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리뉴스]김진태, '세월호 인양' 말 바꾸기..'인양 3불가론' vs '인양 방법 강구'

이명희 기자 2015. 4. 8. 13: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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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향신문] 세월호 참사 1주기를 앞두고 박근혜 대통령은 지난 6일 세월호 선체 인양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박 대통령이 세월호 선체 인양에 대해 언급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전반적 여론은 세월호 선체 인양에 찬성하는 상황이다. 여론조사기관 리얼미터가 실시한 여론조사에서도 국민 65.8%가 세월호 인양에 찬성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치권은 이례적으로 여당뿐 아니라 야당까지도 나서 박 대통령의 발언을 반기고 나섰다. 새정치민주연합 우윤근 원내대표는 “인양을 적극 검토하겠다고 한 발언을 환영한다”고 공식 논평했다.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51·사진)은 그동안 비용이 많이 든다는 이유로 세월호 인양에 반대 입장을 보여왔다. 김 의원이 인양을 처음부터 반대했던 것은 아니다. 김진태 의원은 세월호 실종자 수색 중단 결정이 내려지기 전인 불과 5개월여 전까지만 해도 수색을 중단하고 세월호를 조속히 인양해야 한다고 했었다.

박 대통령이 세월호 인양을 시사한 이 시점에서 김진태 의원의 행보가 궁금해지는 이유다. 김진태 의원의 ‘세월호 인양’에 대한 말바꾸기를 다시 짚어봤다,

■‘세월호 인양, 이래서 반대한다…3불가론(不可論)’
세월호 인양에 반대 입장을 보인 김진태 의원은 지난 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세월호 인양, 이래서 반대한다(3不可論)’이라는 제목의 글을 올리고 인양을 해선 안되는 3가지 이유를 제시했다.

앞서 자신의 트위터를 통해 “세월호 선체 인양하지 말자. 괜히 사람만 또 다친다”며 “아이들은 가슴에 묻는 것”이라고 했다가 세월호 희생자 가족들과 누리꾼들로부터 비난이 쏟아지자 거듭 반대 의사를 밝힌 것이다.

김진태 의원은 이 글에서 “첫째, 원형보존 인양이 어렵다. 인양할 무게가 1만톤에 이른다. 이 정도 하중을 절단하지 않고 인양한 유례를 찾기 힘들다”며 “더구나 부식이 심해 원형보존 인양이 어렵다는 것이 전문가 의견이다. 그렇다고 절단 인양하는 것은 인양의 의미가 퇴색된다”고 밝혔다.

그는 이어 “둘째, 비용이 많이 든다. 최소 1천억원 이상 소요될 것이다. 민간선박 인양은 원칙적으로 선사의 책임”이라며 “국민 혈세로 천문학적 인양비용을 부담하는 것에 대해서는 국민적 합의가 필요하다. 전세계적으로도 국가가 비용을 부담하여 민간선박을 인양한 사례는 없다고 한다”고 거듭 비용 문제를 거론했다.

김진태 의원은 마지막으로 “셋째, 인양시 추가 희생이 우려된다”며 “유속이 빠르기로 유명한 맹골수도에서 이미 잠수사 2명이 희생됐고 강원소방대원 5명이 헬기추락으로 사망했다. 인양작업시 물속에 들어가 체인을 감아야 하는 사람도 우리의 아들·딸”이라며 세월호 유족들의 반발을 일축했다.

김진태 의원 페이스북 갈무리

김진태 의원이 비용 문제를 제기하며 사실상 세월호 인양 반대 의견을 밝힌 것은 지난해 말부터다.

그는 지난해 11월13일 CBS 라디오 <박재홍의 뉴스쇼>에 출연해 인양과정에 발생할 수 있는 인명피해와 1000억원에서 3000억원까지 예상되는 인양비용 등을 우려하며 “돈이 너무 많이 든다. 인양(을) 안 하는 것도 방법”이라고 했다. 김 의원은 “(인양이) 의미가 없는 건 아니지만 과연 (실종자 9명의) 그 시신이 확보될 지도 보장이 없다”며 “시신을 위해서 이렇게 많은 사회적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지에 대해서 우리 모두가 다시 한 번 생각해 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 의원의 주장에 박수현 새정치민주연합 원내대변인은 논평을 통해 “침몰사고의 원인을 밝히기 위해서도, 다시는 이런 최악의 인재가 일어나지 않도록 반면교사로 삼기 위해서도 세월호는 인양되고 보전돼야 마땅하다. 김 의원의 피도 눈물도 없는 냉혹한 주장에 분노를 금할 수 없다”고 비판했다.

