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 "월급 빼고 물가만 올라" 정부 "성장에 비해 물가 낮다"

박병률 기자 2015. 4. 16. 22: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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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식 지표·실제 경기 큰 괴리.. 국민 체감 성장률 마이너스정부 발표 비해 3.8%P 낮아.. 소득 증대·공적연금 확대해야

주부 이동은씨(38)는 장을 볼 때마다 고개를 갸우뚱거린다. 정부는 소비자물가가 0%대라는데 막상 대형마트에 가보면 물건들이 너무 비싸서 머뭇거려지기 때문이다.

동네에서는 문을 닫는 식당과 가게가 한 달이 멀다하고 등장한다. 자영업자들을 볼 때마다 정말 어렵구나 싶다. 이씨는 "금융권에서 일하는 남편 직장도 올 하반기부터 구조조정설이 나오고 있어 돈 쓰기도 불안하다"고 말했다.

국민들이 일상에서 느끼는 한국 경제는 '스태그플레이션'인 것으로 분석됐다. 스태그플레이션이란 경기는 나쁜데 물가만 오르는 현상이다. 반면 정부는 경제지표를 근거로 '디스인플레이션'으로 보고 있다. 디스인플레이션은 현재 물가는 플러스 상태지만 갈수록 하락하는 상황을 말한다.

16일 현대경제연구원이 발표한 '최근 체감경기의 특징과 시사점'을 보면 지난해 4분기 국민들이 피부로 느끼는 체감경제성장률은 마이너스 1.1%로 정부의 발표(2.7%)보다 3.8%포인트나 낮았다.

현대경제원은 지난 2월24일부터 3월3일까지 전국 성인남녀 1007명을 대상으로 '체감성장률을 얼마로 생각하는지'를 전화설문으로 물어 체감경제성장률을 구했다.

국민이 느끼는 체감 물가상승률은 정부 발표보다 높았다. 지난 1월 기준 공식 물가상승률은 0.8%였지만 체감물가상승률은 3.3%에 달했다. 즉 정부는 성장률이 물가보다 높다고 발표했지만, 국민들은 물가가 성장률보다 높다고 느끼고 있었다. 정부는 '디스인플레이션'으로 보는 반면, 국민들은 스태그플레이션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체감성장률은 소득이 적을수록, 가계수지가 적자일수록 낮았다. 저소득가구의 체감성장률은 마이너스 2.1%, 적자가구는 마이너스 1.4%로 평균치(-1.1%)보다 더 낮았다.

순자산이 1억원 미만인 가구도 체감 성장률이 마이너스 1.6%로 낮았다. 노후준비가 부족한 사람도 마이너스 1.4%로 체감성장률이 평균치보다 낮았다. 자산뿐 아니라 부채 또한 체감경기에 영향을 미칠 뿐 아니라 예금, 금융자산, 부동산 등을 통해 노후준비가 얼마나 돼 있느냐에 따라 경기체감도가 달라진다는 의미다.

연령에 따라서도 차이가 났다. 40대와 50대의 체감성장률은 마이너스 1.5%로 20대(-0.5%), 30대(-1.0%)보다 낮았다. 40대는 소득은 많지만 교육비, 집값 등 의무지출이 많아서, 50대는 소득이 적어서 경기체감도가 낮은 것으로 판단됐다.

또 임금근로자에 비해 자영업자의 체감성장률이 낮았다. 자영업자는 지난해 4분기 한국 성장률이 마이너스 2.0%라고 체감했지만 임금근로자는 마이너스 1.0%로 봤다. 내수부진으로 자영업자의 수익이 줄고 문닫는 곳이 많은 상황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지역별로는 서울(-1.4%)과 충청·전라·제주(각 -1.3%)가 평균치보다 낮았다. 서울은 체감실업률이 높은 것이, 충청·전라·제주는 소득이 적은 것이 원인으로 보인다.

이준협 현대경제연구원 연구위원은 "체감경기를 살리려면 최저임금인상 등 소득증대와 함께 교육비, 주거비 등의 체감의무지출 증가를 둔화시켜야 한다"며 "부채를 늘리는 정책보다 자산형성을 위한 인센티브를 확대하고 국민연금 등 공적연금의 대상을 대폭 확대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기는 불황인데 물가는 상승하는 상황. 경기침체를 뜻하는 스태그네이션(stagnation)과 인플레이션(inflation)을 합친 단어다.

물가상승률이 점차 낮아지는 현상.

<박병률 기자 m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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