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쟁의 도구'된 세월호..멈춰버린 유족들의 '그날'

정성엽 기자 2015. 4. 11. 2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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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이제 곧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1년이 됩니다. 그날의 참담한 소식에, 함께 놀라고 함께 울었던 우리 사회는 지금은 어떤 모습입니까? 300명 넘게 희생된 참사는 정쟁의 도구, 네 편과 내 편을 가르는 수단으로 전락했습니다.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요? SBS 연중캠페인, 배려, 대한민국을 바꿉니다. 오늘(11일)부터 시작되는 4월의 주제는 생명에 대한 배려, 세월호 참사 피해자들에 대한 배려입니다.

정성엽 기자입니다.

<기자>

오늘도 광화문 세월호 농성장엔 아픔을 나누려는 발걸음이 이어집니다.

단식에, 노숙에, 삭발까지 해야 했던 유족들은 고맙다는 말조차 건네기 힘겨울 정도로 지쳤습니다.

이들의 등 뒤쪽엔 농성을 그만두라는 현수막이 여전히 걸려 있습니다.

유족들을 그저 떼쓰는 사람으로 바라보고, 세월호라면 이제 신물이 난다는 사람들도 있습니다.

[(광장을) 시민들에게 돌려줘라.]

심지어 단식 중인 유족들 앞에서 보란 듯이 음식을 먹으며 조롱하는 야만적인 모습도 등장했습니다.

[손석한/신경정신과 전문의 : 상대방을 괴롭힘으로써 내가 뭔가 우월한 위치에 있다는 그런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되죠. 이런 행동이 용납되면 용납될수록 점점 더 편 가르기 현상이 심화될 것이고요. 잘못된 영웅 심리와 맞물려서 더욱더 그런 행동이 심화될 수 있는 거죠.]

300명 넘는 목숨을 앗아간 참사가 어쩌다 모두의 슬픔이 아닌 분열과 갈등의 원인으로 전락한 걸까?

처음엔 다 함께 경악했고, 슬퍼했고, 분노했습니다.

어떻게 이런 일이 벌어졌는지, 왜 이렇게밖에 대처하지 못했는지, 이유를 알고 싶었지만, 정부와 여당은 적극적이지도, 솔직하지도 않았습니다.

[(대통령 얘기만 나오면.) 잘났다, 잘났어. (반말하지 마.) 잘났다.]

[세월호 유족 : 국회의원 양반들 진짜 한심해.]

세월호 사고를 정치적 호재로 삼는 듯한 야당의 태도도 갈등을 악화시킨 요인으로 꼽힙니다.

[김호기/연세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 대통령의 7시간 부재가 논란이 되면서 정치적 이슈로 바뀌었습니다. 어떤 이슈든 정치적 쟁점으로 변화되면 국민적 여론도 둘로 나뉘게 됩니다.]

사회적 평형수 역할을 해야 할 정치권은 오히려 갈등을 해결할 수 있는 복원력을 완전히 잃게 만들었습니다.

[이철희/정치평론가 : 어떤 세력은 교통사고로 바라보고 어떤 세력은 집권세력의 실정을 부각시키는 소재로만 바라보니까 정치가 문제를 풀어낸 게 아니라 정치가 문제를 더 꼬이게 만들고 갈등을 해결한 게 아니라 갈등을 더 증폭시켰다.]

세상은 끊임없이 움직이지만, 유족들의 세월은 아직 그날 그대로입니다.

지금 이들이 느끼는 고통의 무게는 누구도 가늠하기 쉽지 않습니다.

유족들의 고통 앞에서 중립을 지킬 수 없었다는 프란치스코 교황의 말이 왜 그렇게 울림이 컸는지 되새겨볼 때입니다.

(영상취재 : 박영일·김현상, 영상편집 : 남 일)

▶"영원히 기억할게"…세월호 1주기 앞두고 추모 물결 정성엽 기자 jsy@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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