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기 피해 떠나는 강릉 주말여행

2015. 4. 24. 0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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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동팔경' 경포대 중심.. 해변 산책, 허난설헌 생가 등 둘러보기 좋아

[CBS노컷뉴스 트래블팀 최선미 기자]

여름이 오기 전 강릉 경포 해수욕장에는 사람보다 소나무가 더 많이 눈에 띈다. 날씨가 제법 따뜻한 4월의 주말임에도 해변에는 몇몇 산책하는 연인들이나 열풍선을 날리는 가족뿐이다. 동해안 최대의 해수욕장답게 하루 평균 수십만의 인파가 몰려드는 성수기와는 꽤 상반된 풍경이다.

꼭 뜨거운 햇살아래 가지각색 비키니가 눈길을 끄는 여름이 아니어도 좋다. 봄의 경포해변은 나름의 고즈넉한 분위기로 여행객을 맞아준다. 한편엔 바다, 또 한편엔 송림병풍을 따라 시원하게 뻗어있는 산책길을 30분 가까이 걷기만 해도 기분이 전환된다.

경포 해변의 길이는 약 1.8㎞지만 강릉 해안을 따라 북으로는 주문진, 남으로는 정동진이 이어진다. 또 1~2㎞ 인근에는 바다와 연결된 석호 경포호와 언덕 위에 지어진 경포대가 있어 짧은 시간 동안 눈을 호강시킬 수 있다.

"경포대에 달빛이 쏟아지면 하늘, 바다, 호수, 그리고 술잔과 임의 눈동자에서 다섯 개의 달을 볼 수 있다." 조선중기 문인 송강 정철(1536~1593)은 강원도 일대 팔경의 아름다움을 노래한 '관동별곡'에서 그 으뜸으로 경포대를 꼽았다. 정철과 같이 달맞이까지는 아니더라도, 운치를 아는 이들은 경포대에 올라 경포호와 그 너머 동해 풍경을 한 눈에 담아간다.

경포대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또 다른 조선 중기의 시인 허난설헌(1563~1589)의 생가터가 있다. 허난설헌은 당대의 석학이자 강원도 강릉에서 동지중추부사를 지낸 초당 허엽의 딸이다. '홍길동전'의 저자 허균의 누나이기도 하다. 그의 본명은 초희로 호가 난설헌이며 자는 경번이다. 사후 명나라와 일본에서도 천재성을 칭송받은 허난설헌은 당시 여성 중 이름과 자가 전하는 몇 안 되는 인물이다.

경포 해변처럼 허난설헌의 생가 또한 한적하다. 잠시 거닐자면 한옥 주변 소나무와 벚꽃의 수려함과 내부의 독특한 조경이 눈길을 끈다. 안채와 사랑채의 규모는 소박하고 마당 한쪽을 키 작은 나무가 차지하고 있다. 담장 밖으로는 커다란 벚꽃 나무 몇 그루가 바닥에 분홍 잎을 떨 군 채다. 현재의 풍경과 과거의 풍경이 만나는 지점, 오빠 허봉과 동생 허균의 어깨너머로 처음 글을 배웠을 어린 허난설헌을 상상할 수 있다.

허난설헌의 생가에서 4㎞ 거리, 차로 약 10분 거리에는 보물 165호 오죽헌이 있다. 5천원권의 배경으로도 유명한 이곳은 뒤뜰에 검은 대나무가 자라고 있어 오죽헌이라 이름 붙었다. 오죽헌은 바깥채 등 일부를 제외하고 정부의 계획에 따라 복원된 모습이다. 가세가 높았던 신사임당과 율곡 이이의 생가답게 보다 규모가 크고 번듯한 느낌을 풍긴다.

오죽헌에는 정조의 명령으로 지어진 어제각이 있는데 이곳에는 율곡 이이의 저서인 '격몽요결'과 그가 어린시절 사용했던 벼루가 보관 돼 있다. 벼루 뒤편에는 정조가 율곡 이이를 칭송한 글귀가 새겨져 있다.

오죽헌 바깥에는 율곡기념관이 있다. 내부에는 율곡 이이와 신사임당의 유물을 비롯해 신사임당의 다른 자녀인 옥산 이우, 이매창의 유품도 전시돼 있다. 특히 옥산 이우의 13세 손이 대대손손 보관해온 가문의 유품 일체를 이곳 오죽헌에 기증해 볼거리가 보다 풍성하다.

강릉 경포대 인근의 주요 명소를 둘러본 후 먹을 만한 것으로는 초당 순두부와 감자 옹심이가 있다. 깔끔하고 부드러운 맛이 일품인 초당 순두부는 허난설헌과 허균의 부친 초당 허엽에서 유래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허엽은 바닷물로 간을 맞춰 두부를 만들었다고 한다. 전통에 따라 바다 물과 국산콩으로 순두부를 만드는 집이 초당동에 다수 모여 있다. 최근에는 해산물과 칼칼한 맛을 더한 짬뽕순두부가 인기다. 가격은 순두부 백반이 7,000원, 짬뽕순두부가 8,000원 선이다.

고소하고 쫄깃한 감자 옹심이를 맛볼 수 있는 가게들은 경포대보다는 강릉 고속버스터미널에서 가깝다. 가격은 순감자 옹심이가 8,000원, 감자옹심이칼쿡수 7,000원 그리고 감자송편이 4,000원 선이다. 옹심이에 동동주를 곁들여도 좋다.

강릉 안목해변에는 커피거리가 조성돼 있어 동해바다를 감상하며 커피와 디저트를 즐길 수 있다. 전망과 분위기에 우선순위를 둔다면 방문할 만 하다. 현재는 프랜차이즈 커피 전문점이 안목커피거리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보다 독특한 커피전문점을 찾는다면 연곡면에 '바리스타의 성지'로 불리는 까페 보헤미안이 있다. 국내 1세대 바리스타인 박이추 대표가 직접 커피를 내려준다.

이 밖에도 강원도 강릉까지 와서 회를 먹고 싶다면 경포대에서 30분 이내 거리에 주문진항이 있다. 먹거리와 볼거리가 넘치는 주문진항은 특히 오징어 잡이로 유명하며 바로 인근에 주문진 수산시장과 소규모지만 독특한 해양박물관이 있어 함께 둘러보는 재미가 있다.

CBS노컷뉴스 트래블팀 최선미 기자 enjoylife32@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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