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여론 눈치 새누리, '세월호 시행령' 어정쩡한 수정 권고
세월호 참사 1주기를 앞두고 여권이 점점 곤혹스러운 상황으로 빠져들고 있다. 청와대·정부와 여당의 입장차가 내홍으로 번질 가능성도 엿보인다.
여권의 '돌발 변수'로 등장한 것은 세월호특별법 시행령이다. 해양수산부가 입법예고한 시행령안은 유가족과 세월호참사특별조사위 이석태 위원장 등이 강하게 반대하고 있다. 진상조사 전반을 정부와 공무원이 주도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유가족이 지난 2일 삭발식을 치르면서까지 '정부안 반대'를 분명히 하자 여론에 민감한 여당이 반응을 보였다. 새누리당 유승민 원내대표는 3일 통화에서 "우리는 유가족들의 건의를 단순히 전달하는 일을 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난달 31일 세월호가족협의회와의 면담에서도 "정부에 의견을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청와대와 여론 사이에 끼여 있는 여당의 어정쩡한 처지가 읽힌다. 명쾌하게 '수정 요구' 방침을 정하지 못한 것이다.
반면 정부는 지난달 31일 세월호 사고 배·보상 심의위를 열어 금전지급 기준을 확정한 데 이어 이날 참사 피해자 지원·희생자 추모위를 개최해 긴급지원 작업에 착수했다. 위원회는 희생자가 속한 가구에 월 110만5600원을 최장 6개월까지 지원하고, 단원고 재학생·피해자, 이들의 가족 중 초·중·고교 재학생은 최장 2년간 학비 전액 또는 일부를, 대학생은 2학기 범위에서 등록금의 전부 또는 일부를 지원키로 했다. 유가족의 '배·보상 절차 중지' 요구에도 불구하고 특별법 후속 조치에 속도를 내고 있는 것이다.
청와대·정부가 현 시행령안을 밀어붙일 경우 여당 지도부와의 갈등은 전면화할 가능성이 높다.
야당은 '시행령 전면 철회' 공세에 나섰다. 새정치민주연합 김성수 대변인은 브리핑에서 "어른들의 탐욕 때문에 발생한 참사의 진실을 돈으로 덮으려는 것은 희생자에 대한 모독"이라고 비판했다.
<정환보 기자 botox@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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