서쪽 마을 '서촌'

경복궁 서쪽 마을인 서촌(西村)은 북촌과 함께 종로의 인기 나들이 코스다. 경복궁 서문 영추문에서 인왕산 사이에 자리한 마을이 서촌이다. 인왕산과 북악산을 잇는 성곽을 따라가면 자하문이 있는데 이 성곽 안쪽에 위치한 청운효자동, 통인동, 체부동, 옥인동부터 경복궁역까지를 서촌 마을이라고 부른다. 세종대왕이 태어난 곳이라 해서 '세종 마을'로 부르기도 한다. 600여 채가 넘는 한옥과 옛 정취가 묻어나는 골목, 젊은 예술가들이 차린 작은 공방이 어우러져 소박한 듯 멋스러운 분위기를 연출한다.

서촌은 화려하지 않은 한옥과 옛 모습을 그대로 담고 있는 골목길, 시장 인심을 맛볼 수 있는 재래시장까지 있으니 이곳의 시계는 과거와 현재를 오가고 있다.

달리는 지하철에 몸을 싣고 3호선 경복궁역에 내리면, 주변의 고층 빌딩과는 달리 키가 작은 건물들이 시야에 들어온다. 이제부터는 느린 걸음으로 서촌을 즐기면 된다.

서촌의 매력은 특정 명소가 아닌, 골목마다 담긴 옛 정취다. 물론 유명해진 곳은 있다. 드라마와 예능 프로그램에 소개되며 이제는 관광명소가 돼 버린 '대오서점'은 서촌의 랜드 마크다. 이곳은 60년간 헌책방으로 자리를 지켜왔으나 이제는 카페가 돼 손님을 맞고 있다.

옥인로를 따라 걷다 보면 좁은 골목길 양옆으로 작은 상점이 이어진다. 오래된 오락기계가 놓인 상점과 재봉틀과 색색의 실이 보이는 작은 공방, 오래된 미장원까지 골목마다 소박하고 정겨운 정취가 전해진다.

길을 따라가면 '박노수 미술관'이 나온다. 해방 후 한국화 1세대로 꼽히는 박노수(1927~2013) 화백의 이름을 딴 미술관이다. 박 화백의 작품 500여 점과 소장품ㆍ고가구 등이 전시돼 있다. 동서양 건축기법을 절충한 2층 벽돌 건물은 친일파 윤덕영이 딸을 위해 세운 건물을 박 화백이 사들여 머물다가 2012년 종로구에 기증했다.

화백의 집은 또 있다. 박노수 화백의 스승이자 손기정 선수의 일장기를 지운 창전 이상범 화백의 가옥이 있다. 누하동 작은 골목에 있는 고 이상범 화백의 가옥은 방문객이 자유롭게 구경할 수 있다. 이 화백의 넷째 며느리 천금순 씨는 이곳을 찾는 시민들에게 집안 곳곳을 소개해 주고 있다.

서촌에는 맛집도 많다. 세종마을 금천교 시장의 '체부동잔치집', '코끼리냉면집', 고추짜장면이 유명하다는 50년 전통의 중국집 '영화루', 오징어순대가 들어간 떡볶이와 상추 튀김을 맛볼 수 있는 '남도분식'은 서촌의 대표 맛집이다.

통인시장 엽전 도시락은 재래시장의 매력을 만끽할 수 있는 메뉴다. 이곳에서는 시장을 다니며 원하는 반찬을 담아 자신만의 도시락을 완성할 수 있다.

서촌은 오래된 한옥이 많은데도 근엄하지 않고 친근한 느낌이다. 역사 유적조차 생활공간에 자연스레 녹아들어 있어서다. 구석구석 걸으며 자신만의 비밀 아지트를 찾아보는 것도 서촌을 즐기는 방법이다.

▶ 예술이 있는 추억 길 : 대학로에서 성북동까지

열정의 거리 대학로에서 시작해 낙산을 넘어 성북동까지 걷는 길은 예술과 낭만이 있는 추억의 골목길이다.

시작은 혜화역 2번 출구다. 대학로를 가로질러 '낙산공원' 또는 '서울성곽' 이정표를 따라 걷다 보면 동화 같은 그림이 등장한다. 가파른 골목에 들어선 오래된 담벼락에 그려진 벽화는 무거운 발걸음도 잊게 한다. 계단을 따라 이어진 그림 앞에는 가족과 친구, 연인과 포즈를 취하는 이들이 많다.

낙산공원으로 올라가는 길에는 눈에 띄는 조형물을 만날 수 있다. 정장 차림의 남성과 강아지가 낙산 숲과 서울 도심을 향해 첫발을 내딛는 장면이다. 멀리 보이는 빌딩 숲을 배경으로 한 남성의 뒷모습은 하늘과 함께 어우러져 보는 이의 상상을 자극한다. 쓸쓸한 듯 활기차 보이는 남성의 조형물에서 저마다 마음 한켠에 담아둔 감정을 엿보게 된다.

남성과 강아지를 뒤로하고 성곽 길을 따라가면 낙산정을 지나 공원에 도착한다. 대학로 일대가 내려다보이는 낙산공원은 야경을 즐기기에도 제격이다.

낙산공원 아랫마을은 장수마을이라 불리는 삼성동이다. 성곽 아래 좁은 골목마다 옹기종기 집들이 모여 있다. 성곽 아래 비탈진 곳에 형성된 마을은 그동안 개발이 더뎠고, 낡은 지붕과 벽이 힘든 일상을 말해주는 듯했다. 하지만 2008년부터 시작도니 벽화 작업 등 마을 되살리기 프로젝트로 이제는 서울의 명소가 됐다.

