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시위 때 "경찰들 잘하고 있어요" 집회 참가자 되레 자극하는 경찰

조형국 기자 2015. 4. 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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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에겐 "누구나 장애인 될 수도"

▲ 자극적 방송으로 흥분 조장… 구은수 서울청장 "경솔했다"차벽 등 과잉진압 비판에도 경찰 "5명 영장·94명 입건"

지난 주말 치러진 '세월호 참사 범국민대회' 때 경찰이 현장 방송을 통해 시위대를 불필요하게 자극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자극적인 발언으로 시위대의 반발에 기름을 끼얹었다는 것이다.

지난 18일 범국민대회가 끝난 뒤 광화문광장 일대에서 경찰과 시위대가 대치 중일 때 종로경찰서 이모 경비과장은 현장 방송을 통해 "경찰서장의 명을 받아 경비과장이 해산명령을 발한다. 바로 현행범으로 검거하라"는 말을 반복했다. 이 과장은 "변호인 선임, 변명의 기회를 4~5차례에 걸쳐 고지했어요. 해산명령 불응자, 경찰 폭행자는 한 명 한 명 뜯어내 체포해"라고 지시했다. '9시' '12시' 등 구체적인 방향을 적시하며 물대포를 쏘라고 명령하거나 "우리 경찰 아주 잘하고 있어요"라고 했다. 시위대를 향해 "사랑하는 가족 품으로 돌아가라"는 말도 했다. 시위대 속에는 가족을 잃은 세월호 참사 유가족들도 있었다.

아들 학생증 목에 걸고 '추모 탄압 규탄'세월호 참사로 숨진 단원고 학생 안주현군의 학생증을 목에 건 안군의 어머니 김정해씨가 20일 서울 광화문광장에서 열린 '경찰의 세월호 1주기 추모제 탄압 규탄과 시민 피해상황 발표 긴급 기자회견'에 참석해 경찰을 규탄하는 손팻말을 들고 서 있다. | 서성일 기자

이 과장은 장애인의 날인 20일 서울 보신각에서 열린 장애인·인권 관련 시민단체의 '차별철폐 총투쟁 결의대회' 때도 현장 방송을 통해 "오늘은 장애인의 날입니다. 누구나 다 장애인이 될 수 있습니다. 경찰관도 장애인이 될 수 있습니다. 경찰관을 향해 밀치고 폭행하는 행위를 멈춰주시기 바랍니다"라고 말해 집회 참가자들의 거센 반발을 샀다. 이 과장은 이날 밤 보도자료를 내고 "장애인을 비하·무시하는 발언이 절대 아니었고, 경찰도 언제든 장애를 입을 수 있다는 마음을 갖고 장애인과 같은 가족의 심정으로 입장을 이해하자는 취지였다"면서 "제 발언에 대해 상처를 입은 분들이 계셨다면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경찰이 범국민대회 때 현장 방송을 통해 시위대를 자극했다는 지적에 대해 구은수 서울지방경찰청장은 20일 기자간담회에서 "경솔했다"고 인정했다.

경찰이 광화문 앞에서 농성 중이던 유가족을 연행한 것도 시민들을 자극했다. "유가족이 무더기 연행됐다"는 소식에 흥분한 범국민대회 참가자들은 경찰 차벽을 두드리고 몸싸움을 벌였다.

경찰은 불법시위 등 혐의로 범국민대회 참가자 5명의 구속영장을 신청했고 유가족을 포함한 94명을 입건하겠다고 이날 밝혔다.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 등은 경찰이 차벽을 설치하는 등 과잉 진압했다고 비판했다.

<조형국 기자 situat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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