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판관들이 졸았다"..옛 통진당 대리인, 재판관들 맹비난

전수용 기자 입력 2015. 3. 30. 15:54 수정 2015. 3. 30.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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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관들이 졸았다" "반공주의 늪에 빠졌다" "짜고 치는 고스톱"…

헌법재판소의 옛 통합진보당 위헌(違憲) 정당 해산심판 사건에서 통진당 대리인으로 나섰던 이재화 변호사가 정당 해산에 찬성한 재판관 8명에 대해 인신공격에 가까운 비난을 퍼부었다. 1년이 넘는 재판 과정을 담아 지난 19일 펴낸 '기획된 해산 의도된 오판'이라는 제목의 책을 통해서다. 헌재 측은 "사실까지 왜곡한 내용에 대해 대응할 가치가 없다"고 반박했다.

이 변호사는 헌재의 정당 해산 결정에 대해 "숨은 목적을 가지고 퍼즐을 맞춰간 기획된 해산이자, 의도된 오판"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정부의 위헌정당 해산 청구를 '정치보복'으로, 헌재 결정을 '짜고 치는 고스톱', '국민에게 보여주기 위한 쇼'라고 규정했다. 그동안 옛 통진당과 대리인들이 주장해왔던 것을 되풀이한 것이다.

그는 정당 해산에 찬성한 재판관 8명에 대해 집중 포화를 퍼부었다. 재판관의 이름을 일일이 언급하며 '불량한' 법정 태도를 문제 삼았고, "정부와 보수언론에 오염됐다"고 깎아내렸다. 공개변론에서 일부 재판관들이 증인들의 진술을 청취하지 않은 채 "졸았다"는 주장까지 했다.

그는 책에서 2014년 2월 18일 2차 변론기일에서 옛 통진당이 신청한 전문가 진술 과정을 언급하면서 "너무나도 당연한 진술에 귀 기울이지 않았다. 안창호, 서기석, 조용호 재판관은 줄곧 졸고 있었다"며 "너는 떠들어라. 나는 듣지 않겠다는 태도처럼 보였다"고 썼다. 그는 "(권영길 전 민주노동당 대표의) 증언에 귀 기울인 재판관은 김이수 재판관뿐이었다"며 "나머지 재판관들은 듣는 시늉만 했다"고 썼다. 김이수 재판관은 통진당 해산에 유일하게 반대 의견을 낸 재판관이다.

이 변호사는 또 "김창종, 서기석, 조용호 재판관은 18차례 변론기일 동안 거의 말을 하지 않았다"며 "양측 대리인들에게 증인들에게도 아무것도 묻지 않았다"고 했다. 정당해산 심판의 주심이었던 이정미 재판관에 대해서는 '반공주의 늪에 빠진 재판관'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 재판관은 소수자 배려 차원에서 추천됐다. 나름대로 진취적 판결을 하는 사람이라는 평을 받았다"면서 "하지만 반공주의 늪에서 허우적거리다가 정부의 종북몰이에 편승해 버렸다"고 비판했다. 강일원 재판관에 대해서도 "유일한 베니스 위원회 위원이고, 여야가 비교적 합리적인 사람이라 해서 재판관으로 추천한 사람"이라며 "18차례 변론기일 동안 몇 마디 하지 않았다"고 했다. 또 "박한철 소장은 재판 내내 속내를 드러내지 않았다"면서도 "진행과정에 사상검증식 증인신문을 묵인했고, 통진당 대리인의 변론을 사사건건 제한했다"고 했다.

이 변호사가 칭찬한 재판관은 통진당 해산에 반대한 김이수 재판관뿐이었다. 그는 "김이수 재판관은 허황된 추측에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고, 정당해선 청구 속에 가려진 정치적 의도에 대해서도 경계심을 늦추지 않았다"고 했다.

헌재 측은 대응할 가치가 없다는 입장이다. 헌재 관계자는 "공개변론에서 통진당 측 대리인들이 절차 문제를 거리낌 없이 주장했고 충분히 논박이 됐다"며 "뒤늦게 절차를 문제 삼는 건 이해할 수 없다"고 말했다. 헌재 결정이 기획되고, 의도됐다는 부분에 대해서도 "추측과 억측에 근거한 비판일 뿐"이라며 "헌재 결정에 대해서도 불리한 부분은 빼고 유리한 부분만 부각시켰고, 일부 사실 왜곡까지 있다"고 반박했다.

경북 경주 출신인 이 변호사는 이명박 대통령 후보자 BBK 주가 조작 의혹을 폭로한 정봉주 전 의원, 민간인 불법사찰 사건을 대리했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사법위원장을 맡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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