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性매매는 인권 유린" 對 "생계형은 처벌 말아야"

전수용 기자 2015. 4. 10. 03: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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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性매매특별법… 위헌심판 제청 2년4개월 만에 첫 공개변론] -'性매매 처벌' 합헌론 "인간을 性의 대상으로 격하… 공익 위해서라도 막아야" -'性매매 처벌' 위헌론 "처벌해도 성매매 근절 안돼… 직업 선택 자유도 침해" -'미아리 포청천' 김강자도 출석 "종암경찰서장 때 단속했더니 집창촌 여성 생계만 위협"

"우리는 먹고살아야 한다. 성매매 처벌법은 폐지돼야 한다."

9일 오후 1시 서울 재동 헌법재판소 정문에서 모자를 눌러쓰고 선글라스를 쓴 성매매 종사 여성들이 헌재에 탄원서 제출에 앞서 회견을 열었다. 성매매 여성을 처벌하는 법률은 위헌(違憲)이라는 주장이다. 2004년 제정된 성매매 특별법은 '성매매자는 1년 이하 징역이나 300만원 이하 벌금·구류 또는 과료에 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성을 사고파는 여성과 남성 모두를 처벌하는 규정이다. 2012년 12월 법원은 이 조항이 위헌이라며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했고, 이날 2년 4개월 만에 처음으로 헌재에서 공개 변론이 열렸다.

성(性)매매를 처벌하는 법률은 직업 선택과 사생활 자유를 침해해 위헌일까. 아니면 성범죄를 줄이고 올바른 성풍속을 지키기 위한 최소한의 장치일까. 이런 위헌론과 합헌론이 헌재 대심판정에서 격돌했다.

2012년 7월 성매매로 기소돼 위헌법률심판을 신청한 김모(44)씨의 대리인 정관영 변호사는 "성(性)이라는 내밀한 영역까지 국가 형벌권이 개입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주장했다. 이어 "성매매 처벌로 성매매 근절 효과는 입증되지 않았고, 생계형 성매매 여성의 직업 선택의 자유를 침해할 뿐이다"고 했다.

김강자 한남대 경찰행정학과 객원교수도 참고인으로 나와 위헌 주장을 폈다. 그는 2000년 서울종암경찰서장 재직 때 집창촌 단속에 나서면서 '미아리 포청천'으로 유명세를 탔다. 김 교수는 과거 단속 경험을 근거로 "집창촌 성매매 여성들은 다른 직업을 선택하기 어려운 취약 계층"이라며 "성매매 처벌은 이들의 생계만 위협하고 성매매 근절에는 전혀 기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성매매 처벌로 성매매는 오히려 주택가·오피스텔 등으로 음성화해 한쪽을 누르면 다른 쪽이 부풀어오르는 '풍선효과'만 나타났다는 것이다. 김 교수는 "성적으로 소외된 남성을 위해서라도 공창제(公娼制)가 필요하고, 성을 산 남성도 처벌해서는 안 된다"고 덧붙였다. 박경신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성매매를 처벌하기 위해서는 건전한 성풍속 유지라는 불분명한 이유 대신 성매매로 인한 구체적인 사회적 해악이 입증돼야 한다"고 말했다.

합헌을 주장한 법무부 측 대리인은 "성매매는 인간을 성(性)의 대상으로 격하시켜 그릇된 성풍속을 퍼뜨리고, 성 산업을 확대시켜 산업구조를 기형화한다"며 "성매매는 사생활이나 성적 자기 결정권 영역을 넘어서 처벌의 공익적 필요성이 절실하다"고 반박했다.

오경식 강릉원주대 교수는 "성매매 업소의 난립, 전체 성매매 시장에서 차지하는 자발적 성매매의 비중, 성에 대한 왜곡된 인식 확산 등을 고려하면 성매매는 처벌해야 한다"고 했다. 최현희 변호사도 "성매매 여성은 직업 선택의 자유를 주장하지만 공공의 이익에 어긋나는 마약 판매나 도둑질도 직업으로 인정할 수 있느냐"며 "충분한 논의와 검토 없는 성매매 합법화나 공창제 주장은 성매매 여성 권리도 보호하지 못하고 성매매 시장만 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날 공개 변론에서는 "생계형 성매매는 처벌해서는 안 된다고 주장하는데 생계형과 비생계형을 어떻게 구분하느냐" "성매매 처벌로 성매매 여성들이 포주들에게 오히려 예속됐다고 주장하는데 실증적 근거가 있느냐" "성매매 처벌로 성매매가 감소했다는 근거가 뭐냐"는 등 재판관들의 질문이 계속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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