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창촌 업주 하소연 "악덕(惡德) 포주라구요? 우리 당하며 삽니다"

김아사 기자 입력 2015. 4. 10. 12:01 수정 2015. 4. 10. 15:28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성매매를 한 남녀를 처벌하는 ‘성매매특별법’의 위헌 여부를 가리기 위한 헌법재판소의 공개변론이 9일 열렸다. 성매매특별법에 대한 논의가 본격적으로 시작되는 것이다. 2012년 12월 위헌법률심판이 제청된 지 2년4개월 만이다. 앞서 헌재는 혼인빙자간음죄와 간통죄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린 바 있어 이 문제는 또 사회적으로 큰 논란을 불러일으킬 전망이다. 독자들의 판단을 돕기 위해 위헌 여부에 대한 찬반 논란을 2차례에 걸쳐 나눠 싣는다. (하·끝)

집창촌 하면 여전히 악덕(惡德) 포주를 떠올리는 사람이 많다. 갈 곳 없는 여성들에게 높은 이율의 선급금을 주고, 이들을 감금한 채 성매매를 강요하고 때론 폭력까지 일삼는다. 이를 못 참는 여성들이 도망을 가기도 하지만, 금세 잡혀 다시 끌려간다. 흔히들 갖는 집창촌 업주에 대한 이미지다.

지난 8일 서울 길음역 인근 집창촌서 만난 포주 김숙정(63·가명)씨는 이런 얘기에 헛웃음을 쳤다. “지금이 어느 시댄데…아가씨들이 얼마나 영리한 줄 아세요. 누구나 핸드폰 갖고 버튼 몇 개만 누르면 되는 세상이잖아요. 오히려 당하는 건 우리 업주들입니다. ‘탕’치면 도리가 없어요, 아무 가게나 들어가서 한번 물어보세요.” ‘탕친다’는 말은 성매매 여성이 포주에게 돈을 빌린 뒤 갚지 않고 도망가는 것을 뜻하는 그들의 은어다. 김씨는 어떤 이야기를 꺼내도 끝은 ‘아가씨들이 탕친다’는 얘기로 끝을 냈다.

성매매 여성들에게도 그렇지만, 업주들에게 성매매특별법은 사는 문제다. 업주들은 단속으로 인해 손님이 줄어드는 등의 문제도 있지만, 단속이 ‘탕치는 아가씨’를 늘리는 문제를 일으켜, 이쪽 업계를 완전히 혼란으로 몰아 넣어버렸다고 강조했다. 성매매 특별법이 위헌 심판이 나서 없어져야만 이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했다.

“아가씨들이 일한다고 와서 어떻게든 돈을 빌려요. 근데 도망가 버리고 돈을 안 갚아요. 성매매가 불법인 걸 그 애들도 알잖아요. 일부 나쁜 애들이 그걸 악용하는 건데. 거기엔 도리가 없어요.”

물론 돈을 빌려줄 때 공증도 하고 안전장치도 한다고 했다. 하지만 작정하고 도망가버리면 어쩔 수 없다는 게 업주의 말이다. 이들은 신고할 수도, 하소연할 데도 없다고 했다. “길음역 부근에 한 80~90집 중에, 이런 식으로 차용증만 쌓아서 갖고 있는 경우가 많아요.”

-여성들이 돈을 빌려 안 갚는 게 성매매특별법과 직접적 관련이 있나요

“성매매 특별법이 생기고, 우후죽순으로 아가씨들을 돕는다고 단체들이 생겨났어요. 그런데 여기서 이런 식으로 성매매 업주한테 빌린 돈은 안 갚아도 된다는 교육을 했습니다. 우리 집 아가씨도 그렇게 알고 있습니다. 불법적인 일 하는 입장에 신고할 수도 없잖아요.”

-선급을 하지 말고, 일을 하면 어떤가요.

“여기 오는 아가씨들은 다 사정이 궁한 사람들이에요. 부모 병원비, 동생 학비 다 돈이 필요해서 여기까지 와요. 그런데 당장 돈이 없다고 우는데 어떻게 모른 척해요. 그럼 일이 되나요.”

