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는 왜 대통령 면담을 요구할까요

입력 2015. 3. 31. 16:00 수정 2015. 3. 31. 17: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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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더(The) 친절한 기자들]

특위가 밝힌 해수부 시행령 입법예고안의 문제점

공무원들의 특위 장악 가능성…'관제 기구 전락' 위기

과연 침몰한 '세월호 진실'은 떠오를 수 있을까

정부(해양수산부)가 3월27일 입법예고한 '4·16세월호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 시행령안(이하 특별법)'의 후폭풍이 거셉니다. 급기야 이석태 세월호 참사 특별조사위원회(이하 특위) 위원장이 29일 국회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어 "정부가 특위 시행령안을 즉각 철회해야 한다"며 "박근혜 대통령과 여야 대표와의 면담"을 요구했습니다.

세월호 참사 1주기를 앞두고 있지만 진상규명 과정은 여전히 더디기만 합니다. 세월호 특별법 시행령안을 둘러싼 특위와 정부의 갈등을 처음부터 끝까지 짚어 봤습니다.

1. 특위가 밝힌 해양수산부 시행령 입법예고안의 문제점

특위는 3월29일 서울 여의도 국회의원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가 일방적으로 입법예고한 시행령안은 사실상 '세월호 진상규명을 방해하는 시행령안'"이라고 강하게 비판했습니다. 특히, 조직의 핵심 업무를 해양수산부와 국민안전처(과거 해경) 등 조사 대상 기관 공무원들이 맡게 한 부분을 문제 삼았습니다. 다시 말해, 조사를 받아야 할 기관에서 파견된 공무원들이 진상규명 등 핵심 업무를 장악하도록 해 특위를 관제 기구로 전락시킨다는 겁니다 (▶ 관련 기사 : "세월호특위 시행령은 진상규명 방해안") .

정부(해수부)가 마련한 시행령 입법예고안을 보면서 특위가 밝힌 문제점에 대해 살펴보겠습니다.

ㄱ. 특별법의 입법 목적과 취지

2014년 11월19일 제정된 4·16세월호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 ( ▶ 관련 링크 ) 제1조를 보면, 특별법은 세월호 참사의 진상을 규명하고, 재해·재난의 예방과 대응방안을 수립해 안전한 사회를 건설·확립하며, 피해자를 지원하는 것을 입법 목적으로 규정합니다. 또 제5조를 보면, 특위가 수행해야 할 업무 내용을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습니다.

ㄴ. 진상규명 활동의 어려움

정부의 입법예고안을 보면, 특위의 진상규명 활동에 발목을 잡는 대목들을 확인할 수 있습니다. 먼저, 4·16세월호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 제5조와 정부(해수부)가 내놓은 시행령을 비교해보겠습니다.

제5조(위원회의 업무) 위원회는 다음 각 호의 업무를 수행한다.

1. 4·16세월호참사의 원인 규명에 관한 사항

3. 4·16세월호참사와 관련한 구조구난 작업과 정부대응의 적정성에 대한 조사에 관한 사항

제5조(진상규명국) ④ 조사1과장은 다음 사항을 분장한다.

4. 4·16세월호참사의 원인 규명에 관한 정부조사 결과의 분석 및 조사

⑤ 조사2과장은 다음 사항을 분장한다.

1. 4·16세월호참사의 구조구난 작업에 대한 정부조사자료의 분석 및 조사

견주어 보면, 정부 시행령에서 진상규명국의 조사대상은 '정부조사 결과의 분석 및 조사'에 한정돼 있습니다. 이에 대해 특위는 "정부가 세월호참사 진상규명을 방해하고 기존 정부조사에 면죄부를 부여"한다며 "정부조사 결과나 자료의 오류를 확인하더라도 특위는 더 이상 할 수 있는 일이 없다"고 밝혔습니다.

ㄷ. '안전사회' 범위가 축소될 수 있다는 우려

4·16세월호참사 진상규명 및 안전사회 건설 등을 위한 특별법 제5조와 정부(해수부)가 내놓은 시행령을 다시 보겠습니다.

제5조(위원회의 업무) 위원회는 다음 각 호의 업무를 수행한다.

6. 재해·재난의 예방과 대응방안 마련 등 안전한 사회 건설을 위한 종합대책 수립에 관한 사항

제6조(안전사회과) ② 안전사회과장은 다음 사항을 분장한다.

1. 4·16세월호참사와 관련한 재해·재난의 예방에 관한 사항

2. 4·16세월호참사와 관련한 사고재발 방지를 위한 안전한 사회 건설 종합대책 수립에 관한 사항

특위는 시행령에서 특별법 범위에 '4·16세월호 참사 관련'이라는 문구를 넣어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건설 범위를 '해상관련' 안전대책 수립으로 축소시킬 수 있다고 지적합니다. 또 안전사회과 한 곳만으로는 실질적인 업무수행이 불가능하다는 의견을 내놓았습니다.

