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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따라 멋따라> 근대사 품은 원도심에서 부산의 속살을 본다

송고시간2015-04-04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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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 할배·할매'와 함께 역사 현장 탐방…각종 먹거리도 매력

번쩍 들어올린 영도다리 (부산=연합뉴스) 조정호 기자 = 6·25 전쟁 때 피란민의 애환과 추억이 서린 부산 영도다리. 배가 다리에 걸리지 않도록 상판을 들어주는 도개 기능이 회복됐다.

번쩍 들어올린 영도다리 (부산=연합뉴스) 조정호 기자 = 6·25 전쟁 때 피란민의 애환과 추억이 서린 부산 영도다리. 배가 다리에 걸리지 않도록 상판을 들어주는 도개 기능이 회복됐다.

(부산=연합뉴스) 조정호 기자 = 1934년 바다를 가로질러 섬과 육지를 연결하는 최초의 다리로 건설돼 6·25 전쟁 때는 피란민들의 갖가지 애환이 서린 영도다리.

피란민들이 생계를 유지하기 위해 생선을 팔던 자갈치시장.

영화 '국제시장'의 주인공 덕수가 흥남부두에서 배를 타고 부산에 도착해 가족을 먹여 살리려고 장사를 했던 '꽃분이네'.

이처럼 우리의 근·현대사가 오롯이 녹아있는 원도심(중구, 서구, 동구, 영도구)을 걸어서 체험하는 관광코스가 요즘 인기를 모으고 있다.

부산관광공사가 개발한 '부산 원도심 근대역사 골목투어'는 4개 코스로 구성된다.

4개 코스에는 관광해설사인 '이야기 할배·할매'가 배치돼 관광객들은 이들의 구수한 경상도 사투리가 섞인 안내를 받으면서 2시간가량 부산의 속살을 들여다볼 수 있다.

부산관광공사 관광마케팅단(☎ 051-780-2178)에 전화로 미리 신청하거나 부산시(tour.busan.go.kr), 부산관광공사(www.bto.or.kr)에 온라인으로 신청하면 무료로 참가할 수 있다.

신청 인원이 5명에 못 미치면 당일 관광은 취소된다.

◇ '없는 게 없는' 국제시장…발걸음 멈추게 하는 각종 먹거리

"지금부터 재미있게 이야기하면서 관광을 하겠습니다. 자갈치시장은 싱싱한 해산물이 많은 부산의 대표 수산물 시장입니다."

중구 구덕로 31 부산종합관광안내소에서 만난 '이야기 할배·할매'가 원 도심 투어를 신청한 관광객들을 이끌고 걸어가는 것으로 '국제시장을 기웃거리다' 코스는 시작한다.

"자갈치는 옛날에 매립되기 전 보수동부터 이곳까지 옥돌이 많아 자갈치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합니다."

이야기 할매 김윤분(66) 씨가 맛깔 나게 자갈치의 유래를 설명했다.

자갈치시장 앞 횡단보도를 건너자 부산국제영화제(BIFF)를 상징하는 공간인 비프광장이 나왔다.

비프광장은 부산에서 처음으로 영화를 상영한 극장이 있던 곳이라는 설명이 이어졌다.

비프광장에는 주말이면 주황과 노란 색 파라솔 아래에서 장사하는 노점상들과 그 사이사이에 부산의 추억을 남기려는 관광객들로 북새통을 이룬다.

거리 바닥에는 1996년 부산국제영화제가 시작하면서 참가한 유명배우와 감독들의 핸드프린팅이 설치돼 눈길을 멈추게 했다.

국제시장으로 접어들자 다양한 길거리 음식으로 이름난 먹자골목이 나왔다.

(부산=연합뉴스) 조정호 기자 = 부산시 중구 국제시장 먹자골목.

(부산=연합뉴스) 조정호 기자 = 부산시 중구 국제시장 먹자골목.

골목길에 그대로 앉아 비빔당면, 단팥죽, 떡볶이 등을 즐기는 관광객들의 얼굴에는 웃음꽃이 넘쳤다.

젊음의 거리, 만물의 거리, 깡통시장, 아리랑 거리, 구제골목 등지에서는 활력이 느껴졌다.

