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비주류? 경계는 허물어졌다"

2015. 3. 23. 06:03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기획 인터뷰] 인디, 비주류 아닌 '대세'다 ①

[CBS노컷뉴스 김현식 기자]

'인디(Indie) 음악'이 올해로 성년을 맞았다. 상업적인 거대자본과 유통 시스템에서 벗어나 소규모 저예산으로 자신들이 추구하는 음악을 하려는 긍정적인 움직임이 20년이라는 큰 언덕을 넘은 것이다.

비주류로 인식되던 인디 음악은 이제 국내 대중음악을 논할 때 빼놓을 수 없는 가치를 지닌 장르로 평가받는다. 실제 인디신에서 활동 중인 이들의 생각은 어떨까. 기획사와 유통사 대표, 그리고 뮤지션을 직접 만나 물었다. "인디음악, 비주류 아닌 대세 맞나요?"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① "인디=비주류? 경계는 허물어졌다"

② "인디신, 제2의 십센치가 필요한 때"

③ '나 홀로' 인디 뮤지션, 안녕하신가영?

이 같은 물음에 대한 해답을 듣기 위해 가장 먼저 찾아간 곳은 서울 마포구 합정동에 위치한 파스텔뮤직 사옥이다.

지난 2002년 10월 설립된 파스텔뮤직은 40여 팀의 실력파 싱어송라이터들과 함께 성장해오며 국내를 대표하는 인디 레이블로 발돋움한 회사다. 요조, 타루, 한희정 등 '홍대여신'이라는 문화적 키워드를 만들어낸 것도 바로 이곳이다.

파스텔뮤직을 성공적으로 이끈 수장 이응민 대표를 만나 최근 인디 음악이 비주류를 벗어났다고 보는지 물었다. 이에 이 대표는 "인디와 메이저 음악의 경계가 허물어진 상황"이라고 답했다. 상대적으로 거리가 먼 음악으로 인식되던 인디가 대중에게 익숙한 음악으로 평가받고 있고, 메이저 음악과도 활발히 영향을 주고받고 있다는 것이다.

이 대표는 "90년대 중후반, 국내에 인디 음악이 처음 등장했을 때는 크라잉넛, 노브레인 등 무대에서 일명 '똘끼'를 보여주는 록 밴드들이 대부분을 차지했었다"며 "지금은 일렉트로닉, 모던 록, 포크, 힙합 등 장르가 다양화됐다"고 말했다.

"여전히 주류는 아이돌 그룹의 퍼포먼스 음악이다. 그 외 나머지 음악들은 명확한 구분이 없다. 유희열, 김동률, 이적 이런 분들이 소위 말하는 인디 뮤지션들과 공동 작업을 하고 있고, 음악 스타일도 비슷하다. 오디션프로그램만 봐도 절반 정도는 통기타를 들고 피아노 연주를 하는 싱어송라이터들이 차지하고 있다."

그는 이어 인디 음악과 메이저 음악을 따로 구분 짓는 것 자체가 불필요한 시대로 흐르고 있다고 평했다. 오히려 뮤지션이 가진 태도나 마인드, 기획사나 레이블이 추구하는 방향성과 뮤지션과의 관계가 더 중요한 시대가 됐다는 것이다.

"음악을 대하는 태도가 정말 중요해졌다. 라디오헤드도 전 세계에서 손꼽히는 아티스트지만, 스스로를 '인디 뮤지션'이라고 칭한다. 특정 회사에 소속된 팀이 아니라 독자적으로 음악을 하고 있는 팀이라는 걸 강조하는 것이다.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음악을 한다는 것. 앞으로도 이러한 추세는 점점 강해질 것 같다. 음악뿐 아니라 문학, 패션 등도 마찬가지다."

파스텔뮤직은 이 같은 변화를 이끄는 데 크게 이바지한 한 레이블 중 한 곳이다.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주류 음악만을 접하던 대중에게 낯설지만, 신기하고 재미있는 음악을 소개하며 간극을 좁히기 위해 노력해왔다. 무엇보다 특유의 '소녀 감성' 음악들로 인디 음악은 거칠고 투박하다는 인식을 바꾸는 데 성공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허밍어반스테레오의 노래는 정말 신선했다. 당시만 해도 '귀여워 귀여워 웃을 때 귀여워' 같은 가사는 찾아보기 힘들었다. 에피톤프로젝트의 경우도 그렇다. 내면의 것들을 단순히 시적인 표현이 아닌 내성적인 언어들로 담아낸 팀은 없었다. 지금은 이런 것들이 정말 많이 퍼졌다. '에피톤스러운' 가사를 담은 팀들이 많다. 우리가 추구하고 싶었던 음악이 이제 대중에게 낯선 음악이 아니라 익숙한 것이 됐다는 증거다."

간극은 좁혔지만 여전히 벽은 존재한다. 인디 음악을 귀로 접하긴 쉬워졌을지 모르지만, 눈으로 접하기는 힘든 게 사실이기 때문. 일례로 공중파 음악 방송은 아이돌 그룹들만의 공간이 된 지 오래다. 이 대표도 이 점에 관해 아쉬움을 표했다.

"공중파 음악 방송은 프로그램을 해외에 수출해야 한다. 때문에 퍼포먼스, 섹슈얼을 강조하는 아이돌 그룹들 위주로 흐를 수밖에 없다. 사실 인디 뮤지션들에게 최적화된 방송 무대는 없다. 혼자 나와서 피아노를 치거나 디제잉을 하면 무대가 비어 보이니까 방송사 쪽에선 댄서를 부른다. 카우치가 옷을 벗었던 사건도 그렇게 나가서 춤을 추다 생긴 일이다."

제한적인 환경이지만, 파스텔 뮤직의 음악은 꾸준히 사랑받고 있다. 좋은 음악을 찾아 듣는 대중의 움직임이 반영된 결과다.

"파스텔 뮤직의 경우 시간이 지나도 소비되는 음악이 많다. 아이돌 음악이 몇 년 후에도 차트에 오를 정도로 사랑받는 경우는 거의 없지 않나. 반면 우리 음악은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사랑받는 곡들이 많다. 파스텔의 음원매출을 보면 신보와 구보의 비율이 50대 50이다. 구보가 더 많을 때도 있다. 신보를 좋아해 주는 대중이 예전 노래까지 찾아서 듣는 경우가 많다."

파이가 커진 만큼 '자기 복제'에 대한 경계도 필요한 시점이 됐다.

"우리나라는 허니버터칩처럼 하나가 잘 되면 다 따라 만드는 경향이 있다. 시집만 봐도 소재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비슷한 톤으로 흐르고 있다. 똑같은 방식이라도 더 세련되고 멋지게 사람들의 심금을 울릴 수 있는 것들이 나와야 한다. 특히 뮤지션들의 자발적인 생각들이 중요하다."

이 대표는 현재를 '과도기'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음반에서 음원, 그리고 스트리밍 시대로 대중이 음악을 소비하는 스타일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고, SNS 등의 발전으로 다각화된 접근이 필요해졌기 때문이다. 다행히 인디 음악의 미래에 대해선 긍정적인 답변을 내놨다.

"인디와 메이저의 경계는 점점 더 허물어지고 인디 음악을 즐기는 팬들도 늘어날 것이다. 또 흔히 이야기하는 아이돌 음악은 점점 더 줄어들 것 같다. 물론 시간이 오래걸릴 수는 있겠지만, 다양성이 존중받고 대접받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확신한다."

CBS노컷뉴스 김현식 기자 ssik@cbs.co.kr

저작권자 © CBS 노컷뉴스(www.nocutnews.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Copyright © 노컷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