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권 심장부 겨눈 리스트..집권이후 최대 위기

2015. 4. 10. 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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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성완종 리스트 파문

'정윤회 문건' 뒤 넉달만에 또…

성완종 전 경남기업 회장의 '유언 폭로'로 청와대가 집권 3년차 최대 고비를 맞았다. 10일 '성완종 리스트'를 접한 청와대는 하루 종일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며 향후 파장에 촉각을 곤두세웠고, 일부에선 지난해 말 불거진 '정윤회 문건'으로 촉발된 정권의 위기가 몇 달 만에 또다시 반복되는 상황에 대한 탄식도 흘러나왔다. 정권이 회복 불가능한 침체에 빠져들 수 있다는 위기감도 감지된다.

청와대가 이번 사안을 초반부터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배경에는 몇 가지 이유가 있다. 우선 성 전 회장의 '유언 폭로'가 친박 실세로 분류되는 정치인뿐 아니라 전·현직 청와대 비서실장 등 청와대 핵심부를 정면으로 겨냥하고 있다는 점이다. 허태열·김기춘 두 전직 비서실장에게 전달했다는 구체적인 금품 액수와 유언 녹취록이 보도됐고, 이날 오후엔 성 전 회장이 남긴 메모에 이병기 현 비서실장의 이름이 적혀 있는 게 알려지면서 일부 참모들은 패닉 상태가 됐다. 당사자들이 일제히 의혹을 강하게 부인하는 자료를 내는 등 발 빠르게 대응했지만, 세상을 떠나는 이가 마지막으로 남긴 말이어서 당사자들의 부인·해명에도 의혹이 쉽게 가시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국정원 선거개입·세월호인사 난맥 등 악재 많았지만돈 문제 불거진 건 처음연금개혁·사정드라이브 등국정운영에 타격 받을 듯

이번 폭로가 박근혜 정부 출범 이후 한 번도 불거지지 않았던 '금품수수' 의혹이라는 점도 주목되는 부분이다. 국정원의 선거개입이나 세월호 참사 부실대응, 인사 난맥, 비선 실세 개입 등 숱한 악재가 이어졌어도 지금껏 돈 문제가 불거진 적은 없었다. 하지만 이번엔 친박 실세 정치인들을 포함해 청와대 비서실장 등 박 대통령 최측근 인사들의 금품수수 의혹이 한꺼번에 등장했다. 상황이 180도 달라진 것이다. '그래도 현 정부는 돈 문제에선 깨끗하지 않으냐'는 마지막 버팀목까지 무너지면, 정권의 위기는 생각보다 심각한 수준에 직면할 수 있다.

청와대가 공무원연금 개혁 등 주요 현안이 쌓인 4~5월 정국을 주도해 나가기 어려워진 게 아니냐는 분석도 나온다. 2월 말 임명된 이병기 비서실장 체제가 안착하고, 내각에서 이완구 총리가 사정드라이브를 주도하며 3년차 국정이 자리를 잡아가는 시점이라는 것도 청와대로선 뼈아플 수밖에 없다. 공무원연금 개편 등 박 대통령이 의욕적으로 밀어붙이는 현안들이 국민 관심으로부터 멀어질 가능성도 있다. 더구나 이번 '유언 파문'은 어디까지 튈지 모르는 현재 진행형이다.

이번 '유언 폭로'가 청와대 주도의 사정드라이브에서 파생됐다는 점도 여권 내부의 갈등 요인으로 꼽힌다. 4·29 재보선에 나쁜 영향을 미칠 경우 여당에 대한 청와대의 장악력이 급격하게 약화되고, 연금개혁을 포함한 4대 분야 구조개혁도 힘을 받지 못할 수 있다. 최근엔 자원외교와 방산 비리, 대기업 수사 등에 대한 기득권 세력의 저항도 커지고 있는 형편이다. 청와대 내부의 위기감이 최고조일 수밖에 없다.

사정이 이렇지만 박 대통령이 직접 이번 파문을 진화하려 나서기 어렵다는 점도 청와대로서는 답답한 부분이다. 청와대 관계자는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고 싶어도 규명할 주체가 없다. 검찰에 고인을 철저하게 수사하라고 할 수도 없는 것 아니냐"며 "대통령이 이번 사안에 대해 반응할 수 있는 방법이 마땅치 않다"고 말했다. 다만 박 대통령이 '도덕성' 문제에 대해서는 극도로 예민한 반응을 보여온 만큼, 오는 16일 중남미 순방을 떠나기 전에 어떤 형태로든 입장 표명을 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그러나 이 경우도 당장은 "사실이 아니다"는 일방적 부인 외에 별다른 방법이 없어 얼마나 효과가 있을지 불투명하다.

석진환 기자 soulfat@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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