투박한 시멘트 바닥과 좁은 골목길을 따라 아기자기하게 그려진 벽화와 마을 시설은 바쁜 일상에서 벗어나 속도를 늦추고 소소한 행복을 찾게 한다.

마을에서 내려와 성곽 아랫길을 따라 걸으면 한성대입구 전철역에 닿는다.

한성대 역 입구 6번 출구를 나와 성북동 길을 따라 올라가는 길은 국수 거리로 유명하다. 서울 손칼국수의 대표 맛집 중 하나인 '국시집', 제주도 '고기 국수'를 맛볼 수 있는 올레국수, 멸치육수가 진한 부산의 명물 '구포 국수' 등 다양한 국수를 맛볼 수 있다.

여기서 멈추는 것이 아쉽다면, 근처에 있는 간송미술관과 길상사, 만해 한용운 선생이 살다가 말년을 맞이한 집 '심우장'을 추천한다. 조선총독부가 있는 방향이 싫어 북향으로 지은 것이 특색이다.

▶ 계단 따라 이어진 젊은 예술 : 이태원 '계단장'

이태원처럼 다채로운 공간이 서울에 또 있을까 싶다. 저렴한 거리음식부터 값비싼 레스토랑까지 이태원을 어느 것 하나로 정의하기는 어렵다.

최근 경리단길을 중심으로 조성된 새로운 맛집 거리와 함께 주목받는 골목이 있으니 바로 우사단길이다.

매월 마지막 주 토요일에 열리는 '계단장'은 이태원의 재발견이다. 계단장은 자유롭게 물건을 사고파는 플리마켓, 한마디로 벼룩시장이다. 과거 사람들의 인적이 드물었던 이슬람 중앙사원 뒤편 계단을 중심으로 새로운 문화가 시작된 것이다.

계단장에는 각종 수공예품부터 먹거리까지 다양한 상품을 만날 수 있다. 라이브 음악이 흐르는 거리는 자유로움 그 자체다. 계단장이 열리는 날은 인근 가게도 '들어와'라는 오픈하우스 이벤트를 열어 더욱 많은 볼거리와 먹을거리를 제공한다.

'이태원 계단장'은 마을 공동체가 시작했다는 것에서 그 의미를 더한다. 이태원에 거주하는 젊은 청년과 예술가들이 중심이 된 계단장은 마을에 새로운 활기를 불어넣었다.

행사 준비부터 장소 선정, 공연 기획과 홍보까지 모두 마을 주민의 몫이다. 행사 후, 청소와 뒷정리까지 중요한 업무로 차지하는 것에서 마을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을 엿볼 수 있다.

마을 운영공동체는 인터넷으로 참가자를 모집하고, 행사 계획을 알린다. 계단장 소식은 페이스북 페이지(https://www.facebook.com/wosadan)를 통해 알려지는데, 페이스북 팬 회원수만 1만 7000명에 달한다.

내일(25일)은 이달의 계단장이 열리는 날이다. 사전 접수를 한 70여 개 팀이 내일 장터를 준비하고 있다. 수제 쿠키와 잼 등 각종 음식부터 액세서리와 신발, 옷까지 다양한 상품을 선보일 예정이다.

계단장을 찾으려면 이태원역 3번 출구로 나와 이슬람 사원을 찾으면 된다. 정오부터 오후 6시까지 열린다.

▶ 구석구석 벽화를 찾아서 : 문래창작촌

조금 특별한 것을 좋아한다면, 문래동 창작촌을 제안한다. 문래역 7번 출구를 나와 신도림 방면으로 걷다 보면 무심한 듯 투박하게 쌓여있는 철근 자재가 보이기 시작한다. 예술과는 거리가 멀어 보이는 이곳은 젊은 예술가들이 모여있는 장소다.

철공소가 밀집된 이곳의 평일은 날카로운 쇳소리가 귀를 찌른다. 차가운 철근 더미와 낡은 건물이 풍기는 기운은 차갑고 외롭다. 하지만 철공소들이 문을 닫는 저녁이면 이곳의 온기는 돌변한다. 폐허처럼 보인 공간에서는 음악이 흘러나오고, 공연과 전시가 시작된다.

낮 동안 거친 숨소리를 내쉬었던 철공소는 어느새 오색 찬란한 벽화로 둘러싼 채 하루의 피로를 씻어낸다.

홍대 인근에서 활동하던 젊은 예술가들이 비싼 임대료에 쫓겨 이곳에 자리를 잡은 것은 몇 해 전부터다. 철공소 골목 틈새에 들어선 예술가들은 새로운 생명력을 불어넣었고, 새로운 명소를 탄생시켰다.

"겉에서만 보면 아무도 모르지. 발품 팔아서 구석구석 다녀보면 보이는 게 많을 거야."

골목 입구에서 만난 상점 주인의 말에서 이 공간의 진짜 매력을 발견한다. 철공소 밀집 지역이라고 해서 순댓국만 생각했다면 오산이다. 드라이에이징 스테이크를 맛볼 수 있는 '셰프스마켓', 육개장부터 생연어 비빔밥까지 다양한 음식을 맛볼 수 있는 '방앗간' 등은 문래동 유명 맛집이다.

해가 지면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문래동 벽화 거리는 사진 동호회의 출사 장소로도 적합하다.

석혜원기자 (hey1@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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