"국제시장은 광복 이전에 일본 군인 관사가 있던 곳입니다. 미군이 폭격해 철거했고 공터가 되면서 귀국동포와 피란민들이 이곳에서 모여 먹고 살려고 장사를 했습니다. 일본인들이 귀국하면서 물건을 내다 팔고 미군용품들도 거래되면서 국제시장이라는 명칭이 생겼습니다."

이야기 할매인 강순덕(61) 씨가 부산의 대표적인 재래시장인 국제시장에 관해 설명했다.

영화 국제시장의 주인공 덕수가 가족을 위해 청춘을 바친 '꽃분이 가게' 주변에는 관광객들로 북적거렸다.

원 도심 관광에 나선 고윤옥(44·여) 씨는 "시댁이 부산이라서 가족과 왔다"며 "영화 국제시장을 봤지만 애들이 공감을 못 했는데 직접와 보니 부모 세대에 대해 조금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6·25 전쟁 이후 부산으로 밀려든 수많은 피란민이 헌책을 구해 천막교실에서 배움을 이어가던 보수동 책방골목은 당시 시대상을 느낄 수 있다.

미군부대에서 나온 보급 보금품과 통조림 등이 거래되면서 이름난 깡통시장은 죽집, 김치류, 젓갈류, 무침류를 취급하는 가게가 들어섰고 최근에 전국적으로 열풍을 일으키고 있는 '부산어묵'을 파는 가게에 손님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전국 최초 상설 야시장인 부평야시장은 가벼운 주머니 사정에도 다양한 먹거리를 즐길 수 있어 부산의 새로운 명물이 되고 있다.

◇ "영도다리 난간 위엔 초승달만 외로이…" 아픈 역사의 흔적

부산종합관광안내소를 출발해 5분이면 영도다리가 나온다.

부산시 지정 기념물 제56호인 영도대교는 일제 강점기인 1934년 11월 23일에 만들어졌다. 그때는 부산대교라고 불렀다. 육지인 남포동과 섬인 영도를 잇는 다리였다.

특히 배들이 지나다닐 수 있게 다리 상판 일부를 들어 올리는 도개 기능을 갖춰 당시 이 모습을 보려고 수많은 사람이 발 디딜 틈 없이 몰린 모습이 또 다른 명물이 됐다.

개통 당시에는 육지 쪽 상판 31.30m를 하루 2∼7차례 들어 올렸으나 교통량 증가에다 다리 하부에 상수도관이 놓이면서 1966년 9월에 도개가 중단됐다.

롯데백화점이 영도다리 인근에 광복점을 짓는 것을 계기로 낡은 다리를 헐고 도개 기능을 복원한 새 영도다리를 2013년 11월 27일 개통했다.

6·25 전쟁 때는 피란민들이 "혹시 서로 헤어지거든 나중에 영도다리에서 만나자"고 약속을 했고, 천신만고 끝에 부산에 도착해서 가족의 이름을 부르며 애타게 찾아다녔다. 다리 난간에는 가족의 이름을 적은 종이가 빼곡히 나붙었다고 한다.

어떤 이는 꿈에도 그리던 가족을 만나서, 다른 이들은 가족을 찾지 못해 눈물을 흘리는 등 피란민들의 애환이 서린 곳이다.

수리조선소길은 선박부품업체와 선박수리업체들이 모여 있는 곳으로 영도의 옛모습이 아직 남아 있다.

6·25 전쟁 때 피란민들이 영도로 많이 몰리면서 형성된 곳이 남항시장이다. 부산에서 3번째로 큰 규모의 전통시장이다.

(부산=연합뉴스) 조정호 기자 = 부산시 중구 부평깡통시장

(부산=연합뉴스) 조정호 기자 = 부산시 중구 부평깡통시장

인근에는 일제강점기 때부터 형성된 봉래시장이 있다. 50년 이상의 전통을 자랑하는 식품회사들이 몰려 있는 곳이기도 하다.

이곳에는 부산어묵 제조업체 가운데 가장 오래된 삼진어묵 본사가 있다. 삼진어묵은 1953년 66㎡ 남짓한 봉래시장 판잣집에서 시작해 대를 이어 어묵을 만들고 있다.

2010년에 공장을 부산 사하구 장림동으로 이전하고 그 자리에 어묵전시체험장을 조성했다.

1층에는 베이커리 형태의 어묵카페, 2층에는 어묵의 역사를 알 수 있는 전시장과 체험장으로 꾸몄다.

