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브스 뉴스] '방사능 마을'에 홀로 남아 살아가는 한 남자

권영인 기자 2015. 3. 31. 09: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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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 나오토 마츠무라 (Naoto Matsumura) 페이스북

일본의 자그마한 마을, 도미오카에는 사람들이 살고 있지 않습니다. 유령 마을이 되다시피 한 이 곳에는 사람은 없지만 개, 고양이를 비롯하여 소, 말, 타조 등 다양한 동물들이 거리를 떠돌아 다니고 있습니다.

사진 = Kizuna pour Naoto 홈페이지

그런 이 유령마을에 한 남자가 나타났습니다. 그는 누구일까요?

사진 = Kuzuna pour Naoto 홈페이지

나오토 마츠무라(Naoto Matsumura)라는 이름의 농부입니다. 그는 도미오카 마을에 유일하게 남아 있는 사람입니다. 그는 왜 아무도 거주하고 있지 않는 이 마을에 혼자 남아 있는 것일까요?

2011월 3월 11일, 일본의 대지진과 함께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이 사고로 사망자와 실종자가 2만여 명에 달하고, 많은 사람들이 피난길에 올랐습니다. 일본 정부는 후쿠시마 제1원자력발전소 반경 20km 이내의 지역에 거주하는 주민들에게 대피령을 내렸습니다. 유령 마을이 되어 버린 도미오카도 후쿠시마 원전사고가 일어났던 곳에서 불과 12km 밖에 떨어지지 않는 곳입니다. 즉, 도미오카 마을 주민들은 방사능 피폭 위험 때문에 마을을 떠난 겁니다.

"원전이 4번 폭발했을 때 안 되겠다 싶어서 남쪽으로 갔어요. 이와키시에 고모가 살고 있어요. 일단 거기에 가자 해서 갔는데 현관에 들어서자 거절 당했어요. (나를 보고) 엄청 놀란 얼굴을 하더니 세슘이 들어온다고..."]

나오토 마츠무라도 처음부터 도미오카에 남아 있었던 것은 아닙니다. 그는 남쪽에 사는 고모에게로 갔지만, 고모는 피폭을 걱정해 나오토 마츠무라를 받아주지 않았습니다. 고모가 받아주지 않자 그는 할 수 없이 피난소로 갔습니다. 하지만 피난소 역시 '관할 구역이 다르다'며 거절했습니다. 갈 곳이 없어진 그는 결국 그는 다시 집으로 돌아와야만 했습니다.

사진 = Kizuna pour Naoto 홈페이지

그렇게 그가 다시 고향으로 돌아왔을 때, 그곳에는 피난을 간 사람들이 버리고 간 동물들이 남아있었습니다. 나오토 마츠무라가 키우던 개는 한 마리뿐이었지만, 주인을 기다리면서 굶주린 채 마을을 떠돌아다니는 동물들을 모른척할 수 없었습니다. 그는 "기다림에 지친 동물들은 내 트럭이 지나가는 소리를 들을 때면, '배고파요', '먹을 게 없어요'라며 짖는 것만 같다"고 말했습니다.

사진 = Tokiboo/ 나오토 마츠무라 (Naoto Matsumura 페이스북)

"도로 위에 얘(타조)가 걸어다니고 있었어요. 얘 친구들이 25마리 정도 있었을 거예요"]

사진 = 나오토 마츠무라(Naoto Matsumura) 페이스북

사진 = Munesuke Yamamoto/나오토 마츠무라 (Naoto Matsumura) 페이스북

그 때부터 그는 개, 고양이, 소, 말, 타조 등 동물들에게 먹이를 주며 돌보기 시작했습니다.

사진 = Tokiboo/ 나오토 마츠무라 (Naoto Matsumura 페이스북)

그 사이 사람들이 버린 유령마을에서 소들은 새 생명을 탄생시키기도 했습니다.

사진 = 나오토 마츠무라 (Naoto Matsumura 페이스북)

방사능에 고스란히 노출된 동물들은 그 어떤 용도로도 쓰이지 못하지만, 살아있는 생명은 수명을 다 할 때까지는 돌봐야 한다는게 나오토 마츠무리의 생각입니다.

"도쿄대학에서 검사를 해봤는데 내부피폭이 엄청나다고 했어요"]

그는 현재도 홀로 방사능 수치가 높은 유령마을에 남아 조금씩 조금씩 죽어가고 있습니다. 하지만 그 덕분에 수많은 동물들이 자신들을 돌봐줄 주인을 얻었습니다.

사진 = Tokiboo/ 나오토 마츠무라 (Naoto Matsumura 페이스북)

삶은 인간만큼이나, 말없는 생명체들에게도 소중한 것이다. 사람이 행복을 원하고 고통을 두려워하며, 죽음이 아닌 생명을 원하는 것처럼 그들 역시 그러하다 -달라이 라마(Dalai Lama)-

나오토 마츠무라는 스스로 죽어가는 길을 택했지만, 그는 지금도 다른 생명을 살리고 있습니다.

(SBS 스브스뉴스)권영인 기자, 신정희 인턴 기자 subusunews@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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