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1년..>단원고 가보니.. 아이들, 웃다가도 금세 시무룩

박성훈기자 2015. 4. 14.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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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픈 사람 취급 불편해"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1년이 다 된 지금, 경기 안산시 고잔동의 단원고등학교는 아픔을 딛고 일어서려 몸부림치고 있지만 완전한 치유를 말하기엔 너무 일러 보였다.

지난 10일 오후, 시내 거리마다 희생 학생들을 추모하는 현수막이 나부끼는 장면과 반대로 막상 학교 근처에서는 이를 찾아보기 힘들었다. 교문에 들어서자 학생들이 만개한 벚꽃을 배경으로 삼삼오오 사진을 찍는가 하면, 운동장에서는 남학생들이 축구를 하는 등 여느 학교와 비슷한 풍경이었다. 복도에서 마주치는 학생들은 "안녕하세요"라며 먼저 인사를 건네오기도 했다.

하지만 막상 대화를 나누다 보면 학생들의 마음속 깊은 상처를 어렵지 않게 엿볼 수 있었다.

한 학생은 "지난 1년간 '치유', '힐링'이란 단어를 귀에 못이 박이도록 들었다"며 "그래서인지 주위로부터도 아픈 사람처럼 인식되는 게 불편하다"고 말했다.

학교에는 지난해 8월부터 마음건강센터가 설치돼 소아정신과 전문의와 임상심리사 등이 학생들을 상대로 심리검사와 상담활동을 하고 있지만, 상처를 완치하기에는 역부족인 것처럼 보였다. 생존 학생의 학부모 오지연(45) 씨는 "참사를 겪은 아이들은 밝게 웃다가도 금세 시무룩해지는 등 감정 기복이 심하다"며 "성수대교·삼풍백화점 참사 피해자들이 20여 년의 시간이 흐른 지금도 정신적 고통을 겪고 있다는 얘길 들으면 아이들의 미래가 걱정된다"고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교내에는 참사 당시 단원고 2학년생들이 공부하던 2∼3층 10개 반이 1년 전과 똑같은 모습으로 보존돼 있었다. 각 교실 책상에는 희생자들이 즐겨 먹던 과자와 음료수 등이 놓여 있었고, 칠판에는 학교 선·후배들과 유가족들이 남긴 추모 글이 가득했다.

한편, 합동분향소가 차려져 있는 안산시 화랑유원지는 차분한 분위기 속에 참사 1주기 추모 행사준비가 한창이었다. 일 평균 3만 명에 육박하던 조문객은 요즘 100∼200명 수준으로 확 줄었다.

안산=글·사진 박성훈 기자 pshoon@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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