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에 하늘 보듯.. 대통령만 기다리며 집권 여당 '올스톱'

유정인 기자 입력 2015. 4. 17. 22:37 수정 2015. 4. 17. 23: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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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방 뒤에 결단 '가이드라인'에 이 총리 거취 설왕설래만비박 "사퇴"·친박도 불가피론.. 해임안 가결 '경고론'도

박근혜 대통령이 이완구 국무총리 거취 문제라는 숙제를 미뤄놓고 순방을 떠나면서 새누리당의 처지가 곤란해졌다. 박 대통령이 '귀국 후 결정'이란 가이드라인을 준 만큼 여당에서 그사이 결단을 내리기는 어렵다. '천수답'(天水畓·관개시설이 없어 비에만 의존해 벼농사를 지을 수 있는 논)에 비 오기를 바라듯 박 대통령의 귀국만 쳐다보고 있어야 하는 형국이다. 11일 동안 국정공백 비판과 당내 혼란을 가라앉히는 일도 오롯이 여당이 안고 가야 할 부담으로 남게 됐다.

박 대통령과 새누리당 김무성 대표의 긴급회동 하루 뒤인 17일 새누리당 분위기는 뒤숭숭했다. 전날 회동에서 당·청 수뇌부가 박 대통령 순방 뒤 이 총리 거취 문제에 대한 결단을 내리기로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졌지만, 명확한 언급은 나오지 않으면서다.

당 지도부는 당분간 당 안팎 여론 추이를 살피며 순방에서 돌아올 박 대통령이 결단할 때까지 '대기'해야 하는 입장이 됐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동작 그만' 상황이 된 셈이다.

김무성 대표는 이날 광주 서구 서창농협에서 열린 4·29 재·보궐선거 정책간담회 직후 기자들과 만나 "어제 회동 발표문 내용 외에 더 드릴 말씀이 없다"며 전날 회동 결과 이 총리 경질로 가닥이 잡혔다는 주장에 즉답을 피했다. 당 원내지도부가 검토해 온 '성완종 리스트'와 이 총리 거취 등에 대한 의원총회는 기약 없이 미뤄졌다. 유승민 원내대표는 전날 굳은 표정으로 "대통령이 저렇게 말씀하시면 의총을 지금 당장 할 이유가 별로 없다"고 했다.

당내에선 계파와 지역에 따라 이 총리 문제에 대한 온도차가 끊임없이 나타나고 있다.

비박계는 공개적으로 이 총리 사퇴를 요구하는 목소리를 내고 박 대통령 결단을 압박했다. 친이계 맏형 격인 이재오 의원은 이날 CBS라디오에서 "국정 전반에 부담을 주니 자리를 물러나 주는 것이 대통령과 국정을 위해 총리가 할 일"이라며 "(검찰 수사 전에) 총리가 그만둬야 한다고 생각하는 의원들이 상당히 있는 건 사실"이라고 말했다. 정병국 의원은 YTN라디오에서 "총리를 문제 삼지 않겠다면 (회동에서) 거취 문제가 왜 나왔겠느냐. 더 이상은 안되겠구나 하는 결정을 내린 게 아닌가 판단된다"면서 이 총리 사퇴를 기정사실화했다.

친박계는 공개 발언은 자제하고 여론 추이를 살피고 있지만, 이 총리 사퇴가 불가피하다는 쪽으로 의견을 모으는 분위기다. 한 친박계 중진의원은 이날 통화에서 "이미 총리가 유무죄를 떠나 직을 수행할 수 없는 지경이 됐기 때문에 사퇴로 용단을 내릴 거라 생각한다. 이 문제는 계파가 있을 수 없다. 친박계가 옹호하기 시작하면 오히려 끝장"이라고 말했다. 다만 충청권 의원들 사이에선 '충청 총리'인 이 총리가 첫 검찰수사와 사퇴압박 타깃이 된 것에 대한 불만도 퍼지고 있다.

새정치민주연합이 요구하는 해임건의안이 의결까지 될 수 있다는 경고성 목소리도 나온다. 여당 의원 중 상당수가 야당의 이 총리 해임건의안에 '찬성표'를 던질 수 있다는 것이다. 김영우 수석대변인은 MBC라디오에서 "(해임건의안) 의결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했다. 하태경 의원도 PBC라디오에서 "(이 총리) 해임건의안이 올라왔을 때 여당이라고 감싸주는 일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고 못박았다.

<유정인 기자 jeong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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