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라서" "통째로"… 둘로 갈린 세월호 인양論

엄보운 기자 2015. 4. 14.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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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해군·잠수사 "절단해야" "배 무겁고, 유속도 빨라 통째로 끌어 올리다간 체인 끊어질 위험도" - 교수·공무원 "통째 인양" "공학적으로 가능해… 수중에서 배 자르다가 사고 날 위험이 더 커"

"선체를 절단하지 않으면 인양 성공 확률이 20%도 안 된다. 잘라서 끌어 올리는 수밖에 없다."(잠수사·해군 요원 등 현장팀)

"공학상 통째로 인양 가능하고, 절단 작업 시 수중 사고가 날 확률도 무시 못 한다." (교수·관료 등 비현장팀)

작년 11월부터 세월호 인양 방법을 연구해온 '민관(民官) 합동 기술 검토 TF(태스크포스)' 내부에서 현장팀과 비(非)현장팀의 의견이 나뉘어 갈등이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잠수사, 해군 요원 등 현장에 직접 투입돼야 하는 팀은 "세월호를 절단해 인양해야 한다"는 '절단론'을 지지하고 있고, 교수·관료 등 비현장팀은 "통째로 인양해야 한다"는 '비(非)절단론'을 주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이달 말 국무총리실에 낼 최종 보고서에는 "성공 가능성과 위험 요인, 소요 기간과 인양 비용 등을 고려할 때 '통째 인양'해야 한다"는 내용이 담길 것으로 알려졌다. 비절단 방법이 채택되면 세월호 우현 표면에 구멍(리프팅 홀·lifting hole) 93개를 뚫고 구멍마다 체인을 연결해 끌어 올리게 된다.

이런 '통째 인양'을 지지하는 측에서는 "세월호의 현재 상태와 유속 등 작업 환경을 고려해 모의실험해봤을 때 '공학적으로 통째 인양이 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왔다"며 "통째 인양을 위한 크레인 작업 때 예측되는 사고 확률은, 절단 작업을 하느라 잠수사들이 수중에 오래 머물면서 사고가 날 확률에 비하면 그다지 높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황대식 한국해양구조협회 상임 이사는 "잠수사들의 수중 사고 측면에서 볼 때 일반적으로 수중 작업을 적게 하는 '비절단 인양'이 '절단 인양'보다 안전하다"고 말했다.

반면 현장팀은 "바다(현장)를 모르는 교수들이 '공학적으로 가능하다'는 이유로 통째로 인양하는 방법을 관철하려 하고 있다"고 반발하고 있다. 현장팀 출신의 한 태스크포스 위원은 "세월호 무게(6825t)와 맹골수도의 까다로운 작업 환경을 감안할 때 한 번 또는 두 번 절단하지 않고는 인양 성공 확률이 20%도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대형 크레인 여러 대가 한꺼번에 동원되더라도 유속이 초당 1.5~2m로 빠른 이 해역에서 세월호를 통째로 들어 올리는 건 위험 부담이 크다는 이유에서다. 이 위원은 "(통째 인양하다) 체인이 끊어지거나 선체가 뜯겨 나가는 등의 사고가 나면 바로 대형 인명 사고로 이어질 것"이라 했다.

물속에 들어가야 하는 잠수사들 생각은 다들 비슷했다. 배가 작고 침몰 위치가 맹골수도가 아니라면 교수들 말이 맞지만, "이번엔 다르다"는 것이다. 30년 경력의 한 잠수사는 "구멍을 93개나 뚫고 거기에 일일이 체인을 걸어야 하는데, 그럴 바엔 차라리 배를 두세 토막으로 절단하고 이후 배 아래로 체인을 넣어 감아 인양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한 태스크포스 위원은 "사고 해역에 풍랑이 거세지면 하던 작업을 멈추고 피항(避港)해야 하는데, 그때 묶어줬던 체인도 풀어야 한다"며 "이런 현장 돌발 변수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통째로 인양하는 것이 선체 훼손을 줄이는 가장 좋은 방법'이라는 주장에도 이들은 이견을 보이고 있다. 실종자 수색을 총괄했던 백성기 전 잠수 총감독은 "무게를 분산하기 위해 리프팅 홀을 많이 뚫는다고 하지만, 우현을 들어 올리다가 배 자체가 뜯겨 나갈 수도 있고, 무게 때문에 체인이 끊어져 배가 다시 바닥으로 떨어질 수도 있다"며 "세월호가 꼬박 1년 동안 물속에서 부식됐다는 점도 위험 요인"이라 했다.

실제 잠수사들을 대표해 태스크포스에 들어간 한 위원은 회의에서 한 대학교수와 인양 방법을 두고 설전을 벌이다 "내가 (통째로 인양하는 방법을) 반대했다는 것을 회의록에 남겨달라. 그리고 앞으론 뭐… 알아서 해라"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런 갈등에 대해 해수부 관계자는 "최종 보고서는 논의의 물꼬를 트는 것일 뿐, 인양 작업은 경험과 현장이 가장 중요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변화무쌍한 현장 상황에 대응할 수 있도록 다양한 의견을 계속 듣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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