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인양 결정에 1년..눈치만 보다 차일피일

세종 2015. 4. 22. 15: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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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수색중단 5개월만의 결정..왜 이리 오래걸렸나?

[머니투데이 세종=김민우 기자] [세월호 수색중단 5개월만의 결정…왜 이리 오래걸렸나?]

세월호 침몰사고가 발생한지 1년만에, 실종자 수색중단을 선언한 지 5개월만에 세월호 인양이 결정됐다. 정부가 세월호 인양 여부를 결정하는데 1년이나 걸린 이유는 무엇일까. 먼저 선체 인양이 가능한지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았기 때문이다. 세월호 참사 이후 한 달이 넘은 시점부터 실종자 수습을 위해 인양을 해야한다는 여론이 일기 시작했지만 당시 정부가 택한 방식은 인양이 아닌 선체 수색이었다. 정부는 이후 약 7개월 정도 선체 수색을 진행했지만 끝내 9명의 실종자의 시신은 수습하지 못했다.

지난해 11월 선체수색 종료를 공식 선언한 시점에도 인양에 대한 국민들의 여론은 수그러들지 않았다. 선체 수색 종료 즈음에 정부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세월호 인양에 천문학적인 돈과 시간이 든다"며 "합리적으로 판단할 때 인양하지 않는 것이 맞다"는 여론이 많았다. 그러나 정부로서는 국민의 여론을 외면한 채 합리성을 근거로 '인양불가'를 선언하기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 때문에 지난해 11월 이주영 당시 해양수산부 장관은 "해역 여건, 선체상태 등에 대한 기술적 검토와 실종자 가족, 전문가 등의 의견 수렴 및 공론화 과정을 거쳐 적절한 시점에 중앙 재난 안전 대책본부에서 결정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 장관의 이 한마디에 정부의 고민이 모두 녹아 있다. 맹골수도와 같이 조류가 빠른 해역여건, 확인할 수 없는 선체 내부의 화물상태, 엇갈린 국민 여론. 어느 하나 쉽지 않은 상황이었다. 북한의 폭침으로 결론난 천안함 사태와는 상황이 달랐다. 북한에 의해 희생된 우리 국군 장병들의 죽음에 국민들은 인양찬성으로 의견을 모았다. 천안함은 또 세월호보다 규모가 5분의1 정도에 불과하고 해상여건도 좋은 편이었다. 정부로서는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었다.

수색중단 이후 기술검토 결과가 나오기 까지 5개월가량 걸린 이유는 실종자 유실을 막으면서 가능한 방법을 찾기 위해서였다고 정부는 설명한다. 그러나 인양여론이 수그러들 때까지 정부가 시간끌기를 한 것이 아니냐는 비판도 많았다. 정부가 지난 3월까지였던 기술검토 마감시한을 한 달 더 연장하자 이같은 비판은 더했다. 게다가 기술검토 결과 상대적으로 덜 위험한 방식(측면인양 후 플로팅 독으로 부양)으로 제시한 방안이 이미 지난해 4, 5월에 많은 전문가들이 제시한 방법이었다.

정부는 시간 끌기를 한 것은 아니라고 선을 그었다. 세월호 사고 직후 많은 방식이 언론과 전문가들에 의해 제시됐지만 모두 아이디어 차원의 얘기고 실제 가능성 여부는 그 누구도 따져보지 않았다는 얘기다. 세월호 기술검토 특별팀(T/F)을 총괄 지휘한 박준권 해양수산부 항만국장은 "실종자 수색·구조 작업과정에서 많은 아이디어가 제시됐지만, 그 방식이 기술적으로 가능한지에 대해서는 그 누구도 따져보지 않았다"며 "당시에는 수색·구조 작업이 진행 중인 상황이라 인양 가능성에 대한 현장조사는 사실상 불가능한 상황"이었다고 설명했다. 수색·구조작업을 마친 뒤에야 인양에 대한 기술적 검토가 가능했다는 얘기다.

특히 맹골수도와 같은 조류가 빠른 곳에서 선체에 남아있을지 모르는 실종자 유실을 막으며 인양할 방법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는 게 정부의 설명이다. 실제로 2000년 이후 세월호처럼 7000톤급 이상의 대형선박을 인양한 사례는 15건 중 14건이지만 통째로 인양한 경우는 없었다. 또 조류가 빨라 실제 작업할 수 있는 시간이 길지 않은 맹골수도의 특성상 수중작업이 가능한 시간을 계산해야 했고 이를 토대로 전체 소요시간을 계산할 수밖에 없었다고 정부는 설명한다. 수중작업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위험도가 높아지는 잠수사들의 안전도 고려해야 했기 때문이다. 실종자 유실을 막기 위해서 선체를 절단하지 않고 통째로 인양하는 것에 대한 가능성을 검토하느라 오랜 시간이 걸렸다는 얘기다.

그러나 정부의 이런 설명에도 정부가 인양결정 막판까지 국민 여론의 눈치만 보다 인양을 결정했다는 비판은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정부가 인양결정의 근거로 삼은 보고서가 지난 15일 발표한 중간보고서와 내용면에서 다를 게 없기 때문이다. 정부는 중간보고서 발표 당시만해도 "기술보고서가 완성되지 않았다"며 인양 여부에 대한 결정을 차일피일 미뤘다.

정부는 또 불과 일주일전까지만 해도 "중간보고서를 중대본에 제출한 뒤 여론수렴 과정을 거쳐 인양여부를 결정한다"는 입장이었다. 그러나 세월호 1주년을 기점으로 여론이 좋지 않게 흘러가자 당초의 방침인 여론수렴 과정도 과감히 생략했다. 기술검토보고서 발표를 미룬채 여론의 추이에 따라 정부의 입장을 손바닥 뒤집듯 바꾼 것이다. 해수부 관계자는 "전문가 의견을 수렴하고 공론화 과정을 거쳐 중대본에서 최종결정 한다고 돼 있는데 이 문맥이 해석상 애매한 측면이 있어서 중대본은 최종결정만 하는 것으로 부처간 협의를 봤다"는 궁색한 변명을 내놨다.

세종=김민우 기자 minu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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