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건재한 집창촌, 그곳에선 무슨 일이

2015. 3. 16. 1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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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앵커멘트 】

(인트로 영상 시작)

오늘 뉴스앤이슈는 단독 취재한 영상으로 시작하겠습니다.

직접 현장 취재한 최은미 기자가 나와있습니다.

격렬한 시위 현장 같은데, 여기가 어딥니까?

지금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건가요?

【 기자 】

네. 지난주 금요일, 그러니까 13일이죠, 이날 오전 8시 서울 종암경찰서 앞 모습입니다.

보시는 것처럼 두꺼운 점퍼에 모자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린 100여 명의 여성들이 경찰서에 진입하겠다며 몸싸움을 벌이고 있는데요.

이분들은 이 경찰서 관할구역인 미아리 집창촌에서 일하는 여성들입니다.

지금 서장 나오라고 외치고 있는데요.

"서장 나와"

이 자리에서 죽어버리겠다는 격한 말도 오가고 있고요.

"다 죽어버려, 여기서 다 죽어버려"

잠시 소강상태입니다.

경찰은 나가라고 막아서지만, 우리도 주민이라며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외치는 모습입니다.

"우리도 주민이에요, 88번지 주민이에요, 우리도. 우리가 여기까지 왜 왔냐고."

담당 과장이 면담을 하겠다고 나서면서 간신히 상황은 진화됐습니다.

【 질문1 】

이른 아침에 왜 이런 일을 벌인 걸까요?

"함정 단속 계속 다니면 어떻게 합니까? 사람 죽이는 거지 이거."

【 답1 】

네. 바로 함정 단속이 문제였습니다.

사복을 입은 경찰이 손님으로 위장해 성매매 업소에 들어가 단속을 벌인 게 화근이 된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이번 사건의 발단이 된 그 현장으로 직접 가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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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탠딩 : 최은미 / 기자

- "경찰의 함정 단속이 이뤄졌던 현장입니다. 경찰은 손님으로 위장해 이곳까지 접근한 뒤 여성과 지하 방으로 들어가 문을 잠근 후에야 신분을 밝혔습니다."

▶ 인터뷰 : 함정단속 피해여성

- "너무 놀랐고, 저는 혼자 그 방안에서 감시하는 분과 갇혀 있었어요. 저희도 합법적인 일을 하진 않지만, 보호받을 만한 인권이 있는 것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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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질문2 】

함께 일하는 다른 여성들도 언제든 함정단속의 표적이 될 수 있으니, 이렇게 집단행동까지 나서게 된거군요.

【 답2 】

네. 함께 시위에 참여했던 여성들도 반발이 굉장했습니다.

경찰은 제대로 단속을 하려면 어쩔 수 없다고 하는데, 당하는 여성 입장에선 사실 엄청난 수치심이 들 수 밖에 없거든요.

실제로 지난해 창원에서 경찰이 손님으로 위장해 성매매 여성을 모텔로 유인했다 해당 여성이 그 자리에서 목숨을 끊은 사건도 있었고요.

항의 시위에 함께 참석했던 여성 이야기 한 번 들어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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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 항의시위 참석 여성

- "아침에 100명이 넘는 인원이 나와서 경찰서에 왔을 땐, 저 사람들이 화가 나지 않고서 이렇게 나올 수 있느냐 이거죠, 이른 아침에, 단속을 하지 말란 얘기는 아니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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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질문3 】

함정단속, 이거 불법 아닙니까?

법적으로는 문제 없나요?

【 답3 】

네. 저도 그 부분이 궁금했는데, 이런 단속 방식에 대해 법은 구체적으로 명시하고 있지 않습니다.

대법원 판례에 의존하는 상황인데, 범죄 의사가 없는 사람에게 함정을 만들어 범죄를 유발시키는 것은 문제이지만, 이런 경우에는 문제가 없다, 그렇게결론내리고 있습니다.

함정 단속을 진행한 경찰서 관계자도 같은 입장인데요.

한번 들어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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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터뷰(☎) : 경찰 관계자

- "단속은 이렇게도 할 수 있고, 저렇게도 할 수 있는 거에요. 성매매 단속하는 데 있어서 함정단속이라는 개념이 없어요. 단속을 할 수 있는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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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질문4 】

그런데 또 하나 궁금한게, 왜 이렇게까지 단속을 하는데도 집창촌이 없어지지 않느냐, 이겁니다.

사실 한 곳의 집창촌에만 이렇게 많은 여성들이 종사하고 있을 정도면, 성매매특별법을 시행하기 전과 다를 게 없어 보이거든요.

【 답4 】

네. 제가 다녀온 미아리 집창촌에만 지금 100여 개의 업소가 운영되고 있었습니다.

종사하는 여성 숫자만 400명에 이른다고 하고요.

다른 곳도 별반 사정이 다르지 않은데요.

취재팀 이성식 기자가 집창촌 실태를 집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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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4년 성매매방지특별법을 시행하며 집창촌과의 전쟁을 선포했던 정부.

- 아가씨 일어나보세요. 옷 좀 입으세요. (일하기 위해서 온 거예요?) 돈이 많이 필요해서….

성매매업 종사자들은 전국 각지에서 '생존권을 보장하라'며 강력히 저항했습니다.

10년이 지난 지금 집창촌은 어떻게 됐을까?

▶ 스탠딩 : 이성식 / 기자 [ mods@mbn.co.kr ]

- "일명 '청량리 588'이라고 불리는 집창촌입니다. 제 뒤로 보이는 청소년출입통제구역이라는 팻말 뒤로 아직도 수십 곳이 손님을 받고 있습니다. 지금 시각이 오전 11시 이른 시간인데도 벌써 영업을 하는 곳이 있었습니다."

2004년 이후 줄어들던 성매매 집결지 숫자와 종사자의 숫자는 지난 2010년부터 오히려 늘고 있습니다.

성매매업 관계자조차 정부가 집창촌을 없애려는 의지가 사실상 없는 것 아니냐고 의혹을 제기하는 상황.

▶ 인터뷰 : 강현준 / 한터 전국연합회 국장

- "실제로 집창촌 한군데 없애는 것은 아무 힘이 안 들어요. 얼마든지 가능한 일인데, 영업을 하게 놔두고 순차적으로 단속하면서 거액을 추징해가는 것은 결국 여기서 일하는 성 노동자나 업주들의 고혈을 빠는 그런 현상이라고 봅니다."

구청과 경찰 얘기는 다릅니다.

성매매방지특별법에 따라 감금·폭행 등이 없으면 벌금형에 그쳐 대부분 '솜방망이' 처벌로 이어질 수밖에 없습니다.

▶ 인터뷰(☎) : OO구청 관계자

- "(OOO 텍사스가 있으면 구청의 관리 감독이 없다는 말씀이신가요?) 주류를 팔았거나 이런 경우면 부서별로 오지만 부차적인 거고 경찰 업무라는 거죠."

단전이나 단수 등 강력한 카드가 있지만, 기본적인 생존권 문제 등과 얽혀 있어 추진이 쉽지 않습니다.

전국적으로 지자체들이 아예 집창촌을 폐쇄하고, 재건축하려는 움직임이 많지만, 보상 문제 등으로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습니다.

MBN뉴스 이성식입니다.

영상취재 : 이우진 기자

영상편집 : 이소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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