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성성에 바치는 헌시'展 정종미 고려대 교수 "전통 색·종이로 그린 회화 되살려야죠"
30년간 우리 색과 종이 연구에 몰두해온 정종미(58·고려대 디자인조형학부 교수) 작가는 2012년 고려대 색채연구소를 개설했다. 3년 전 국보 1호 숭례문 단청 훼손 파문 때 전통 안료의 맥이 끊겨 일본산을 수입해 사용하는 것에 자존심이 상했다.
직접 만든 안료를 역시 손수 제작한 종이에 작업한 결과물을 서울 성북구 안암로 고려대박물관에서 4월 12일까지 선보인다. 한지에 그린 '종이부인'으로 잘 알려진 그의 20번째 개인전이다. '여성성에 바치는 헌사-산수 & 여성을 위한 진혼'이라는 타이틀로 작업해온 작품 80여점을 내놓았다. 자연의 색, 한국의 색에 대한 연구 성과를 펼쳐보이는 회고전이다.
15일 전시장에서 만난 그는 활기가 넘쳐 보였다. "자연에서 발췌한 우리 색이 없어요. 종이도 닥나무 껍질에 풀을 먹여 제대로 만든 걸 찾아보기 어렵고요. 그러니 우리 색과 종이에 그려내는 전통 회화도 점차 사라지고 있지요. 이를 되살려 보여주는 전시예요."
그는 3개 층 전시공간에 평생의 작업을 빼곡히 채워 넣었다. 자존심을 지킨 한국의 여성을 소재로 한 '역사속의 종이부인', 고산 윤선도의 시조를 그림으로 재현한 '어부사시사', 40m 길이의 대형 설치작품 '오색폭포' 등을 내놓았다. 고려대 전신인 보성전문학교 설립 후원자였던 '명성왕후' 작품도 볼 수 있다.
'역사속의 종이부인' 시리즈로 황진이, 허난설헌 등의 삶을 그린 작품도 걸렸다. '오색산수' '미인도' 등 '그녀' 시리즈도 눈길을 끈다. 작가는 "여성의 사회적 역할은 너무나 엄청난데 제대로 평가를 못 받는 것 같다"며 "안타깝고 가슴이 아파 그 영혼을 위로해주고 싶다는 생각에 '종이부인'을 그리게 됐다"고 말했다.
그는 여성을 작업 주제로 삼는 이유에 대해 설명을 이어갔다. "자연과 비슷하고, 남을 포용하며, 마음을 열어주는 긍정적 사고의 또 다른 표현"이라는 것이다. 또 "어렸을 때 저를 돌봐주신 할머니 한 분이 계셨는데, 성장해서 그분이 위안부 할머니였다는 것을 알고선 마음이 정말 아팠다"며 "저의 어머니도 여성이라는 이유로 고통의 중앙에 선 모습을 자주 봤다"고 털어놨다.
평소 자투리 염색 천과 오래된 한지를 모아둔다는 작가는 "이런 조각들이 개개인의 삶을 대변하는 것 아니겠느냐"며 "이를 우리 색과 종이로 보여주는 작업을 계속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글·사진=이광형 문화전문기자
ghlee@kmib.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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