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리·추문의 파도.. '난파선 해군'

김광수 입력 2015. 3. 25. 04:47 수정 2015. 3. 25. 0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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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옥근ㆍ황기철 前 총장 구속 이어 캐디 성희롱 싸고 지휘부 자중지란

정호섭 총장 "물러나라" 종용에도 물의 일으킨 중장은 꿈쩍 안 해

"위계도 무너져… 총체적 난맥", 군 안팎 "특단의 대책 필요" 비등

시연중인 통영함. 한국일보 자료사진

올해로 창설 70주년을 맞은 해군이 난파할 조짐이다. 정옥근ㆍ황기철 전 참모총장이 각각 금품수수와 통영함 비리로 나란히 구속되는 초유의 사태에 해군은 이미 충격에 휩싸여있다. 여기에 현역 해군 중장이 연루된 군 골프장 캐디 성희롱 사건(본보 19일자 11면)을 둘러싸고 정호섭 참모총장을 포함한 해군 지휘부가 자중지란에 빠진 것으로 알려져 심각한 위기상황이라는 지적이다.

24일 국방부와 해군 관계자에 따르면 정 총장은 골프장 캐디 성희롱 사건이 언론에 보도된 직후 당사자인 A중장에게 "자리에서 물러나라"고 사실상 보직해임을 종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방산비리에 이어 현역 장성의 성 군기 위반이라는 악재가 잇따라 터지자 취임 한달 여 만에 리더십 타격을 우려한 정 총장이 선제적으로 조치했다는 후문이다.

정 총장의 조치에는 한민구 국방부 장관의 의지도 실려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 장관은 "이번 기회에 바로 잡지 못하면 유사 사건이 재발할 수 있다"면서 정 총장에게 힘을 실어줬다고 한다. 국방 당국 관계자는 "천안함 사건 5주기를 앞두고 해군 관련 사건이 잇따라 터지면서 국방부는 물론 해군 지휘부의 위기감이 커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A중장은 정 총장의 요구를 거부하며 버티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군부대 골프장에서 캐디에게 "노래를 불러라, 섹시하게 춤을 춰라, 엉덩이를 흔들어라" 등의 각종 부당한 요구를 했다는 의혹에 대해 그는 "캐디에게 노래를 부르라고 한 것 뿐"이라고 해명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자 정 총장은 A중장이 과거 해군본부 근무시절 부하 여군을 성희롱 했던 전력까지 들춰내며 압박수위를 높이는 맞대응에 나선 것으로 전해졌다.

해군 지휘부가 책임론을 둘러싸고 정면 대결양상으로 치달으면서 정확한 진상조사는 물론 징계위원회를 비롯한 후속 절차도 지연되고 있다. 군 관계자는 "정 총장이 지난 주말을 거치면서 A중장의 거취를 포함해 이번 사건을 매듭지으려 했지만 A중장의 완강한 반대에 부딪쳐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범정부 차원의 방산비리 수사를 통해 2명의 전직 해군 참모총장이 동시에 구속되는 초유에 사태에 이어 해군 지휘부가 성희롱 사건을 두고 난맥상까지 보이면서 군 안팎에서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비등하다. 이명박정부에서 안보 분야 고위직을 지낸 인사는 "함정 위에서 생사를 함께 하는 해군 특유의 조직문화가 낳은 비극"이라며 "해군도 해사 출신 위주의 순혈주의를 극복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황기철(해사 32기) 전 해군 참모총장은 2009년 방위사업청 함정사업부장으로 근무하면서 통영함 음파탐지기에 문제가 있다는 보고를 받고도 묵살한 혐의로 22일 구속됐다. 황 전 총장의 해사 3기수 선배인 정옥근 전 참모총장은 해군 고속함 엔진 도입 등의 대가로 STX그룹으로부터 7억여 원의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돼 재판을 받고 있다.

김광수기자 rolling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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