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장수’ 인터뷰①] 김인권 “‘약장수’는 죽으면 안 되는 영화였다”

2015. 4. 20. 13: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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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럴드POP=최현호 기자]“다른 영화들은 돈을 더 키울 수 있는데 ‘약장수’는 ‘방가? 방가!’ ‘신이 보낸 사람’처럼 키우는 게 아니라 죽으면 안 되는 영화였어요.”

변화무쌍하다. 코믹한 조연이 잘 어울린다 싶다가도 우리 사회의 소시민 같은 애잔한 모습의 주인공도 그럴듯해 보인다. 대작과 작은 영화를 오가며 잔뼈가 굵은 한 배우를 헤럴드POP이 만났다. 영화 ‘약장수’에서 가족을 위해 누군가의 ‘아들’이 되는, 홍보관 ‘떴다방’에 취직하게 된 일범 역을 맡은 김인권이 그 주인공이다.

김인권. 사진제공=26컴퍼니

김인권은 영화 ‘송어’의 연출부를 하다가 배우로도 출연하면서 데뷔하게 됐다. 집안 형편이 좋은 것도 아니라서 반지하 생활을 했고, 아르바이트를 하던 중 배우라는 직업을 갖게 됐다.

“‘송어’가 끝나고 다시 대학로에 가서 포스터를 붙이고 고등학생들에게 연기를 가르치면서 ‘아나키스트’라는 영화를 찍었어요. 배우로 활동하다 군대에 다녀왔는데 군대에서 첫째 딸이 생겼죠. 2년이라는 공백에 생활비가 없어 아내가 힘들었어요. 생활비를 벌겠다고 ‘숙명’ ‘두 얼굴의 여친’ ‘마이 파더’ 등의 영화에 닥치는 대로 출연했어요.”

그러다 김인권은 드라마 ‘외과의사 봉달희’가 잘되고 생활이 나아졌지만 다시 1년을 쉬면서 공백기가 생겨 경제적 어려움을 겪게 됐다. 하지만 이후 그는 대중에게 자신의 모습을 제대로 각인시킨 ‘해운대’에 출연하게 됐다. 당시의 일은 ‘약장수’의 일범과 닮은 면이 있었다.

“‘약장수’가 제가 살아온 모습과 비슷했어요. 딸을 가진 아빠가 먹여 살리겠다고 애쓰는 게 초창기 제 모습과 닮은 것 같아요. ‘해운대’ 촬영 당시에 딸이 응급실에 실려 가는 일을 겪어 병원과 부산 촬영장을 오가야 했어요. 제가 영화 속에서 까불어대는 모습도, ‘해운대’ 이후 코믹 감초로 나선 것도 관객의 사랑을 위해서죠. 관객이 원하는 연기로 자존심을 버리고 돈을 벌어야한다고 생각했던 거예요. ‘약장수’를 찍을 때는 몰랐는데 돌아보니 저와 많이 닮았더라고요. 그런 저의 정서가 녹아있었네요.”

김인권. 사진제공=26컴퍼니

‘약장수’의 일범이 김인권과 닮은 점은 이밖에 여러 가지가 있었다. 조치언 감독이 연출할 당시 결혼 전이었고, 아이가 없어서 딸을 가진 아버지의 심정을 모르겠다며 김인권에게 그 부분을 채워달라고 요구한 것. 김인권은 자신이 겪은 일로 아버지 역할의 디테일을 살렸다. 그는 “‘약장수’가 소중한 영화가 될 것 같다. 내가 담긴 것 같다”고 고백했다.

그는 영화 초반 비가 오는 인도에서 처연하게 서 있는 모습을 연기했다. 돈이 아까워 택시도 타지 못한 채 지하철 첫 차를 기다리는 모습이다. 등장부터 세상에 짓눌려있는 젊은 가장의 모습이 애잔한 장면이다.

“예전에 학원에서 시험 채점하는 아르바이트를 했어요. 새벽이라 받은 돈이 아까워서 기다렸다가 지하철을 타기도 했어요. 또 자동차에 명함을 꽂고 다니는 아르바이트도 했는데 시간당 4000원을 받았어요. 당시 도너츠가 2000원 정도인데 하나 먹으면서 ‘30분 먹어보자’라고 하며 계단에서 먹는데 정말 맛있었죠.”

‘약장수’는 김인권의 모습이 어느 정도 투영된 영화이지만 도전이기도 하다. 이런 저예산 영화가 개봉을 할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드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약장수’는 개봉을 할 수 있게 됐다. 그리고 그는 여전히 대작에도 출연하면서 오가고 있다. 김인권은 자신이 주연을 맡게 되면 조금 더 의미 있는 영화를 하게 된다고 밝혔다. 다른 영화와 달리 이번 ‘약장수’는 그만큼 죽으면 안 되는 영화라고 강조했다. 그만큼 시나리오를 넘어 영화가 잘나왔다고 판단 한 것.

김인권. 사진제공=26컴퍼니

“시나리오가 가진 미덕도 엄청난데 주제의식도 확실했어요. 시나리오보다 작품이 잘 나온 케이스가 아닌가 싶어요. 나쁜 시나리오에서는 작품도 잘 못 나오죠. 좋은 시나리오에 그럴싸한 영화가 나왔어요. 관객에게도 부끄럽지 않고 저에게 소중한 영화에요. 그동안 대표작으로 꼽을 만한 작품으로 ‘방가? 방가!’를 생각했어요. 그 이후 대표작을 꼽을 작품을 하고 싶다고 감독님에게 말했거든요. 감독님이 ‘김인권에게 대표작이 될만한 작품을 줘야겠다’는 미션을 가지셔서 부담이 됐어요. 그래서 열심히 했다고 해요. 저에게는 흥행 결과를 떠나 대표작이라고 할 만큼 제 삶을 담고 최선을 다했어요.”

‘약장수’는 사회적 문제를 담은 작은 상업영화다. 김인권은 “작지만 관객과 호흡하는 대중영화를 추구하지 예술점수를 따고 싶지는 않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대중과 팝콘을 먹으면서 즐길 수 있지만 진지하게 이야기도 하고 싶다는 것. 방송으로 따지면 버라이어티에서 가끔 토론방송도 보고 싶은 것과 같다.

실제 삶이 고스란히 묻어나면서 그동안 쌓아온 연기 중 절제미 있는 모습으로 일범을 연기한 김인권. 그가 열연한 ‘약장수’가 블록버스터 영화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와 오는 23일 동시 개봉하는 가운데 선전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jaeg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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