朴 대통령, 국민 304명 제사날에 콜롬비아 꼭 가야하나

2015. 4. 11.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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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세월호 1주기 당일 또 다시 해외순방길…민감한 상황 때마다 해외로?

[미디어오늘 정철운 기자]

박근혜 대통령이 또 해외 순방에 나선다. 세월호 참사 1주기인 4월 16일 콜롬비아로 떠나는 중남미 4개국 순방이다. 27일까지 머무르는 장기 해외일정이다. 청와대 쪽은 "콜롬비아 대통령이 직접 친서를 보내와 오는 15∼17일 사이에 박 대통령이 방문해줄 것을 간곡히 요청해왔다"며 "정상외교라는 국익을 저버릴 수가 없었다"고 밝혔다.

콜롬비아에서 얻을 국익이 무엇인지 명확하지도 않은 상황에서 304명의 목숨을 빼앗아간 세월호 참사에 대한 국민적 슬픔을 달래는 것보다 우선할 국익이 있는지도 의문이다. 이 때문에 국내에서도 보수‧진보언론 할 것 없이 이번 외교일정을 '논란'으로 보도하고 있다. 청와대 쪽은 "세월호 유가족을 위로하는데 소홀함이 없도록 하겠다"고 강조했지만 한발 늦었다.

이번 순방일정에서 드러난 정부의 무능함은 두 가지다. 세월호 참사 1주기라는 무거운 국내 분위기에서도 상대국의 요구만 받아들인 '외교무능'이다. 이와 관련 경향신문은 "세계적 뉴스가 된 세월호 사건에 대한 콜롬비아 측 이해를 얻어내지 못한 채 상대 요구에 끌려가는 식으로 출국하는 모양새가 된 것을 두고 외교무능이란 지적도 있다"고 보도했다.

▲ 박근혜 대통령이 2014년 9월 22일 오후(현지시간) 미국 뉴욕 존에프케네디 공항에 도착, 전용기에서 내리고 있다. ⓒ청와대 홈페이지
▲ 박근혜 대통령이 2014년 1월 16일 오후 뉴델리 시내 한 호텔에서 스와라지 인도 하원 야당대표를 만나 악수하고 있다. ⓒ청와대 홈페이지

또 하나의 무능함은 '공감무능'이다. 새정치민주연합은 "아직도 가슴에 묻은 아이들이 선연한데, 참사 1주기 바로 그날 굳이 해외순방을 떠나겠다는 박 대통령을 이해할 수가 없다"고 비판했다. 청와대는 참사 1주기라는 국가적 중대사안보다 콜롬비아에 가는 것이 중요한 이유를 국민들에게 설득하지 못했다. 단지 '국익'이란 두루뭉술한 말만 반복했다.

국정운영자가 가져야 할 공감능력의 부재는 '대통령이 민감한 사안이 있을 때마다 해외순방을 떠난다'는 의혹까지 낳았다.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해 5월 19일 세월호 참사 34일 만에 첫 대국민담화를 발표한 직후에도 아랍에미리트(UAE) 순방에 나섰다. 문창극 총리후보자 지명 논란 당시에는 우즈베키스탄‧카자흐스탄‧투르크메니스탄을 순방했다.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논란 당시에는 미국을, NLL대화록 논란 때는 중국을, 채동욱 혼외자식 보도 논란 당시에는 러시아와 베트남 순방길에 올랐다. 사이버사령부 대선개입 논란 때는 인도와 스위스를 다녀왔고, 법무부가 헌법재판소에 통합진보당에 대한 정당해산심판을 청구한 시점에는 프랑스‧영국‧벨기에 등 서유럽 순방길에 오른 뒤였다.

▲ 박근혜 대통령 취임 600일간의 해외순방일정 및 성과. ⓒ정상근 기자

이 같은 '오비이락'은 대통령의 잦은 해외순방 탓이기도 하다. 박 대통령은 취임 600일 기준으로 70여일 가량을 해외에서 보냈다. 취임 후 열흘 중 하루 이상은 해외에서 보낸 셈이다. 박 대통령은 지난 1월에도 8일 일정으로 인도‧스위스 국빈방문에 나섰고, 지난 3월에도 8일 일정으로 쿠웨이트, 사우디아라비아, UAE, 카타르 4개국을 방문했다.

잦은 해외순방에도 대통령이 얻은 게 없다는 지적은 뒤로 미루더라도, 세월호 참사 1주기에 맞춘 해외순방은 여러모로 악재다. 국내비판여론을 피해 일정을 맞췄다는 주장이 나올 수밖에 없다. 더욱이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이 죽음으로 주장한 불법정치자금의 최종 수령자가 정황상 박근혜 대통령으로 드러나고 있다. 해외순방에 나설 한가한 상황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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