ㄹ. 지원 범위 축소 의혹

시행령 제7조(피해자지원점검과) 항목을 보면, 특위의 지원 업무를 '피해자 및 희생자 지원 대책에 관한 사항 점검'으로 한정했습니다. 특위는 '4ㆍ16세월호참사 피해구제 및 지원 등을 위한 특별법' 상의 권한을 무시했다고 반박하고 있습니다. 또 피해자지원점검과 한 곳만으로 업무 수행이 불가능 하다고 지적합니다.

2. 특위 위원장 등의 권한이 무력화될 수 있는 문제점

ㄱ. 특위 위원장 등 상임위원 역할 무력화

입법예고안 제4조(기획조정실장)에서 정부는 기획조정실을 새롭게 만들었습니다. 기획조정실장을 고위 공무원으로 두고 그 밑으로는 기획총괄담당관, 운영지원담당관 및 대회협력담당관을 둔다고 명시됐습니다. 기획조정실장에게는 '위원회 업무의 종합·조정'하는 기능과 권한을 부여했습니다. 이에 특위는 특위 위원장의 권한을 무력화하는 시도라고 맞서고 있습니다.

기획조정실장의 권한은 소위원회 구성에 관한 사항까지 영향을 미칩니다. 실장에게 각 소위원회의 업무 분야를 '종합 기획 및 조정'하는 권한을 주고 '소위원회' 운영에 관한 사항을 총괄하게 했습니다. 특위는 각 소위원회 위원장인 상임위원의 권한마저 무력화시키려는 의도라고 주장했습니다.

제4조(기획조정실장) ③ 기획총괄담당관은 다음 사항에 대하여 기획조정실장을 보좌한다.

1. 위원회 업무의 종합·조정

2. 4·16세월호참사의 진상규명에 관한 종합 기획 및 조정

3. 안전한 사회건설을 위한 종합대책 수립 관련 기획 및 조정

4. 피해자 지원대책의 점검에 관한 기획 및 조정

7. 소위원회 구성에 관한 사항

ㄴ. 특위의 중요한 기능 무력화

2월17일 세월호 특위 설립준비단이 마련한 시행령안 제5조(소위원회 위원장의 업무)를 보면, 특별법 취지에 따라 소위원회 위원장은 업무 분담 수행을 위해 위원회 업무와 사무를 구분합니다. 자세히 보면 "진상규명 소위원회 위원장은 진상규명국 업무를, 안전사회 소위원회 위원장은 안전사회국의 업무를, 지원 소위원회 위원장은 지원국의 업무를 각각 지휘하고 감독"하도록 했습니다. 하지만 29일 정부의 시행령안에는 해당 조항이 삭제됐고 사무 부서에서 특위 업무 기능을 통제할 수 있도록 했습니다. 여기서 기획조정실장은 '조사신청의 접수 및 처리 총괄'과 '위원회 종합보고서 작성 및 총괄·조정' 업무까지 권한을 갖습니다.

이에 대해 특위는 "국회와 대통령에 보고하고 정부의 이행 의무를 발생시키는 '종합 보고서 작성 및 총괄·조정'하는 기능과 권한을 모두 실장에게 부여함으로써 진상규명 작업에 방해를 받게 된다"는 입장입니다.

3. 특위의 독립성이 붕괴될 수 있다는 문제점

ㄱ. 핵심 직위에 파견 공무권 배정

정부의 입법예고안에서 조직 구성은 세월호 특위 위원장 아래 3개의 소위인 진상규명·안전사회·지원 소위를 두고 있습니다. 사무처 산하에는 기획조정실과 진상규명국이 있고 기획조정실장 아래 기획총괄담당관, 운영지원담당관, 대외협력담당관을 뒀습니다. 진상규명국 산하에는 조사1~3과를 뒀고, 안전사회과와 피해자지원점검과도 운영됩니다.

조직 구성안(표)을 보면, 기획조정실장에 해양수산부에서 파견된 고위공무원을 임명했습니다. 각 핵심 직위인 기획총괄담당관에는 △해양수산부 3·4급 공무원 △운영지원담당관에는 기획재정부 4급 공무원(추정) △조사1과장에는 법무부 4급 △안전사회과장에는 국민안전처 4급 공무원(추정)이 파견될 것으로 보입니다.

