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급 2배, 간병인 구합니다" 유혹 광고.. 면접 온 여성 9명 연쇄 성폭행
'시급 1만원에 간병인을 구합니다.' 대학 등록금을 마련하려고 인터넷 구직사이트에 이력서를 올려놨던 A씨는 지난해 10월 모르는 전화번호로 발송된 이런 문자 메시지를 받았다. 희망 직종에 '간병인'을 언급한 적이 없는데 느닷없는 간병인 채용 문자에 의아했다.
하지만 이런 생각은 잠시였다. 최저임금(당시 시급 5210원)의 배 가까이를 준다는 문구에 눈길이 가 답장을 보냈다. 이때까지만 해도 A씨는 단순하게 알바를 모집하는 것이라고 생각했다. '악마의 유혹'일 줄은 꿈에도 몰랐다.
문자를 보낸 의뢰인은 명문 사립대 출신으로 IT 기업에 다니는 김모(45)씨였다. 김씨는 면접을 해야 한다며 A씨를 서울 서초구 자신의 아파트로 불렀다. 김씨는 팔에 깁스를 하고 있었다. A씨에게 3시간 정도 집안일을 시킨 뒤 밥 먹는 걸 도와 달라고 했다. 이어 자연스럽게 반주를 권했다. A씨가 정신을 잃자 그는 돌변했다. 방으로 끌고 가 성폭행했다.
서울 서초경찰서는 간병인 구인을 빌미로 지난해 2월부터 11월까지 여성 9명을 유인해 수차례 강간과 성추행을 일삼은 혐의(상습강간 등)로 김씨를 구속하고, 기소의견으로 검찰에 송치했다고 8일 밝혔다. 경찰조사 결과 김씨는 지난해 10월 지인 회사의 사업자등록번호를 도용해 구직사이트에 기업회원으로 가입했다. 2개의 휴대전화를 사용하며 여성회원 6000여명의 이력서를 열람해 그중 3000여명에게 간병인 면접을 권하는 방법으로 범행을 저질렀다. 팔을 다쳤다는 것도 거짓으로 드러났다.
경찰은 김씨 휴대전화에서 2013년 8월 초부터 9월 말 사이 촬영된 신원 미상의 젊은 여성 8명의 나체 사진을 발견했다. 추가 피해자가 더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 피해자들이 주량보다 훨씬 적은 양의 술에 의식을 잃거나 정신이 혼미해졌다고 진술해 약물을 사용했을 가능성도 조사하고 있다. 경찰은 유사범죄를 막기 위해 인터넷 구직사이트들에 피해 예방대책 등을 담은 협조공문을 보냈다. 일부 구직사이트는 회원들의 이력서 열람 인증과정을 개선하겠다고 답했다.
황인호 기자 inhovator@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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