그는 사람들이 업주에 대해 너무 오해를 많이 갖고 있다고 했다. 그는 성매매특별법에 관해 얘기하는 TV토론회를 본 적이 있는데, 너무 황당해서 말이 안 나올 정도였다고 씩씩거렸다. “아니 판사나 교수님들이 한번이라도 직접 보고 그런 소리를 하는 건가요. 성매매 특별법이 있어야 한다는 이유로 업주가 여성 인권을 짓밟는다는 이유를 말하는데…지금 시대가 어느 시대입니까. 다들 핸드폰 갖고 뭐 다 인터넷에 올리고 그런 시대잖아요. 여기라고 그런 게 안 통한다고 생각을 하는 건지. 우리가 아가씨에게 너무 많은 일을 강요한다는데 참 기가 차서.”

김씨는 속이 타는 듯 물을 한 잔 벌컥 마셨다. “지금은 업주가 아가씨 눈치를 보는 입장이에요. 아가씨들이 떠나면서 112신고 해 버리면 우리만 골치가 아파요. 여기 아가씨들 자기가 일하고 싶으면 일하고 안하고 싶으면 안해요. 10명 중 8명은 차 가지고 출퇴근해요. 다들 주말에 놀러 가고 즐기고 살아요. 뭐가 인권을 유린한다는 겁니까.”

-집창촌서 일하는 여성들은 생계형이라고 표현하는 게 맞나요

“생계형이죠. 현재 5명을 데리고 일합니다. 이들 모두 부모님 병원비 동생 학비, 자식들 먹여 살리러 나온 사람입니다. 식당에서 일하면 되지 않느냐고 하는데, 가족들 부양 때문에 돈이 더 많이 필요한 사람들이에요. 이런 사람들이 여기서 돈을 못 버니 음지로 가서 다른 데로 가서 불법적인 성매매를 하는 겁니다. 여기서 단속한다고 안 하겠어요.”

-성매매 특별법 전에도 음성적 성매매는 이뤄졌습니다.

“지금은 그쪽이 훨씬 커진 거잖아요. 내가 이 일을 20년간 했습니다. 한때 15~20명 아가씨 데리고 일을 했죠. 성매매 특별법 전보다 매출이 10분의 1로 줄었어요. 이건 나뿐만이 아니에요. 다들 다른 일을 찾지 못해 그냥 있는 거고, 그냥 앉아서 굶어 죽는 뭐 그런 식이에요.”

-음성적 성매매 시장이 더 커지면 어떤 문제점이 생기나요

“일반 사람도 피해를 봅니다. 성매매 특별법이 없을 때는 장사가 잘됐고, 매주 성병 검사를 했어요. 자부하건데 손님은 병에 걸렸을 수 있지만, 여기는 그런 면에선 청정 구역입니다. 그런데 법 때문에 장사도 안되고 나오던 애들도 드문드문 해지면서 이 검사가 제대로 안되고 있어요. 검사하는 날 없는 애들도 있고, 뭐 그런 식이에요. 그런 음성적인 곳은 이렇게 검사를 안하잖아요. 아마 병이 옮겨진다던지의 문제가 있겠죠.”

-성매매 특별법이 없어지면 현재 문제점이 모두 해결되나요.

“그건 모르지만, 단속은 우리한테 너무 큰 문제에요. 정부에서 불법적인 일 단속을 하지 말라는 건 아닙니다. 미성년자 고용 등 이런 건 단속해야죠. 김강자 전 서장님이 그 일 하나는 잘해놓고 가셨어요. 미성년자들 찾아내서 그런 부분 다 교정해주셨죠. 그런 걸 단속하면 되죠. 우리도 먹고사는 문제에요. 잇속 챙기자는 게 아니고 각박하게 하지 말자는 겁니다. 그러기 위해선 성매매 특별법이 없어져야 해요.”

-성매매 여성들과 돈은 어떻게 나누나요.

“50대 50입니다. 우리는 그 외에도 방세도 내야하고 딸린 식구들 월급도 줘야 해요. 영 유지가 되지 않습니다.”

-현재 손님은 어느 정도인가요.

“아예 없는 날도 있죠. 서너명 있을 때도 있고. 나가면서 한번 보세요.”

밤 11시. 길음역 집창촌은 한산했다. 3분의 1가량의 가게는 불이 꺼져있었다.

- Copyrights ⓒ 조선일보 & chosun.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

Copyright © 조선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