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원 박사의 '성경(性敬) 시대'] 여자를 사랑하는 아내

2015. 4. 13. 07:2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우리에게 레즈비언(lesbian)의 사랑은 흥미롭지도 않고 절절하지도 않으면서 이뤄져서는 안 되는 사랑, 머리로는 알겠는데 가슴으로는 잘 모르겠는 절반의 이해 정도에 불과하다. 절반의 이해도 포기나 의도적 무관심이 섞인 이해지, 진정한 이해는 아닌 것 같다. 매일신문 조사 결과 20대 여성들은 66%가 우호적이지만 50대 남성의 77%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밝혔다.

우리가 알 만한 레즈비언은 프랑스의 왕비 마리 앙투아네트와 루스벨트 대통령 영부인 엘리너 루스벨트 등이다. 결혼생활은 지속한 그녀들이 성적 호감을 느낀 대상은 늘 여성이었다. 템스강에 뛰어들어 자살한 버지니아 울프도 있지만 더 쇼킹한 사실은 백의의 천사 나이팅게일이 정열적으로 사랑한 여성에게 발로 채이고 나서 간호사가 되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는 세종대왕의 며느리 세자빈 봉씨가 몸종 소쌍이와 석가이를 맷돌남편으로 음행을 일삼아 폐서인 됐다.

프랑스 화가 쿠르베(Gustave Courbet')가 그린 '잠'에는 벌거벗은 두 여자가 흐트러진 시트 위에서 다른 여자의 탐스러운 가슴에 얼굴을 대고, 손가락은 상대의 다리에 놓은 채 서로 얽혀 잠에 빠져 있다. 조선 후기 춘화 김홍도(金弘道) 그림에도 마주 붙어 비비는 두 여자들 뒤에서 남자가 느긋하게 후배위를 즐기는 장면이 나온다.

비가 삐질삐질 오고 아랫도리가 간지러운 날, 여자들끼리 나와 열심히 핥고 빨고 야단법석 치는 비디오를 보면 기분이 알싸해진다.

전 세계 성 전문가들이 동의하는 가장 만족도 높은 섹스는 바로 레즈비언 간의 섹스라고 한다. 성기가 맞닿게 포갠 다음 클리토리스를 부비는 트리바디즘(tribadisme), 오럴섹스, 딜도(dilo)나 바이브레이터로 성감대를 자극해주면 여자끼리 해도 느낄 건 다 느낄 수 있다. 오르가슴이란 음경이나 질 자체가 느끼는 감각이라기보다 훨씬 위쪽에 있는 머리와 가슴이 느끼는 감정이다. 여자는 반드시 질 속에 뭘 집어넣어야 하는 것이 아니라 애무만으로도 오르가슴에 이를 수 있다. 가빠지는 상대의 숨소리를 들으면 자극해주는 여자도 같이 흥분되는 데다 과부 사정은 과부가 안다고, 여자 성감대를 더 잘 알고 어떻게 해야 미치도록 좋은지를 더 정확히 집어내기 때문에 둘 다 오롯이 뿅 가기 쉽다.

여자가 왜 더 좋을까? 왜 그렇게 어렵게 살까? 왜 동성애자가 되는지 아직 정확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아 설(說)만 구구하다. 레즈비언은 남성 혐오라기보다 여성에 대한 이끌림이다. 끊임없이 둥지 밖으로 내쳐져 힘겹게 살아가는 이 뻐꾸기들이 같은 성 정체성을 가진 사람들을 만나면 햇살 뜨거운 날 바위 위에 내던져진 물고기가 갑자기 쏟아지는 소나기를 만난 것과 같다고 한다.

자신이 생각지도 못한 천형에 시달리는 여자들은 아무나 붙잡고 하소연도 못 하고 가슴앓이만 한다. 혼기가 차면 결혼하라는 주위 압력 때문에 버티지 못하고 집을 나오게 된다. 그런데 지금 중년들은 동성애란 게 뭔지도 모르고 썩 좋지도 않은 남자에게 그냥 시집간 여자도 꽤 있다. 안타까운 것은 나이에 밀려 남자와 혼인한 후 힘들어하는 여자, 레즈비언을 경험한 후 이혼을 심각하게 생각 중이거나 이미 이혼한 여자가 꽤 된다는 사실이다.

아내가 단짝친구랑 방금 안방 침대에서 부스스 일어난 듯한 느낌이 들 때가 있었는지 곱씹어보자. 자꾸 잠자리를 거부하는 아내가 지금 홀랑 벗은 친구와 납작한 걸 맞대고 헐떡거리고 있는 건 아닐까?

[성경원 한국성교육연구소장 서울교대·경원대 행정학 박사 / 일러스트 : 김민지]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1802호(2015.04.08~04.14일자) 기사입니다]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매경이코노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