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도 안 마셔요"..초등생 '화장실 스트레스'

정성엽 기자 2015. 3. 20. 2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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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앵커>

요즘 초등학교 화장실 모습인데요, 옛날과 크게 달라진 게 없습니다. 서울시가 학생들을 상대로 조사해보니 학교 화장실에서 가장 바뀌어야 할 걸로 냄새와 이 변기를 꼽았습니다. 쭈그려 앉아서 용변을 보는 변기를 의자처럼 앉는 좌변기로 바꿔 달라는 거죠. 화장실 때문에 받는 아이들의 스트레스는 어른들이 생각하는 수준 그 이상입니다.

생생리포트, 정성엽 기자입니다.

<기자>

쉬는 시간, 학생들이 화장실로 향합니다.

한 초등학교 여자 화장실에 학교장의 허락을 받아 관찰 카메라를 설치했습니다.

모두 10칸의 화장실 중에 유독 2칸에만 학생들이 몰립니다.

다른 칸이 비어 있는데도, 발을 구르며 기다렸다가 그 칸을 이용하는 학생도 눈에 띕니다.

[(누구 있어?) 여기는 XXX 있고, 여기는 OOO.]

학생들이 몰리는 화장실 2칸엔 앉아서 용변을 보는 좌변기가, 나머지 8칸엔 쭈그려 앉아 용변을 보는 화변기가 설치된 곳입니다.

집에서 본 적이 없는 화변기를 접한 저학년 학생들은 당황스럽기만 합니다.

[(학교 왔을 때 화장실 보고 어땠어요?) 깜짝 놀랐어요. (왜요?) 좌변기가 아니라서… (한 번도 써본 적 없어요?) 네.]

고학년 학생들도 곤혹스럽긴 마찬가지입니다.

[키가 큰 애들은 다리가 많이 저려요. 그리고 불편도 하고… 비위생적으로 이용하는 애들도 많아요.]

[(1학년 때하고 6학년 때하고 달라진 게 있어요?) 아니요, 하나도 없어요. 똑같아요.]

남학생들도 사정이 다르지 않습니다.

[(학교에서 쪼그려 싸는 거 몇 번이나 이용해 봤어요?) 한 번도 안 해 봤어요. (저도 한 번도 안 했어요.)]

이렇다 보니 무조건 참는 학생도 있습니다.

[물을 잘 안 마시는 애들이 있어요. (물을 왜 잘 안 마셔요?) 화장실 일부러 안 가려고…. 별로 안 움직여요. (소변을) 참으려고… 자리에서 별로 안 움직여요.]

전국 초등학교 화장실 변기 가운데 62%가 좌변기로 조사됐는데, 서울 지역의 경우엔 52%만 좌변기여서 전국 평균을 크게 밑돌았습니다.

이에 서울시와 시교육청은 올해부터 쾌적한 학교 화장실 만들기 사업으로 오래된 화장실을 뜯어고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올해 150억 원 정도의 예산을 확보해 남녀 화장실 200동을 수리할 계획입니다.

[문광철/서울시교육청 시설기획담당관 : 우리 교육청 전체가 1만 3천 동 정도 돼요. 학교마다 평균적으로 10개 동쯤…]

지금 정도 수준의 예산이라면 화장실 개선 효과를 아이들이 골고루 누리기엔 아직 갈 길이 멀어 보입니다.

21세기를 사는 우리 아이들이 학교에서 용변 보는 문제로 스트레스를 받는 현실을 고민해야 할 때입니다.

(영상편집 : 장현기, VJ : 김준호)정성엽 기자 jsy@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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