◇ 용두산에 오르면 옛 부산포가 한눈에

이 코스는 부산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용두산공원 일대의 시가지를 둘러보면서 부산의 근현대사를 느낄 수 있다.

이 코스의 집결지는 중구 롯데백화점 광복점 13층 전망대.

부산 북항과 남항, 영도다리, 부산대교, 부산항대교, 남항대교, 용두산공원 등이 한눈에 들어온다.

롯데백화점 광복점을 나와 도착하는 곳은 우리나라 최초의 주상복합 백화점인 부산데파트 옆 봉이주차장.

조선시대 일본인 마을인 초량왜관의 선착장이 있던 곳으로 돌로 쌓은 담이 남아 있다.

일본인들이 부산에 들어와서 배를 타고 제일 먼저 내딛는 조선 땅이었다.

선착장 주변에 일본인들이 많이 살면서 시가지를 이뤘고 초량왜관의 수장(관수)도 그곳에 머물렀다. 관수가가 있던 자리에는 지금도 돌계단이 남아 있다.

임진왜란 이후 일본과 통신사절 왕래와 교역이 활발해지고 왜관에 거주하는 일본인이 늘어나자 1678년에 초량왜관이 설치됐다.

당시 부산은 동래를 중심으로 하는 조선인 공간과 일본인이 거주하는 초량왜관으로 나뉘어 변모해 왔다.

동래부사가 왜의 사신을 맞이하기 위해 초량왜관으로 가는 그림을 보면 동래부를 출발해 부산진을 거쳐 조선인들의 왜관 출입을 금하는 설문과 일본인들의 왜관 밖 출입을 금하는 수문 사이에 초량객사를 비롯한 각종 통사 등 일종의 완충지대가 있었다.

1876년 개항과 함께 왜관지역은 직선도로와 행정·상업·주거공간을 갖춘 근대 도시로 변신한다.

부산의 번화가인 광복로는 원래 하천이었다.

용두산과 복병산에서 내려오는 맑은 물이 이 하천을 거쳐 영도다리 입구 초량 바다로 들어갔다.

1880년대 교통에 지장이 있어 이 하천을 복개해 도로로 사용하면서 상가들이 밀집한 번화가로 바뀌었다.

용두산공원
용두산공원

부산시 중구 용두산공원 <부산관광공사 제공>

부산의 번화가 가운데 하나인 광복로는 해방과 동시에 일제로부터 나라를 되찾았다는 의미로 붙여진 이름이다.

그전까지는 일본인들에 의해 '긴 길'이라는 의미의 장수통이라 불렸다.

광복로를 지나 용두산으로 가는 길에 초량왜관 터를 알리는 표지석이 나온다.

용두산은 일본인의 성역으로 조성됐지만 해방 후에 신사는 헐리고 피란민 판자촌으로 변했다.

1954년 용두산 대화재로 난민촌이 소실된 후 용두산을 상징하는 용탑과 부산타워 등이 조성됐다.

부산의 동서남북을 한눈에 조망할 수 있는 부산타워 전망대에 오르면 날씨가 맑은 날이면 대마도도 볼 수 있다.

부산의 근현대사를 대변하는 건물들도 있다.

일본강점기 수탈의 상징인 동양척식주식회사 건물이었다가 6·25 전쟁 이후 미국문화원이 됐다가 지금은 근대역사관으로 활용되고 있다.

코스의 마지막은 대각사. 일본이 세운 사찰로 김옥균 등 개화파들이 일본을 다녀오면서 교두보로 활용했던 역사적인 종교시설이다. 해방후 한국 사찰로 창건해 지금에 이른다.

◇ 가파른 계단 위 판잣집…고단한 서민 삶의 현장 '이바구길'

이바구길은 일본 강점기와 6·25 전쟁을 거치면서 판잣집을 짓고 가파른 계단을 오르내리던 서민들의 고달픈 생활상을 느낄 수 있다.

'이바구'는 '이야기'의 경상도 사투리다.

이 코스의 집결지는 부산시 동구 부산역 맞은 편 부산외국인서비스센터.

동구 초량동 일대는 1968년 부산역이 옮겨오면서 많은 사람이 드나드는 부산의 관문이 됐다.

초량에서 근대 건축물에 해당하는 옛 백제병원를 보는 것으로 코스는 시작한다.

1920년 병원을 신축할 때만 해도 부산지역에서 개인 소유의 건물로는 규모가 가장 컸다.

