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셰프전성시대] 배우 서태화 “제 직업은 이제 셰프입니다”(인터뷰①)

2015. 4. 23.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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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POP=김은주 기자]냉장고만 5대·상시대기 100인분
아이들 “셰프 아저씨다” 다가와

TV의 요리 사랑이 뜨겁다. 과거 코너 속 코너에서 단순히 음식을 만들거나 그 안에 숨겨진 레시피를 공개하는 정도였다면 이제는 요리를 토크쇼 주재료로 다루거나 간판에 내걸고 프로그램을 이끌어간다. 여기에 입담이 좋고 외모가 출중한 셰프들이 재미있는 일화와 요리 퍼포먼스까지 양념으로 곁들이니 금상첨화. 맛과 멋을 두루 갖춘 셰프들의 활약에 시청자는 채널을 돌릴 새가 없다.

방송국 제작진은 입담과 실력을 두루 갖춘 스타 셰프를 서로 데려가려고 줄을 섰다. MBC 예능 ‘일밤-진짜사나이2’는 샘킴을 훈련소로 보냈고, SBS 예능 ‘정글의 법칙’은 인도차이나 편에 방송 최초로 레이먼 킴을 데리고 갔다. 비예능인의 신선한 매력이 시청자의 관심을 샀다. KBS2 예능 ‘인간의 조건3’는 최현석과 정창욱을 고정 멤버로 발탁하는 초강수로 연일 화제를 모으고 있다. 방송사의 러브콜은 ‘셰프테이너(셰프+엔터테이너)’를 지속적으로 양산하고 있다. 셰프들의 진격은 전문 방송인들의 밥줄까지 위협할 정도로 거침없다.

[배우 서태화. 사진제공=EBS]

셰프 전성시대를 가까운 곳에서 지켜본 배우가 있다. 바로 데뷔 20년차 서태화(48)다. 7~8년 전만 해도 맛집 탐방을 취미로 했던 그가 요리를 하다가 “매번 같은 재료에 같은 레시피인데 왜 맛이 다를까”하는 궁금증에 직접 칼을 들게 됐다. 이후 요리 실력을 키웠고 방송가에 소문이 나면서 요리 채널 올리브 TV에 여러 번 드나들었다. 그러던 중 지난 2012년 올리브TV 요리 서바이벌 ‘키친 파이터’ 우승을 차지하면서 대외적으로 실력을 인정받았다. 이후 ‘서태화의 누들 샵#’ ‘로드다큐 취흥’ 등 여러 요리 관련 프로그램을 거쳤다.

현재 소지한 요리 자격증만 해도 중식, 궁중요리, 양식 등 8개에 이른다. 일꾸오꼬 알마 코리아, 츠지원 요리아카데미 등 요리 학교에서도 배웠다. 단단한 요리 내공을 알아본 EBS ‘최고의 요리비결’ 팀에서 그를 불렀다. 매주 수요일 단독 코너 ‘서태화의 완판 10분 레시피’ 자리를 내준 것이다. 이쯤하면 그도 셰프다.

“워낙 요리 프로그램에 많이 나오다 보니 어린 친구들이 저를 보고 ‘셰프 아저씨다’ 하더라고요. 처음에는 ‘나 배우인데 왜 못 알아봐주지’ 생각했는데 이제는 제 직업이 세프라는 생각이 듭니다(웃음). 영화, 드라마, 연극을 시작하면 잠시 셰프 명함을 내려놓고 배우 일을 하는 거고요.”

단독 코너 ‘서태화의 완판 10분 레시피’는 서태화의 요리 노하우가 고스란히 녹아 있다. 제작진이 방송 전 2~3가지 재료를 던져주면 그 안에서 자신의 레피시를 꺼내 소개한다. 김치볶음밥을 만들 때 프라이팬을 미리 달구는 법이나 김치 밑동을 버리지 않아야 하는 이유 등 소소한 팁을 알려준다. 가장 매력적인 것은 10분 내 가능한 레시피를 소개한다는 것이다. 10분은 길지 않은 요리 시간이다. 과연 일반인이 따라할 수 있을까.

“야채 썰기같은 밑준비만 되면 10분이면 대부분의 요리가 가능해요. 저는 최대한 냉장고 안에 있는 재료들을 꺼내서 하려는 편이에요. 자취생이 해먹기에는 재료가 살짝 고급스럽긴 하지만요(웃음).”

[배우 서태화. 사진제공=올리브TV]

“내 직업은 셰프”라고 털어놓은 서태화는 내년 상반기 궁중요리를 테마로 한 레스토랑을 차릴 계획이다. 이름도 이미 정했다. 작은 궁중요리라는 뜻을 담은 ‘쁘띠 수라’다. 코스별로 장황하게 나오는 고가의 궁중요리에 반기를 든 것이다. 단품으로도 부담 없이 궁중음식을 맛볼 수 있도록 기획한 것. 궁중요리 인간문화재 한복려 선생으로부터 사사받은 실력을 대중에게 공개할 예정이다.

“배우라는 직업은 늘 누군가로부터 선택을 받아야 살아갈 수 있는데 셰프는 제가 그 판을 주도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것 같아요. 제 뒤에 든든한 빽이 있는 기분입니다. 하하.”

서태화의 집에는 항상 요리 재료로 가득 차 있다. 음식 및 재료를 저장해두는 냉장고만 해도 5대에 이른다. 굳이 이렇게 많이 필요할까.

“냉장고를 사야겠다고 해서 마련한 것은 아니고요. 가족들이 쓰다가 남은 것들을 받기도 했죠. 제가 워낙 요리를 좋아하는 걸 아니까요. 집에 100명이 찾아와도 한 끼 해결이 가능한 많은 재료들이 있어서 보관할 곳도 필요했고요(웃음). 사실 요리가 1~2인분 하면 맛이 안 나요. 예를 들어서 100~200마리 육수를 내는 맛집의 삼계탕은 일반 집에서 절대 그 맛을 낼 수 없거든요. 맛을 유지하기 위해 대량으로 요리하고 남은 음식은 냉동실에 얼려놔요.”

서태화는 스타 셰프들의 전성기에 대해 “케이블에서 달궈진 인기가 종편에서 불이 붙은 셈”이라고 바라봤다.

“몇 년 전부터 요리가 대중이 좋아하는 인기 코드가 될 것이라는 조짐이 있었는데 잘 안 터지더라고요. 그러다가 올리브TV를 통해 에드워드 권, 강레오, 최현석, 레이먼 킴, 샘킴 등 스타 셰프가 탄생했고요. 요리 소재가 종편으로 넘어오면서 이들의 매력이 폭발했죠. 얼마 전 ‘올리브쇼’ 녹화를 하고 왔는데 오랜만에 친정에 온 느낌이었어요. 셰프들의 활약을 지켜보는 저도 흐뭇합니다.”

서태화가 스타 셰프들과 다른 강점은 무엇일까. “성악을 하다가 배우를 했듯이 요리도 자연스럽게 흘러가면서 배운 거예요. 늘 배운다는 마음으로 셰프를 만나니 마음을 많이 열어주더라고요. 보통 셰프들은 전문 분야가 있는데 전 두루 배우다 보니 많은 메뉴를 아우를 수 있는 것 같아요. 다양한 음식과 재료에도 당당할 수 있다는 게 제 장점입니다.”

[셰프전성시대] 서태화 맛있는 연기 이야기(인터뷰②)이어서

김은주 기자 glory@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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