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참사 벌써 잊었나..제주행 카페리 '아쉬운 안전'

2015. 4. 10. 0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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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주 뱃길 동승 취재해보니구명정 향하는 계단엔 진입금지 표시갑판 위 개수대 손대니 나사풀려 흔들선내 안전방송 승객들은 나몰라라

◆ 2015 신년기획 線지키는 先진사회 / 여전히 위태로운 해양안전線 (上) ◆

"구명정을 향해 올라가는 계단을 막아둔 것은 명백히 잘못된 것이죠." 지난 6일 부산에서 제주로 가는 A카페리(6600t급) 선상에서 김길수 한국해양대 교수는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며 혀를 내둘렀다. 비상시 생존을 좌우할 구명정으로 향하는 계단에 '진입금지' 구역임을 표시한 폴리스라인이 설치돼 있었다.

김 교수는 "아무리 관리상 편의라고 생각해도 구명정으로 향하는 길을 막아서는 안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1년 가까이 됐지만 여전히 바다 위 '안전선(線)'은 겉돌고 있는 느낌이었다. 사고 1주기를 열흘 앞두고 매일경제가 국내 연안여객선의 안전전문가인 김길수 교수와 부산~제주 노선 카페리에 승선해 현장 안전실태를 두루 점검한 결과다.

김 교수의 안전 체크리스트 항목은 양호를 뜻하는 '○'표보다 '보통(△)·불량(×)' 표시로 채워졌고, 특히 눈에 잘 띄지 않는 부분에서 여러 허점이 확인됐다.

배 안의 탁자와 오락기 등 편의시설은 바닥에 단단히 고정돼 있었지만 뒤편 갑판에 설치된 냉장고와 개수대는 녹슨 나사에 의지해 위태롭게 자리 잡고 있었다. 김 교수가 개수대를 미는 순간 개수대를 잡고 있는 유일한 나사는 조임이 일부 풀린 상태로 흔들거렸다.

이를 살펴본 김 교수는 "배가 기우는 사고가 나면 여기 녹슨 나사 한 개는 그냥 떨어져 나가게 된다"며 "이 같은 불완전한 편의시설 고정 상태가 배의 복원력을 떨어뜨릴 수 있다"고 경고했다.

지난해 세월호 사고의 원인이던 화물 고정과 선박 복원성 문제는 세월호 1년 전보다 상당 부분 개선된 것으로 보였다. 카페리에 실린 각종 화물 중 일부 잡화에는 고박장치(화물을 고정시키는 장치)가 대체로 안전하게 설치돼 있었다.

해당 여객선은 1층 화물실에 컨테이너와 일반화물 등 무거운 화물을, 2층 화물실에는 승용차와 소형 트럭 위주로 배치해 배의 무게중심을 잡았다.

이 배의 이남선 사무장(60)은 "세월호 사고로 탑승객이 60~70% 줄었고 그 이후로 더욱 고박을 철저히 한다"고 밝혔다. 김군남 선장(63)도 "세월호 사고 이후 평형수를 넣었느냐고 물어보는 승객들 문의가 쏟아진다. 항해 때마다 전산화한 양식으로 선박 구조와 그날의 화물 적재를 고려해 평형수를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처럼 화물 고정과 복원성 문제는 나아지는 모습이었지만 여전히 비상시 안전 대응 분야에서는 빈틈이 보였다. 해양수산부에서 안전 강화 대책으로 내놓은 탑승 절차 강화부터 일부 부실한 점이 확인됐다.

발권·개찰·승선으로 이어지는 3단계에서 발권과 승선 단계에선 철저하게 신분이 확인됐지만 개찰 단계에서는 승선권 확인과 개찰권 회수 절차가 없어 곧장 승선이 가능했다. 검문검색 장비도 있었지만 사실상 무용지물이었다.

배 안 안전교육도 탑승객의 무관심과 부적합한 장비 등으로 인해 제대로 효과를 기대하긴 어려워 보였다. 여객선이 출항한 지 10분 뒤 객실마다 설치된 TV에서 안전교육 동영상이 나왔지만 이를 주의 깊게 보는 탑승객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이미 전체 탑승객의 절반인 50여 명이 갑판으로 나와 부산항 야경을 감상하고 있었다. 사무장 등 선원들이 안전교육을 위한 순찰을 돌았지만 선원들 스스로 역부족이라고 토로했다. 당시 상황을 유심히 지켜본 김 교수는 "객실 크기나 정원에 비해 TV 화면이 작고 소리도 작게 들려 승객에게 안전교육 내용을 전달하기 어렵다"고 염려했다.

가장 기본이 되는 구명조끼 착용법 안내도 부실했다. 해양수산부의 여객선 안전관리지침에 따르면 객실이나 통로 등 잘 보이는 장소에 구명조끼 착용법과 비상탈출로 안내 게시물이 붙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선상 복도 곳곳에는 비상탈출 안내도만 있을 뿐 구명조끼 위치는 간략하게 표시돼 식별력이 떨어졌다. 김 교수는 "연안여객선의 안전 문제를 해결하는 근본 대책은 결국 투자의 문제"라며 "영세한 선사들이 배 한두 척으로 영업하는 상황에서 안전에 충분한 돈을 투입하기가 빠듯해 보였다"고 아쉬워했다. 그는 "전체적으로 볼 때 아직도 개선의 여지가 많다"고 덧붙였다.

[부산·제주 = 안갑성 기자]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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