특히 조사1과장은 세월호 참사 특별검사 임명 요청이나 청문회 불출석과 자료 미제출 행위 등을 고발하는 업무를 담당합니다. 청와대, 해수부, 해경 등을 상대해야할 자리에 윗선의 눈치를 볼 수 밖에 없는 일반직 공무원을 앉히는 것은 부적절하다는게 특위의 입장입니다. 세월호 유가족대책위는 29일 보도자료를 내어 "기획조정실장을 고위공무원으로 임명하고 그 밖의 담당관 역시 일반직 공무원에게 보직을 주면서 각 소위 업무를 조정하고 통제할 수 있게 됐다"며 "파견 공무원이 조직을 장악하고 한 차례 걸러진 사안만 위촉된 위원들이 다루도록 해 위원들의 역할을 위축시키고 독립성이 훼손될 수 있다"고 비판했습니다.

ㄴ. 파견 공무원 중심의 조직 구성

시행령안이 시행된다면, 제8조(위원회에 두는 공무원의 정원)에 따라 '직원'의 정원 90명(위원장 및 상임위원 등 정무직 5명 포함) 중 파견 공무원(일반직)은 42명, 민간인(별정직) 43명으로 특위가 구성됩니다. 여기서 비서와 기사 업무를 수행하는 민간 채용 인원 4명(8급직)을 제외하면 공무원은 42명, 민간인은 39명으로 인원이 재조정됩니다.

실무 업무를 담당하는 6~7급직 공무원의 현황을 살펴봤습니다. 파견 공무원은 6급직이 18명이고 7급직이 8명입니다. 반면 공무원의 지시를 받는 민간 인원은 6급직이 6명이고 7급직이 16명입니다. 상대적으로 민간 인원은 주로 7급직에 배치되어 있습니다. 특위는 "인력이 구성만 봐도 공무원이 주도하는 조직이 될 것"이라고 지적합니다.

ㄷ. 진상규명 조사결과에 대한 신뢰성 훼손

애초 특위의 조사범위는 세월호 참사의 원인규명 뿐만 아니라, 원인을 제공한 법령·제도·정책·관행, 구조구난 작업과 정부 대응의 적정성 조사에 관한 사항도 포함돼 있습니다. 따라서 공무원도 특위의 조사대상에 포함됩니다.

특위는 "해양 분야의 법령과 제도 등을 관리하고 세월호 참사를 대응한 주무 부서는 해양수산부였고 구조구난을 담당했던 부서가 해경(현 국민안전처)이었다"고 지적합니다. 특위는 이어 "파견 된 공무원 파견인력 42명 중 해수부가 가장 많은 9명(21.4%)이고 현재 해경이 소속된 국민안전처가 다음으로 많은 인원인 8명(19%)"이라며 "특위의 1차 조사대상기관인 해수부와 국민안전처 공무원이 실시한 조사결과를 국민이 신뢰하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합니다.  

세월호 유가족 대책위는 "특위가 시행령안을 2월17일에 제출했는데 시간을 끌다 세월호 참사 1주기를 앞두고 특위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은 시행령을 발표한 것"이라며 "입법 예고 기간을 10일로 축소해 입법예고하는 것은 정부안을 따르라고 겁박하는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법제처의 입법과정안내 ( ▶ 관련 링크 ) 를 보면, 입법예고기간은 통상 40~60일로 정합니다. 입법예고제도는 법령안의 내용을 국민에게 미리 예고하고 국민의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입법과정에 대한 국민의 참여기회를 확대하고 입법 내용의 민주화와 법령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한 제도입니다. 입법내용이 국민의 권리의무 또는 일상생활과 관련이 없는 경우나, 기타 사유로 예고의 필요가 없거나 곤란하다고 판단되는 등의 경우에는 법제처장과 협의해 입법예고를 생략하거나 예고기간을 단축할 수 있습니다.

4. 침몰한 세월호 진실은 떠오를 수 있을까

정부(해수부)는 특위 기자회견에 대해 30일 반박 보도자료를 내어 "4월6일까지 특별법 시행령(안)에 대한 입법예고 기간 중이고 입법예고기간 동안 특별조사위원회 뿐만 아니라 일반 국민 등의 의견을 수렴 중에 있다"고 밝혔습니다. 이어 진상규명국 진상조사 업무범위를 '기존 정부조사 결과의 분석에 한정시켰다'는 특위의 주장에 대해 "위원회의 진상규명조사 업무를 정부조사 결과에 한정시킨 것이 아니라, 검찰과 감사원 등 조사결과 분석을 거쳐 조사방향 및 계획을 수립하고 단기간에 체계적으로 실시하는 것이 필요하다는 취지"라며 "종합적인 의견 수렴 후 필요시 일부 문안에 대하여 조정할 계획"이라고 설명했습니다.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의 정상화와 세월호 인양을 촉구하며 416시간 농성을 선포한 세월호 유가족들은 30일 오후 박근혜 대통령 면담을 요구하기 위해 청와대로 향하다 경찰에 가로막혔습니다. 세월호와 함께 침몰한 진실은 떠오를 수 있을까요?

박수진 기자 jjinpd@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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