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의 금융산업 구하라 ..'3가지 금융線' 프로젝트 시동

2015. 4. 12.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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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線지키는 先진금융 ◆

"한국은 선을 지키지 않는 미숙한 사회에서 선을 지키는 신뢰사회로 가자는 강한 메시지가 필요한 때다. 한국 금융이 그 불을 지펴야 한다." 금융당국 고위 관계자 말이다. 그는 "소비자도 자기 권리를 찾기 위해 거래할 때 선을 지켜야 하고, 금융사도 고객 보호를 위한 선을 지켜서 이익만 추구하거나 우월적 지위를 남용하면 안 된다"며 "금융당국도 선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특히 권력층이나 금융당국이 선을 넘도록 종용하고 지시하는 일이 사라져야 한다고 덧붙였다. 한국 금융산업이 저금리에 따른 수익 감소와 경제 성장 둔화로 사상 최대 위기를 맞고 있는 가운데 금융산업의 새 성장동력에 대한 해법으로 '금융 3선(線)' 지키기가 제시되고 있다.

금융질서 線상처난 신뢰 높일 유일한 길…당국도 부당한 요구 안돼

금융시장 변화에 발맞춰 금융회사와 고객, 당국 모두 준수해야 하는 금융질서 유지선을 정비할 필요성이 높아지고 있다.

'금융질서 유지선'은 보이스피싱이나 대포통장, 보험사기, 주가 조작 등이 벌어지지 않도록 금융권을 보호하기 위해 지켜야 할 선을 말한다. 기본적인 금융질서를 수호해 금융시장 신뢰도를 제고하는 유일한 길이다. 금융회사들이 지켜야 할 선을 제대로 지키지 않은 사례도 많다. 불완전 판매가 대표적이다. 예전에는 상품 설명이 비교적 단순한 예·적금, 신용대출, 주택담보대출이 주종을 이뤘다면 최근 저금리로 펀드나 방카슈랑스 같은 복잡한 상품을 취급하는 비중이 늘어나면서 이른바 '정보 비대칭성' 문제가 심해졌기 때문이다. 금융회사에서 섬세한 설명을 듣지 못해 피해를 보는 금융 소비자가 늘고 있다.

연태훈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금융산업 종사자들이 고객을 바라보는 시각을 바꿔야 한다"며 "고객이 지속적으로 이익을 얻을 수 있어야 결국 금융사도 살아남을 수 있기 때문"이라고 강조했다. 금융당국과 정치권도 마찬가지다. 금융회사가 전문성과 자질을 갖춘 이들이 주축이 돼 영업과 상품 개발, 국제화에 주력할 수 있도록 인사 개입을 중단하고 건전성과 금융 소비자 보호 규제에 집중해야 한다는 주문이 나온다. 박창균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금융당국이)권한 밖인 일을 놓고 부당한 요구를 하더라도 을(乙)인 금융회사는 대항할 방법이 없다"며 "유일한 해결책은 갑(甲)이 스스로 자제하는 것"이라고 했다.

금융안전 線대학생도 사기범죄 종종 연루…안전한 금융소비 교육을

금융회사뿐 아니라 고객 역시 'P턴' 같은 고난도 이정표에 상응하는 금융 상식을 갖춰야 질서유지선이 제 구실을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문가들은 조언한다.

이웃 생명까지 위협하는 음주·졸음운전, 역주행처럼 가정을 파탄으로 내모는 대포통장과 보이스피싱 등 사기범죄를 예방할 금융 안전선도 빼놓을 수 없다는 주장이다.

과거에는 농촌 지역 노인들이 금융사기 피해를 보는 사례가 많았지만 최근 들어선 금융을 꽤 안다는 젊은 직장인들까지 쉽게 속는 사례가 급증하고 있다. 대포통장과 보이스피싱 같은 사기수법이 날로 진화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금융사기 과정 자체에 연루되면서 하루아침에 사기범으로 내몰리는 일반인들까지 나타나고 있다는 점이다. 여기에는 용돈 마련을 위해 나선 대학생들도 심심치 않게 나온다. 금융 안전선은 금융 소비자가 금융 거래나 투자에 따른 피해를 보지 않기 위해서 기본적으로 지켜야 할 금융 거래와 관련한 안전선을 말한다. 효과적인 재테크와 안전한 금융소비를 위해 준수해야 할 금융 가이드라인인 셈이다.

금융교육 필요성이 대두되는 이유다. 금융문맹에서 비롯되는 각종 피해와 사회적 손실을 사전에 차단하고, 평범한 일반인들이 금융사기에 연루되는 사례도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송재철 농협 상호금융수신부 전화사기대응팀 차장은 "보이스피싱은 물론이고 통장 양도도 엄연한 범죄라는 사실이 사회에 널리 퍼져야 근본적으로 범죄가 줄어들 수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배려 線"남의 돈을 내 돈 같이 키운다" 금융사·소비자 윈윈 전략

질서선과 안전선만으로는 역부족이다. 금융시장 주체들이 상대방 관점에서 행동하는 금융배려 양보선이 필요한 까닭이다.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경쟁사 우량 고객을 탈취하려는 경쟁이 선을 넘는 수준으로 가열되고 있다.

한승철 우리은행 인사동지점장은 "역마진을 감수하고 대출금리를 낮춰주겠다며 고객을 뺏어가는 은행이 늘어나고 있다"며 "일정 기간이 지나면 손실을 만회하기 위해 다시 금리를 높이고 고객은 또 다른 은행을 찾아간다"고 전했다.

배려는 금융회사 혼자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은행 갈아타기를 일삼던 경기도 이천 한 의류회사는 2012년 초 결국 도산했다. 이 회사와 거래하는 은행 관계자는 "기업고객과 신뢰가 사라지니까 어떤 은행도 어려울 때 이 기업을 도와주지 않게 됐다"고 했다.

박인규 DGB금융그룹 회장 겸 대구은행장은 "고객이 은행을 신뢰하고 은행은 비올 때 고객의 우산을 뺏지 않는 의리를 지키면서 고객과 은행 이익을 덩달아 키워나가는 배려 역시 선진 금융을 달성하기 위해 반드시 필요한 선"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최근 금융권이 따뜻한 금융, 행복한 금융을 내세우는 것도 금융권 신뢰를 통한 사회적 자본을 늘려 금융산업을 한 단계 끌어올리고 있다. 박창균 중앙대 교수는 "금융회사에 대한 금융 소비자의 신뢰가 높을수록 그 나라 금융산업이 더 발전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며 "'남의 돈을 내 돈같이'라는 기본윤리를 금융주체들이 모두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석우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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