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일베-KBS 겹쳐 보일까 정말 두렵습니다"

입력 2015.03.27. 12:41 수정 2015.03.30. 17: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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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베기자' 임용 반대 1인시위·서명운동 잇따라.. 30일 기자회견 예정

[오마이뉴스 유성애 기자]

KBS본관 앞. KBS 깃발이 바람에 날리고 있다.

ⓒ 이희훈

[기사 수정 : 27일 오후 5시 14분]

'일베 기자' 사태로 KBS가 내홍을 겪고 있다. 앞서 "'일베 기자' 임용을 반대한다"며 공동성명을 낸 KBS 사내협회는 논란이 된 수습기자(42기)의 임용절차를 즉시 중단하라며 서명운동을 시작했다. 윗 기수인 공채 41기 중 한 PD는 26일 서울 영등포 여의도동 KBS 본사에서 "선배님, 저희는 정말 두렵습니다"라고 적은 몸자보를 두르고 1인 시위를 시작했다.

KBS 사측은 입사 전 행적이라며 공식 입장을 내놓지 않은 상태다. 지난 24일 협회장들이 공동 명의로 경영진에 면담 신청을 했으나 이또한 거부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협회 관계자는 27일 오전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24일 6개 협회장들이 조대현 사장 면담 신청을 했으나, 이유는 알려주지 않고 '면담 불가' 결과를 받았다고 한다"라고 전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아래 새노조)와 전국기자협회 등을 비롯한 11개 협회는 오는 30일 낮 12시 KBS 본관 민주광장에서 반대 기자회견을 여는 등 공식 대응에 나설 예정이다. 이들은 각 협회에서 돌리고 있는 서명을 취합해 임용을 앞둔 31일 오후 사장실에 전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명에는 '임용절차를 즉시 중단하라' '공채 절차를 전면 보완하라' 등의 요구가 담겨있다.

극우성향 커뮤니티 '일간베스트(아래 일베)' 회원으로 알려진 해당 수습기자는 오는 4월 1일 정직원으로 채용될 예정이다. 이에 최근 KBS기자협회·PD협회 등 9개 협회가 총의를 모아 반대 뜻을 밝히고, 새노조는 조대현 KBS사장의 결단을 촉구하는 등 성명을 내기도 했다(관련기사 : "일베 기자 동료로 인정 못해"... KBS 채용 놓고 거센 내부 비판).

"일베-KBS 겹쳐볼 시선 두렵지 않나"... KBS 내부서 1인 시위도

새노조에 따르면 내부 구성원 중 '일베 기자 반대' 움직임이 가장 강하게 이는 것은 바로 윗 기수 선배인 KBS 공채 41기다. 이들은 26일 KBS 내 유동인구가 많은 본관 식당에서 "선배님, 저희는 정말 두렵다"는 몸자보를 두른채 1인 시위를 하고 호소문을 돌렸다.

ⓒ KBS새노조

새노조에 따르면 내부 구성원 중 '일베 기자 반대' 움직임을 강하게 보이는 이들은 바로 윗 기수 선배인 KBS 공채 41기다. 이들은 지난 26일 KBS 내 유동인구가 많은 본관 식당에서 "선배님, 저희는 정말 두렵습니다"라는 글귀가 적힌 몸자보를 걸고 1인시위 및 호소문 배포를 진행했다.

호소문에는 "공영방송과 일베를 겹쳐서 볼 시선이 두렵지 않느냐, 이 사건을 사소한 해프닝으로 넘기지 말아달라"라는 내용이 담겨있다. 이들은 "5·18 민주화운동 희생자를 '홍어'에 비유하고 세월호 유족을 모욕하는 일베와 KBS가 겹쳐 보이는 순간, KBS의 이름을 내건 어떤 방송도 이전과 같은 의미가 아닐 것"이라고 비판했다.

익명을 요구한 한 KBS 관계자는 "회사가 로펌에서 법률자문을 받았으나, (해고) 근거로 삼을만한 사규가 없어 부당해고 소지가 있다는 이유로 임명을 강행한다고 들었다"라면서 "현재는 최종합격 이후 입사 이전의 행적이 문제가 돼도 손을 댈 수가 없는데 이러한 사규의 허점을 보완하고, 필기-실기-면접의 도식적인 채용절차도 더 정교하게 보완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KBS 홍보팀 관계자는 <오마이뉴스>와 한 통화에서 법률자문과 관련해 "확인하기 어려운 사항이자 일방적 주장"이라고 말했다. 이어 "회사는 원칙과 규정에 따라 절차를 밟고 있으며, (임용일이 예정된) 4월 초가 지나야 공식적인 입장을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다음은 41기가 돌린 호소문 내용 전문이다.

선배님, 저희는 정말 두렵습니다

"'KBS 수습기자 중에 일베가 있다.' 이미 이 한 마디로 우리는 많은 것을 잃었습니다."

우리는 더 이상 그가 일베에 올린 6800여 건의 글의 도덕성에 대해 이야기하지 않으려 합니다. 다만 우리가 공영방송으로서 신뢰를 잃고 있다는 말을 하려 합니다. 사회적 약자에 대한 혐오와 조롱을 일삼는 '일베'에서 여성 혐오와 특정지역 비하 글을 올렸던 그가, KBS 기자로 채용되었다는 것을 시청자들이 알게 된 순간부터 말입니다.

공영방송과 일베를 겹쳐서 바라볼 시선이 두렵지 않으신지요. 우리의 조직문화가 수습사원 한 명은 용서할 수 있어도, KBS를 바라보는 시청자들의 시선까지는 바꾸지 못합니다. 5·18 민주화운동 희생자를 '홍어'에 비유하고 세월호 희생자와 유가족을 모욕하는 일베와 KBS가 겹쳐 보이는 순간, KBS의 이름을 내건 어떤 방송도 이전과 같은 의미가 아닐 것입니다.

선배님, 저희는 명백한 근거 앞에서 무력하게 시간이 흘러갈 것이 두렵습니다. 그리고 우리의 결정이 사회의 모든 약자들에게 남기게 될 상처가 너무나도 두렵습니다.

"그냥 이렇게 기다리다 시간 지나면, 무슨 결과든 나겠지"

4월 1일, 임용일이 얼마 남지 않았습니다. 부디 이 사건을 사소한 해프닝으로 넘기지 말아 주십시오. 그가 쓴 글과 일베가 어떤 사이트인지를 직접 확인해 주십시오. 개인에 대한 연민을 느끼기 이전에, 그가 정말 공영방송의 기자로서 적합한지 판단해 주십시오. 사회를 병들게 하는 비상식의 가치가 공영방송이라는 필터로 걸러질 수 있다고 우리는 아직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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