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능 꿈나무 변신 '백두산' 멤버 김도균 "유머·위트도 록의 일부.. 막혔던 연주 다시 뚫려"
헤비메탈 밴드 '백두산' 출신 김도균(51·사진)은 외모에서부터 록의 냄새를 풍긴다. 한여름에도 검은 가죽바지를 입는다. 고개를 푹 숙인 채 긴 머리를 휘날리며 쩌렁쩌렁 울리는 전기기타를 연주한다. 그런 그가 이제 예능 프로그램에 본격 발을 들이기로 한 걸까. 2010년부터 여러 예능에 모습을 보이더니 결국 SBS <불타는 청춘> 고정멤버로 나섰다. '싱글 중년 친구 찾기'란 콘셉트를 가진 이 프로그램에서 김도균은 '순수 캐릭터'로 존재감을 굳혔다. 최근 서울 양천구 SBS에서 김도균을 만나 그의 '예능관'과 일상에 대해 들어봤다.
"'백두산' 시절부터 TV 출연을 꺼린 적은 없었죠. 록은 원래 엔터테인먼트 요소가 강하니까요. 유머와 위트 역시 록의 한 부분입니다." 김도균의 예능 접근은 기타를 연주할 때처럼 사뭇 진지했다. 그는 '관찰 예능' 트렌드를 디지털 기술적인 측면에서 바라본다고 했다. 김도균은 "요즘 예능은 디지털 편집 기술의 집약체라고 생각한다"며 "디지털화된 포맷을 바탕으로 콘텐츠가 계속 변화해나가는 데 매력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런 예능에 출연한다는 건 그에게 어떤 의미일까. 이 또한 그는 진지하게 접근했다. 김도균은 "예능이 개그맨들의 전유물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예전엔 '드라마면 드라마, 음악이면 음악'식으로 장르 구분이 명확했는데, 최근 예능은 이를 허무는 역할을 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예능 출연을 배우나 다른 장르 음악인들과의 '교류의 장'으로 여겼다. 김도균은 "다른 분야의 사람들이 만나 서로 발전하고 모티브를 주는 만남"이라고 정의했다.
예능을 대하는 태도는 진중했지만, 사실 그는 <불타는 청춘>에서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 놀이를 몰라 다른 출연자들을 폭소하게 했다. 배우 양금석과는 '썸라인'도 만들었다. 이전에 나왔던 다른 예능에서도 젊은 시절 한겨울 설악산으로 기타 수행을 떠났던 일이나, 록이 서양음악이기 때문에 식습관까지 서구식으로 바꿨다는 등 에피소드를 꺼내 '엉뚱한 로커'란 이미지를 얻었다. 하지만 김도균은 여전히 '록의 부활'에 진지하게 골몰하는 로커다. 예능에서 하는 자신의 연주가 대중이 전기기타를 좀 더 가깝게 받아들이는 기회가 되길 바라는 마음도 있다고 했다. 한국 최고의 기타리스트로 꼽히지만, 한동안 막힌 듯한 연주가 최근 다시 뚫리는 느낌이 들어 연습시간을 늘렸다는 그다.
요즘 김도균은 라이브 클럽의 활로를 찾는 데 관심이 많다. 그는 "밴드들이 한 차례 공연에 그치는 록 페스티벌뿐만 아니라 꾸준히 공연할 수 있는 클럽 시스템을 개척하고 싶다"고 말했다. 예능보다는 음악 이야기를 할 때 그의 말이 훨씬 술술 잘 풀렸다.
<글 허남설·사진 권호욱 선임기자 nshe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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