김진태 의원과 같은 당 소속의 하태경 의원도 같은날 페이스북을 통해 “세월호 인양할 것인가 말 것인가 논쟁이 있다. 돈이 아무리 많이 들더라도 인양했으면 좋겠다”며 “대한민국과 미국을 비교했을 때 가장 부러웠던 것이 미국은 그것이 유골일지라도 자국민을 찾아내고 구하는 것에는 지옥 끝까지 간다는 원칙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고 했다.

세월호 인양에 들어가는 예산을 과도하다고 비판했던 김 의원은 예산안조정소위에 참여해 자신의 지역구에 SOC 사업 예산으로 918억원의 예산 증액 의견을 밝히면서 비난을 받기도 했다.

■“조속히 인양 방법 강구해야”
김진태 의원은 지난해 11월 세월호 인양 반대 의견을 밝히기 전에는 수색을 중단하고 세월호를 조속히 인양해야 한다고 했었다. 결과적으로 불과 보름여만에 세월호 인양을 반대하며 다른 의견을 제시한 셈이 됐다.

지난해 10월31일 국회 대정부질의에서 김진태 의원은 정홍원 국무총리를 향해 “세월호를 인양해야 할 때가 아닌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는 세월호 수색과 관련해 “날이 추워지고 잠수사들이 들어가기 힘들다. 인양하는 것도 수색의 한 방법”이라고 말했다. 최근 인양 반대 의견을 낸 것과 비슷한 화법이다.

김 의원은 당시 정 총리가 “어려움이 있는 건 사실이지만 가족들의 의사를 존중해서 결정하도록 하겠다”라고 답하자 “지금 시작한다고 해도 1년이 걸린다고 한다. 조속히 인양하는 방법을 강구하기 바란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세월호 수색작업에서 사망자 11명, 부상자 93명이(나왔)다, 추가 희생자가 또 발생할 수 있다”며 “9월 말 현재 약 1600억원의 예산이 들어가서 하루에 평균 9억원이 소요된다. 문제는 이 예산을 어떤 예산을 갖다 썼느냐가 문제”라고 말했다.

4.16가족협의회와 세월호 참사 국민대책회의 관계자들이 5일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 폐기와 세월호의 온전한 인양을 촉구하며 서울 충정로 삼거리 인근에서 광화문 방향으로 행진하고 있다. 김창길 기자 cut@kyunghyang.com

이어 “해양경찰청의 경우는 20년 이상 된 노후 함정을 건조하라고 지급한 예산을 세월호 수색비로 전용했다. 함정 건조비 72억원, 유류비 275억원 등 484억원이 해경에서만 세월호 수색 예산으로 전용됐다”면서 “시신수색을 위해 안보예산, 일자리 예산 전용해도 되겠나”라고 묻기도 했다.

추가 인명 피해와 비용 문제 등을 이유로 세월호 인양에 반대한다는 의견과 비슷한 맥락이다. 당시에는 ‘인양 주장’, 지금은 ‘인양 반대’로 앞에서 ‘세월호’라는 주어를 뺀 뒷말만 바뀌었을 뿐이다.

김 의원은 “삼풍백화점 사태, 서해훼리호 사고 때는 정치 쟁점화도 없었고, 대통령 퇴진구호도 없었다”며 “세월호를 핑계로 더 이상 대한민국호의 발목을 잡아서는 안 된다”고 질의를 마쳤다.

아직까지 9명의 실종자가 남아있는 상황에서 세월호를 인양하자고 했다가 다시 인양 반대를 외치는 김진태 의원의 행보는 정치적 선택이 아닌 상황 변화에 따른 무책임한 말바꾸기라는 지적이 나온다. 박 대통령 뿐만 아니라 정치권에서도 세월호 인양을 검토하고 있는 상황에서 김진태 의원이 앞으로 어떤 행보를 보일지 주목된다.

김진태 의원은 공안검사 출신이다. 2007년 서울중앙지검 부장검사를 지냈고, 2008년 춘천지검 원주지청장을 끝으로 공직 생활을 마감했다.

검찰에서 퇴직한 김 의원은 고향인 춘천에 변호사 사무실을 개업했다. 2012년 4월 총선에서 새누리당 단수 공천을 받고 출마해 당시 민주통합당 안봉진 의원과 현역 허천 의원을 제치고 당선됐다.

김진태 의원은 19대 국회에서 눈에 띄는 여당 내 초선 의원 중 한 명으로 꼽힌다. 같은 초선의원인 하태경 의원과 함께 보수 강경파 입장을 앞장서 대변해 왔기 때문이다.

김 의원은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수사 검사를 향해 색깔론을 펴 야당 의원들로부터 집중적인 비판을 받았다. 또 채동욱 전 검찰총장과 여성 정치인 염문설을 제기해 국회 윤리위에 제소되기도 했다.

<이명희 기자 minsu@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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