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생각하십니까]검문 반발 20대 수갑채우고 항의시민 입건

2015. 3. 26. 03:05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절도 수사 경찰 '공권력 집행' 잡음
시민 "과잉 대응이다".. 경찰 "우리도 할말 있다"

[동아일보]

23일 서울 중구 길거리에서 오토바이 절도 피의자로 오인받은 A 씨(오른쪽 검은색 상의·화살표)가 경찰의 검문에 반발하고 있다(왼 쪽

사진). 급기야 A 씨(나무 오른쪽 윗부분·화살표)가 경찰에게 "맞짱을 뜨자"며 주먹을 들어 보이고 있다. 서울 중부경찰서 제공 동영상 캡처

불심검문을 요구하는 경찰을 향해 권투하는 자세를 취했다고 수갑을 채워 체포하면 정당한 법 집행일까. 경찰은 용의자로 봤지만 혐의가 없는 무고한 시민이었다. 여기에다 경찰은 이 장면을 보고 항의하는 부자(父子)까지 공무집행 방해 혐의로 체포했다. 경찰은 "(결과적으로 혐의 없는 사람이었지만) 누가 봐도 의심할 만한 상황에서 경찰에게 공격적 자세를 취한 사람에 대한 정당한 법 집행이었다"고 밝히고 있다. 하지만 혐의가 없는 시민의 머리를 밟아가며 체포하고 이에 항의하는 시민까지 체포한 것은 과잉 대응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오토바이가 도난당했다는 112 신고가 23일 오후 4시 46분경 접수됐다. 서울중부경찰서 을지지구대 양모 경위(46)와 이모 경장은 신고 내용과 유사한 오토바이를 발견했다는 공조 요청을 받고 현장에 출동했다. 양 경위는 번호판도 없는 오토바이를 타고 있던 A 씨(20)에게 5분간 신분증과 오토바이 등록증을 보여줄 것을 요구하며 오토바이 소지 경위를 물었다.

하지만 A 씨는 양 경위에게 "나는 도둑이 아니다. 맞짱 뜨자"며 지갑을 바닥에 던진 뒤 상의를 벗어 던지고 권투 자세를 취했다. 양 경위는 수갑을 꺼내 체포하겠다고 경고했다. A 씨는 주먹을 휘둘러 이 경장이 들고 있던 삼단봉을 쳐서 떨어뜨렸다.

인근에서 이를 지켜보던 B 씨(56)는 "왜 어린 학생을 때리느냐. 경찰관 ××들 가만두지 않겠다"고 욕하며 해당 모습을 태블릿PC로 촬영했다. 시비를 벌이던 중 이 경장이 오른손에 들고 있던 테이저건이 누군가와 부딪혀 바닥에 발사됐다. 경찰은 주먹을 휘두르며 욕하는 A 씨의 머리를 밟아 수갑을 채운 뒤 공무집행방해 현행범으로 체포했다.

경찰은 검거를 방해한 B 씨도 공무집행방해 혐의로 체포했고 이에 거세게 항의하는 B 씨의 아들(21)도 같은 혐의로 체포했다. 이날 오후 6시 반경 A 씨는 절도범이 아닌 것으로 판명됐다. 경찰은 출동 경찰이 과잉 대응한 것 아닌지 자체 조사를 진행 중이다.

현행 경찰관 직무집행법 제3조에는 '경찰은 죄를 범했거나 범하려 한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사람을 불심검문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하지만 경찰이 '범행이 의심되는 사람'에게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는 끊임없이 논란이 일고 있다. 적극적으로 대응하다 오인으로 판명 나면 '과잉 대응'이라는 비판을, 미온적으로 대처하다 문제가 생기면 "경찰은 팔짱만 끼고 있다"는 비판을 받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이달 5일 발생한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 피습 사건 때도 마찬가지였다. 경찰이 피의자 김기종 씨(55)를 보고도 출입을 막지 못하자 왜 '요주의 인물'을 적극 차단하지 않았느냐는 비판이 일었다.

임준태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객관적인 이유가 있다면 무고한 시민이 대상이더라도 정당한 법 집행으로 인정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경찰이 범행이 의심돼 불심검문을 하면 협조하는 게 상식이다. 경찰에게 욕을 하거나, 권투 자세를 취하는 것은 공권력에 대한 협박이고 폭행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샘물 기자 evey@donga.com

[☞오늘의 동아일보][☞동아닷컴 Top기사]

ⓒ 동아일보 & donga.com,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동아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