독일인과 일본인 의료진과 X선 기기 등 최신시설을 갖춘 근대병원이었지만 적자경영으로 문을 닫았고 1930년 중국집으로, 1958년 음식점을 겸한 예식장으로 변천을 거쳤다.

옛 백제병원을 뒤로하고 걸어간 곳은 1900년대 창고인 남선창고터.

일본강점기 때 함경도 북어, 강원도 목재와 미역, 전라도 곡물 등을 팔려고 전국에서 상인들이 부산으로 몰려왔다.

부산 원도심 현장 체험학습
(부산=연합뉴스) 조정호 기자 = 1일 부산사대부고 학생들이 부산항이 한눈에 펼쳐지는 김민부 전망대를 찾아 현장 체험학습을 하고 있다. 2015.4.1
ccho@yna.co.kr

부산 원도심 현장 체험학습
(부산=연합뉴스) 조정호 기자 = 1일 부산사대부고 학생들이 부산항이 한눈에 펼쳐지는 김민부 전망대를 찾아 현장 체험학습을 하고 있다. 2015.4.1
ccho@yna.co.kr

배를 이용해 물품을 대량 수송하면서 창고업은 신종 사업으로 각광받았다.

부산이 대일 무역의 중계지로 부상하면서 초량은 원산지역 수산물을 거래하고 보관하는 객주업이 득세했다.

남선창고는 1926년 조선인의 경제계를 좌우하는 객주조합 등이 힘을 합쳐 조선인의 자주권을 확립하는 취지로 설립했다.

남선창고의 명성은 일본에까지 알려졌다. 명란젓 맛을 보고 반한 일본인이 귀국해 후쿠오카에 명란젓 공장을 세웠는데 이것이 '후쿠야 명란'이라고 한다.

남선창고를 지나면 부산 최초의 교회인 초량교회가 나온다.

초량교회는 한강 이남에서 가장 먼저 개신교 선교가 이루어진 곳이다.

1892년 중구 영주동 코모도호텔 부지에 미국 선교사가 사랑방 형식으로 전도를 시작했고 그해 11월 세워진 영선현교회가 초량교회의 모태가 됐다고 한다.

교회명은 영선현교회, 영주동교회, 초량 3·1교회, 초량교회로 변했다.

일본강점기 당시 초량교회는 신사참배반대운동의 진원지가 되는 등 역사적인 의미가 있는 곳이다.

독립운동가들의 비밀 기도처가 되기도 했고 6·25 전쟁 때는 피란민들이 모여 구국운동을 했다.

'기다리는 마음'으로 유명한 김민부 시인을 기리는 김민부 전망대에 오르면 지난해 개통된 부산항대교, 북항, 부산역, 다닥다닥 붙은 주택이 펼쳐진다.

부산항이 내려다보이는 이곳은 휴식공간이다.

태평양전쟁, 6·25 전쟁, 월남파병 등으로 돌아오지 못하는 사람을 애타게 기다리는 마음을 느낄 수 있는 공간이다.

김민부는 고교 1학년 때 등단한 천재 시인으로 '자갈치 아지매'라는 라디오 프로그램의 PD로 잘 알려졌다.

산복도로에서 부산항까지 가장 빨리 내려갈 수 있는 지름길인 168계단은 지상 6층 높이에 경사 30도 이상으로 아주 가파르다.

산동네 사람들의 애환이 담긴 이 계단에서 아래를 내려다보면 아찔한 느낌이 들 정도이다.

동구는 고지대 주민의 편의와 관광객을 끌어들이겠다며 이곳에 31억원을 들여 모노레일을 설치한다.

예로부터 부산은 배를 타는 사람들이 많아 토속 신앙이 발전한 지역이다.

마을의 수호신을 모신 당산도 바로 그런 곳이다. 매년 2차례 마을의 풍요와 평안을 기원하며 제사를 지낸다.

이바구공작소는 이바구길의 끝 자락에 자리를 잡은 전체면적 265㎡, 지상 2층 규모의 역사관이다.

이바구산복도로 르네상스의 거점으로 만들어진 이바구공작소는 산복도로 사람들의 사연을 수집해 전시하는 곳이다.

주민들의 증언을 바탕으로 한 영상과 시대상을 담은 사진전, 각종 문화행사 등이 2개월 마다 열린다.

cc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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